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협력 구체화…연해주 대표단 경제·관광시설 둘러보고 北총리도 만나
북한과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일 방북한 러시아 연해주 정부 대표단이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를 만나고 북한 내 주요 경제·관광시설을 방문했다.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5일 1면 기사에서 김덕훈 총리가 전날 러시아 연해주 정부 대표단의 단장인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를 접견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윤정호 북한 대외경제상과 관계 분야의 간부, 러시아 대표단, 블라디미르 토페하 북한 주재 러시아 임시대리대사가 배석했다. 신문은 "담화는 동지적이며 친선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하며 양국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을 과시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연해주 정부 대표단과 어떤 의제를 논의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북한 관영 매체들이 '경제 협조(협력)'를 위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힌 만큼 노동자 파견을 포함한 경제·관광·농업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러시아 대표단이 무역을 담당하는 윤정호 대외경제상과 회담을 가진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신문은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평양과 지방의 여러 곳을 참관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생산 공정의 자동화·정보화 현황을 살펴보고 대동강과일종합가공공장과 평양외국어대학 러시아어 센터를 방문했다. 또 주요 관광시설 중 하나인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도 둘러봤다고 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도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노동신문은 전날 '보건부문 발전에 힘을 넣고 있는 러시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보건·의료부문 현대화 사업의 성과를 조망했다. "러시아는 국가계획 '보건'의 집행 테두리 내에서 하부구조 건설, 심장병 치료를 위한 전문가 양성 등 많은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다.
이는 보건·의료 시설이 낙후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관련 기술이나 장비, 약품 등의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보건·의료 관련 지원은 군사·무기·첨단기술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정치·외교적인 부담이 작은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러시아에서 의료 기술이나 장비, 약품 등을 받는 방식으로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주요 치적사업 중에 하나로 내세웠던 평양종합병원 건설사업의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의료설비 조달 문제에 부딪혀 당초 목표시한이었던 2020년 10월(노동당 창건 70주년)을 3년이나 넘겼다. 이 때문에 북·러 양측이 협력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가 안보리 제재를 무시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틈새를 파고드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대북제재로 자원 고갈에 시달리는 분야를 우선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 창구로 지목된 북·러 접경지역에 위치한 나진항에 지난 14일 100m 길이 대형 선박이 또다시 정박한 것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이날 보도했다. VOA가 나진항 일대를 상업용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 8월 말부터 이번 선박까지 3개월여간 총 22척의 대형 선박이 나진항에서 포착됐다는 게 VOA 측의 분석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10월 나진항을 북·러 간 주요 교역 창구로 지목하면서 "북한의 탄약 창고에서 반출된 화물이 나진항을 거쳐 러시아 선적 앙가라호 등에 실린 뒤, 러시아 항구·철도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서부 국경 근처 창고로 옮겨졌다"고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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