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 강해지고 협상력은 떨어졌다…핵·미사일만 믿던 北 딜레마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기점으로 ‘도발 외통수’에 빠진 북한의 딜레마는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4일 NCG 회의 참석차 미국 덜레스 국제공항에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핵심은 결국 확장억제를 일체형으로 구축하는 문제로 정보교환과 핵 공동기획·집행에 있어 구체적인 성과가 이뤄지고 있다”며 “(2차 회의에선) 그걸 확인하고 다음 절차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차 NCG 회의가 양국 확장억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2차 회의는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핵 공동기획·운용의 제도화를 본격화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회의를 끝으로 NCG는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차관보급 협의체로 운영될 예정이다. 1·2차 회의의 수석대표를 각각 대통령실-백악관 인사가 맡은 건 NCG의 운영 방향과 목표를 설계하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향후 NCG를 양국 차관보급 협의체로 정상 운용하겠단 계획은 양국 핵협의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 안정화됐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한·미 양국 간 핵 협의가 제도화·안정화되면 핵·미사일 도발로 대미(對美)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북한의 전략이 힘을 잃는다. 그렇다고 이제 와 대화·협상 프로세스로 복귀하기엔 대내적 명분도 없고 협상 카드도 빈약하다. 그 사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선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 대만 문제에 쏠리며 미국 대외전략에서 ‘북핵 우선순위’는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
아울러 북한으로선 핵·미사일·위성 도발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한층 강해졌고, 추가적인 도발수단마저 마땅치 않은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이날 김태효 차장이 “12월에 북한의 ICBM 발사 가능성이 있다”는 동향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 역시 미사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 성격이 짙다.
실제 한·미·일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3국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북한이 연말 ICBM 발사에 나선다면 3국이 미사일 정보 공유 시스템을 적용해 대응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라 랩-후퍼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보좌관은 지난 13일 “우리는 연내에 (3국)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겠다는 약속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으며 실제 며칠(next few days) 내로 가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당분간 동맹·우방과의 연합 독자제재 등 대북 압박 조치에 집중할 전망이다. 커트 캠벨 조정관은 지난 7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며 “우리가 억제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효 차장 역시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를 단념한 적이 없다”면서도 “지금 상태에선 우리가 초점을 두고 집중할 수 있는 역량, 현재로써는 억제 기능부터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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