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세계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는 '책'이 있었다

서믿음 2023. 12. 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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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세계 역사를 바꾼 정치 명저 50권을 소개한다. 플라톤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정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좌파와 우파, 사상가와 실천가를 포함해 경제학자, 운동가, 전쟁전략가, 선구적인 지도자, 자유 진영 철학자, 좌파 선동가, 보수주의자의 저서, 연설 등을 총망라했다.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저자는 그렇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것도,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정권의 악을 세상에 드러낸 것도, 중화민국의 토대를 구축한 것도 모두 책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역사의 변곡점에는 항상 정치적 저술이 있었고, 시대마다 글은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설한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프랑스혁명을 야기했고, 《연방주의자 논집》은 새로운 미국 헌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결정적인 무게를 실어주었다. 《공산당 선언》은 억압받는 노동자들을 자극했고 거의 한 세기 동안 전 세계를 분열된 세상으로 이끌었다. 《수용소군도》와 《전체주의의 기원》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정권에서 핵심을 이루는 악을 드러냈고, 《노예의 길》 《동물농장》은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집단주의자의 ‘계획경제’를 비난했다. 《삼민주의》는 왕조통치 또는 식민권력의 세기들로부터 해방되어 중화민국의 토대를 세우는 데 필수적이었다. 《시민 불복종》은 간디와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이 정의를 위한 캠페인을 들어가며 추진하는 데 영감을 주었다. 《침묵의 봄》은 현대의 환경운동을 촉발한 촉매제가 되었고,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은 제국주의를 넘어서려는 이들을 격려했다. -8쪽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도시나 국가에는 단순히 좋은 도시 관리자가 되는 것보다 한층 더 훌륭한 목적, 즉 더 고귀한 무언가를 대표하고 시민의 덕목을 높여야 하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이 발전할 수 있게 도우면서도 동시에 이들이 자유로운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이 우리 시대 정치가 당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21~22쪽

오바마가 지적했듯, 단순히 SNS상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거나 친구들에게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실질적인 행동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시민으로서 여러 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우리는 이런 것이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얼마나 큰 특권이 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25쪽

마틴 루서 킹은 1963년 워싱턴 행진 당시 링컨 기념관 계단에 올라, 게티즈버그 연설을 인용하면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를 연설하기 시작했다. 킹은 선조들이 약속했던 평등이 미국의 흑인들에 대한 ‘약속어음’이라고 비유했다. 또한 노예해방선언과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뻗어 나온 희망들이 미국 흑인들에게는 충분히 꽃피지 못했으며, 이제는 ‘채무 불이행’의 상태로 남았다고 주장했다. 나라의 건국이념을 되새기는 이 연설과 함께, 모든 시민에게 약속한 자유와 평등이 실현하려는 민권운동이 추진됐다. -37쪽

통치자의 역할은 대부분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사회를 규제하는 데 있다고 맹자는 말한다. 통치자는 백성들이 나무를 몽땅 잘라버린다거나 물고기가 살 수 없게 연못의 물을 모두 빼버리는 일이 없도록 막고, 각 농장이 비단을 생산할 수 있게 뽕나무를 심는다거나 대가족을 먹일 수 있게 동물을 기르라고 요구한다. 70세 이상의 백성들이 고기를 먹고 비단옷을 입을 수 있다면 그 나라는 성공한 것이라고 맹자는 말한다. -69-70쪽

공산주의는 분명히 실패한 통치 형태지만, 자본주의를 믿는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비웃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체제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기회를 주지 못한다면 혁명이 시작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387쪽

《여성의 권리 옹호》는 그 시대를 직설적으로 겨냥했고, 서문 마지막의 신랄한 한 줄이 그 사실을 드러냈다. “어떤 여성은 스스로의 품위를 해치지 않고도 남편을 지배한다. 지성이 언제나 지배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그저 예쁜 인형으로 인식하는 세태에 한 방 먹이면서, 이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제 2의 성》, 저메인 그리어Germaine Greer의 《여성 거세당하다》, 베티 프리단Betty Friedan의 《여성의 신비》, 그리고 나오미 울프Naomi Wolf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등의 선조 격이 됐다. -401~402쪽

《동물농장》의 풍자는 직접적인 소련에 대한 비유를 넘어서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전체주의 형태를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웰은 지배계급이 권력을 강화해 가며 타락하는 과정, 단 한 명의 무자비한 지도자가 공동체를 지배하고 숭배자 집단을 형성하는 행태, 확실한(가끔은 가상의) 적을 내부에 만들어 정권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려는 절실한 움직임, 그리고 이데올로기에 맞게 수정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쓰고, 프로파간다를 통해 대중을 의도적으로 무지한 상태에 머무르게 하며, 점차 상향조정되는 목표치에 맞춰 국민을 생산단위로만 취급하는 것 등을 경고했다. -437쪽

《시민 불복종》에서 그의 입장은 사회의 잘못을 근절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가 아니나, 적어도 알고도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법에 복종해야 하지만, 개인은 맹목적으로 자기 양심에 거스르는 법을 따라서는 안 되며 그에 따라 행동해서도 안 된다. 도덕과 윤리는 ‘도덕률’로, 대중의 대다수가 동의한 법규보다 우위에 선다. -496쪽

1960년대 이후 농화학적 사용과 식품안전과 관련해서 더 많은 안전장치들이 도입되었지만, 오늘날에도 《침묵의 봄》을 읽으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유래했고, 어떤 조건에서 생산되었는지, 그리고 집 주변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안전한지 여부가 궁금해질 것이다. 그것이 카슨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510쪽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 톰 버틀러 보던 지음 |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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