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도 유급휴가 받는 피고용인"…배민 긴장시킨 EU [팩플]
유럽연합(EU)이 배달 라이더, 차량 호출 앱 기사 등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피고용인’ 지위를 인정하는 법적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그동안 음식 배달, 차량 호출 앱 등 플랫폼 종사자들은 사실상 자영업자로 분류됐다. 이들이 피고용인이 되면, 각종 근로복지 혜택에 대한 법적 권리가 생긴다. 전 세계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 인정 여부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지침이 플랫폼 업계와 다른 국가로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의미야
이는 EU 내에서 플랫폼 종사자가 피고용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EU 집행위는 “EU 내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90% 이상이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해왔다”며 “플랫폼 노동자 약 2800만 명(2021년 기준) 중 550만명이 잘못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으로 향후 EU 국가 내 플랫폼 종사자들의 처우는 지금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배달 앱, 차량 호출 앱 등 플랫폼이 부담하는 비용과 책임이 커져 유럽 내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을 추정하고, 알고리즘의 투명한 사용을 요구하는 것이 이번 지침의 핵심 내용”이라며 “유럽의 플랫폼 사업은 책임 부담이 커져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노동계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요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침 내용이 뭐야
이번 지침에는 플랫폼 노동자 업무 평가를 투명화하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업은 플랫폼 종사자들의 개인정보와 관련한 알고리즘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플랫폼 종사자들의 사적 대화나 개인정보 등 수집도 금지된다.
국내 영향은
한 노동계 인사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 내용 중 ‘무역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다룬 장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노동기본권 등에서 차별이 있을 경우 무역분쟁을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EU 입법 지침은 FTA 이행과 향후 관련 내용 점검을 고려할 때 국내 플랫폼 종사자 관련 논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 수는 2021년 기준 220만명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해 노동법을 확장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일감을 구하는 이들에게 제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노동법을 확대해 적용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는 지적도 있다.
남궁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안, 플랫폼 노동자 등을 포괄하는 ‘일하는 사람 보호법’ 등이 발의됐지만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 지위 인정은 사업의 비용, 알고리즘은 영업비밀 등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가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부의 고용보험 정책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은 지난해 1월부터 고용보험에, 올 7월부터는 산재 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
더 알면 좋은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우버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안(AB-5)이 2020년 캘리포니아 주의회를 통과했지만, 사측의 청원 등으로 반대 법안이 발의되며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은 2021년 입법에 따라 플랫폼 배달 종사자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같은 해 영국법원도 차량공유업체 우버 기사에 대해 “우버 앱에 로그인할 때부터 로그아웃할 때까지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이 승합차 호출 앱 타다 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쏘카를 이들의 사용자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판시하지 않았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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