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부장제 가정의 비극

데스크 2023. 12. 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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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 '조이랜드'가 개봉했다.

지금도 여전히 검열 때문에 창작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조이랜드'와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놀랄만하다.

영화는 한 남자와 트렌스젠더와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인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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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이랜드’

파키스탄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고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 ‘조이랜드’가 개봉했다. 인도의 서쪽에 위치한 파키스탄에서 영화는 한 때 인도만큼 큰 인기를 얻었으나 이슬람의 득세와 독재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검열 때문에 창작의 자유가 제한된 상황에서 ‘조이랜드’와 같은 영화가 나왔다는 것은 놀랄만하다. 파키스탄 영화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담해서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내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부부 뭄타즈(라스티 파루프 분)와 하이더르(알리 준조 분)는 아버지와 형님 부부, 조카들과 함께 살고 있다. 분장사로 일하는 뭄타즈와 달리 하는 일이 없는 하이더르는 아내를 대신에 집안일을 도우며 주부의 역할을 충실히 한다. 부부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런 모습이 못마땅한 아버지의 압박에 하이더르는 트렌스젠더 비바(알리나 칸 분)가 춤 공연을 하는 극장에 백댄서로 취업하게 되고 가족에게는 관리자가 됐다고 말한다. 졸지에 집안일을 떠맡게 된 뭄타즈는 힘겨운 생활이 이어지고 여기에 하이더르가 비바에게 매혹되면서 한 가정의 비극이 시작된다.

가부장제의 문제점과 모순을 드러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출산을 제외하곤 남녀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서는 여전히 종교와 관습, 남녀의 성별차이, 가부장적 사회구조로 여성에 대한 온갖 굴레와 속박이 존재한다. 특히 가부장적 전통이 심한 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사회생활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야 하며,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가정을 지키며 정해진 성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는 파키스탄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부부간의 성 문제, 남녀 간의 역할 분담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조명해 가부장제의 부당함과 편협함을 드러낸다.

이슬람 사회에서 남성위주 보수적인 문화와 여성의 억압된 생활을 조명한다. 영화에서는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을 지닌 하이더르는 사회생활을 하라고 강요당하고, 활동적인 뭄타즈는 전업주부가 되라고 강요받는다. 하이더르가 트렌스젠더 비바에게 위로받고 사랑에 빠지는 동안 뭄타즈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외로움 속에서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한 번의 만남 뒤, 하이더르와 결혼한 뭄타즈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압된 삶을 보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한 남자와 트렌스젠더와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보수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인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독특한 분위기와 영상미 또한 돋보인다. 영화는 각본과 연기뿐만 아니라 영상 이미지가 매우 독특하다. 위태로운 상황에 마주한 캐릭터들의 미묘한 심리와 그들의 관계를 영상에 잘 담아내고 있다. 탁월한 영상미와 감각적인 색감을 선보여 촬영 분야에서 오스카라고 불리는 에너가 카메리마쥬의 최고상인 황금 개구리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어두운 밤 네온사인 불빛 속에서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파키스탄의 무희와 정사각형에 가까운 1.33:1의 화면비율은 섬세한 스토리와 함께 감각적인 영상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과거와 달리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크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종교적 그리고 문화적 이유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조이랜드‘는 파키스탄의 가부장제 가정에서의 보수적 가족관계를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된 생활을 지적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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