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수건없어 했더니 갑자기 수건이…도청당한듯" 평양 뒷이야기

"김일성·김정일 사진 살짝 어긋나면 삭제"
"'총 맞은 것처럼'도 북측에서 요청한 것"

2018년 북한 평양 공연에 참여했던 가수 백지영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당시 일화를 전했다.

앞서 백지영은 2018년 4월 남북평화 협력 기원 공연차 평양에 방문한 바 있다. 당시 행사에서 그는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등 곡을 불렀다. 백지영은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조금은 민감한 김정은 뒷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 평양 공연 당시 겪은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며 "하필이면 내가 위원장 바로 뒤에 섰는데 촬영하시는 분이 '앞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뒤에 있는 사람이 안 보일 수 있으니 앉아주시던지 자세를 낮춰달라'고 했다"라며 "그때 갑자기 김 위원장이 '나도 1열인데 낮추란 말이냐'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한 가수 백지영 [이미지출처=백지영 유튜브]

이어 "그랬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고 서로 눈치를 봤다"라며 "알고 보니 농담을 한 거더라. 현실감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평양에서 찍은 특정한 사진은 수행원들이 즉각 삭제했다며 "평양 시내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려 있으면 다 지우라고 했다"라며 "그런데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삐뚤게 나오면 그걸 싹 다 지우더라.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신격화했던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공연 당시 자신이 부른 곡 '총 맞은 것처럼'과 얽힌 사연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북측에서 노래를 정해줬다. 왜 그 두 곡을 골랐는지는 나도 모른다"라며 "북한의 당시 정세가 숙청을 당한 걸 보고 난 다음이라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를 때 너무 이상하더라"고 토로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2011년 정권을 잡은 뒤 수년에 걸쳐 고위층 인사를 숙청해 왔다. 행사가 열린 해에도 여러 간부가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지영은 평양에서 자신이 묵은 호텔의 독특한 점도 짚었다. 그는 "될 수 있으면 호텔 안에서 김일성, 김정일 등의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한 번은 이 호텔 방에 '수건이 없어' 이랬는데, 나갔다 왔더니 수건이 있었다"고 도청을 당했던 것 같다며 털어놨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