[인터뷰.1st] 'AG 영웅' 조영욱 ② "다 잘 풀린 2023년, 이젠 서울에서 정말 잘하고 싶다"

윤효용 기자 2023. 12.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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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FC서울). 서형권 기자
조영욱(FC서울). 서형권 기자
조영욱(FC서울). 서형권 기자
조영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윤효용 기자= 2023년은 조영욱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두 번의 우승과 커리어 첫 두 자릿수 득점, 군 제대까지 누구보다 잘 풀리는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서울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는 조영욱의 공이 컸다. 4골에 이어 일본과 결승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결승전 전 긴장감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잤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골을 성공시키며 영웅이 됐다. 이 골로 병역 혜택을 받아 조금 더 일찍 사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조영욱 스스로도 올해를 "되는 해"라면서도 "내년에는 정말 서울에서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①편에서 조영욱의 10개월간 군 생활'썰'을 들어봤다면 이번 편에는 아시안게임 동안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최고의 한 해를 마친 심정, 앞으로의 각오를 담았다.


▲아시안게임을 갈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나.


거의 다 와서는 예상을 하긴 했는데,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확실히 없었다. (그래도 김천에서 활약이 바탕이 됐는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조금씩 조금씩 확신을 들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뛰면서 가장 기억이 남았던 경기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전이다. 이번에 뉴스를 봤는데 황선홍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제가 골 넣는 순간이라고 해주셨다. 기분 좋았다.


본인 커리어 최고의 골인가?


아직까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골 장면 떠올려보면?


경기를 다시 봐서 알게 됐는데, (정)우영이한테 볼이 간 다음에 제가 볼을 한 번 놓쳤다. 근데 돌아보니까 볼이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원래 저 같았으면 왼발로 슈팅했을 거 같은데, 그 순간에 왠지 모르게 침착해졌다. 그냥 되는 날이었고, 그러니까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왼발 슈팅을 때리려고 했는데 참았고, 그게 오른발로 흐르면서 수비에 걸리지 않게 슈팅할 수 있었던 게 득점으로 연결됐다.


▲가장 어려웠던 경기가 우즈벡전이었다고 했다. 그 경기 후 우승 확신이 생겼나. 


그렇다. 그 경기 이기고 나서 '진짜 우리 할 수 있다, 하나 남았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이 의지가 장난 아니었다. 저녁 게임이니까 경기 전에 호텔에 있었는데 한 번씩 소리지르는 소리가 났다. 긴장을 풀고, 의지를 다지려고 소리 지르는 애들이 몇 명 있다. 


▲그런 스타일은 아닌가. 


그런 스타일은 솔직히 아닌데, 몇 번 지르긴 했다. 진짜 그 때 잠을 못잤다. 솔직히 한 3~4시간 밖에 못잤다. 내가 자는지 안자는지도 모르겠고 눈만 감고 있다는 느낌으로 밤을 지새웠는데, 그러고 나서도 피곤한 느낌은 없었다. 그냥 아침에 빨리 경기 뛰고 싶다. 살짝 뛰어도 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이었다. 갔다 와서 공항에서 집으로 가려고 차를 타는 순간 엄청 피곤해지더라. 


▲U20 월드컵에서도 준우승했는데, 그 당시에도 그랬나.


그때도 어느 정도 긴장을 하긴 했는데, 이때만큼은 아니었다.


▲이강인의 병역 면제도 의식했나?


강인이는 워낙 중요한 선수이고, 한국에서도 중요한 선수다. 그러나 한 선수를 위해 뛴 것도 아니고, 그 선수의 혜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뛴 것도 아니다. 황선홍 감독님께서도 이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를 나간다는 게 가장 크다고 말씀하셨다. 또 선배들이 2연패를 해놔서, 3연패가 가장 중요했다. 감독님께서도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강조하셨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감독님이 많은 비판을 받은 걸 선수들도 잘 알고 있을 거 같다. 


아시임게임 가기 전에 마음이 짠한 것과 동시에 우승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감독님이 파주에서 기자분들 다 가시고 나서 정리 훈련할 때 오셔서 "욕은 내가 다 먹겠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다 먹을 테니 너네는 그냥 운동장에서 재밌게 해라. 즐겨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을 웃으면서 하셨지만 그 안에 굉장한 무게감과 책임감이 있었다고 느꼈다.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감독님의 마음을 알고 열심히 뛰었던 거 같다. 우승하고 감독님이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도 기분이 좋았다. 


감독님이 한창 여론이 안좋으실 때 선수들도 많이 걱정을 했다. '감독님 얼굴이 너무 안 좋아지신다, 흰머리가 점점 나시는 거 같다. 그래서 우리가 잘해야 된다'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엔딩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이제 더 큰 고생을 하실 거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응원하겠다.


▲동료들이 후임으로 올 수도 있었는데?


그건 살짝 아쉽긴 하다(웃음).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를 가긴 가야되고 또 내 후임으로 한 번 들어왔어야 했다. 슈팅한 볼 줍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농담도 많이 했다. 관등성명부터 연습을 많이 시켰다. 자극제였다. 자기들은 안갈 거라고, 우승할 거라고 했어서 재미있었다. 


▲연령별 대표팀 총 85경기, 100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나. 


없다. 100경기를 못채워서 아쉽다기보단 그래도 조금 더 갈 수 있었던 게 있었는데, '그때 갔으면 100경기를 채웠을까?' 하는 느낌이다. '더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월반도 많이 하고,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하면서 좋은 선수들, 좋은 감독님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게 선수로서 좋았다.


▲아직 파리올림픽이 있다. 


응원하겠다. 불러주시면 당연히 "감사합니다"하고 가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생각한다. 저보다 좋은 선수들이 훨씬 많고 제가 갔을 때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른다. 사실 이런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부르시지도 않을 거다. 잘하는 선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후배들 중 기대하는 선수가 있나?


저는 (안)재준이랑 (이)영준, 그 두 선수가 가장 많이 기대된다. 그 둘이 정말 많이 붙어다니고 잘한다. 어린데도 하고 싶은 플레이, 또 자기가 추구하는 플레이를 워낙 자신감 있게 잘하는 선수들이다. 분명히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천에서도 워낙 좋은 모습을 보였다. 재준이가 중간에 다쳐서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도 잘 극복해서 팀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2023년에만 우승 두 번, 입대와 전역 등 많은 걸 이뤘다.


2023년은 저한테 정말 좋은 해였고, 행복한 한 해였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게만 마무리하고 끝날줄은 몰랐고, 어느 정도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어느 정도 보완점이 있고 또 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시즌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던 한 해였다. 많은 걸 이룬 한 해였다.  


▲프로 이후에 가장 잘 풀린 시즌 같다.


솔직히 그런 적이 많이 없었다. 20세 월드컵 준우승할 때도 대표팀에서는 괜찮았지만 소속팀에서는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표팀과 소속팀, 두 마리 토끼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던 해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상식에서 개인상을 탈 수 있었으면 더 좋긴 했었겠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우선 서울에서 진짜 잘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정말 잘하고 싶다. 사실 상무 가기 전부터 개인 발전을 위해 마음을 많이 다지고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이)상민이 형이랑 계속 운동을 하고 들어갔다. "우리 들어가서도 계속 꾸준히 하자"고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들어간 게 이번 시즌에 좋게 나타난 것처럼, 내년 시즌에도 준비할 때부터 이 악물고 준비하고, 힘든 거 잘 버텨내서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아니면 팀만이라도 좋은 성적을 내게 하고 싶다. 


▲이번에는 정말 파이널A 갈 줄 알았다.


이번에 솔직히 될 줄 알았다. 군대에서도 편하게 지켜보고 있었고 상민이형이랑 파이널A가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가냐 못가냐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떨어져서 그 부분이 아쉬웠다.


▲내년 목표치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와 똑같이 10골이다. 팀으로는 진짜 못해도 파이널A는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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