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위기’ 사이, 기로에 선 K-콘텐츠의 현재 [K-콘텐츠 위기의 실태①]
'출혈 경쟁'이 부른 위기 분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불붙었던 K-콘텐츠 시장에서 “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K-콘텐츠를 ‘믿고 보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지지는 여전하지만, 방송사는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티빙과 웨이브의 연간 적자는 1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를 연이어 배출하며 콘텐츠 흥행을 주도하던 OTT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특히 국내 OTT들의 ‘위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가 1191억원으로 전년 대비 56%가 늘었다. 웨이브도 영업적자 121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두 배로 뛰었다. 왓챠는 같은 기간 영업적자 555억원을 기록하며 존폐기로에 서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환승연애’ 등 드라마, 예능이 연이어 큰 사랑을 받으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여주던 티빙이었지만, 그 사이 제작비 규모는 커지고 플랫폼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를 향한 관심도 전 같지는 않았다. 지난해 ‘약한영웅 Class1’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두 번째 시즌을 글로벌 OTT로 넘겨주게 된 웨이브 또한 글로벌 OTT에 어쩔 수 없이 밀리는 국내 OTT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반등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감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CJENM과 SK스퀘어가 자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자본이 부족한 국내 OTT들이 출혈경쟁을 줄이고 나아가 투자 규모를 키워 글로벌 OTT에 맞서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실제 합병 성사까지는 갈 길이 먼 것은 물론, 합병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중복 가입자들이 많아 결과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
OTT의 급성장으로 위기를 맞은 영화계, 방송가의 상황도 아직 어둡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한 ‘2022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광고비는 15조 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다만 매체별로 보면 방송광고가 4조 2000억원이었는데, 디지털 광고는 그의 두 배에 달하는 9조원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2021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가장 극적인 성장을 만들어냈던 지상파TV는 2022년에 동계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사상 초유의 빅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광고비는 전년대비 1.7% 증가에 머물렀다”고 지상파의 저조한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JTBC는 ‘닥터 차정숙’, ‘힘쎈여자 도봉순’ 등 여러 드라마를 흥행시켰음에도 “올해 예상 적자가 520억원”이라며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지난 7월 정부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위기를 맞은 KBS 또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KBS가 내년 34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임금 동결과 명예퇴직 등 자구책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범죄도시3’, ‘밀수’, ‘잠’, ‘30일’ 등 총 4편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계도 전망이 어두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을 “기회”라며 반기는 이들도 없지 않다. 대중성을 인정받으며 영상 콘텐츠의 원천이 된 웹툰, 웹소설이 대표적이다. 2020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 규모가 6400억원으로 추정된 웹소설 시장이 지난해에는 약 1조 390억원으로 추산됐다. 약 2년 만에 62% 늘어난 것이다. 웹툰 시장도 지난해 연매출 1.5조원을 돌파하며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면서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가 발표한 ‘2023년 전 세계 만화 앱 시장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만화 앱 수익 순위 1위에는 6억 달러를 기록한 카카오가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픽코마’가 올랐다. 이어 2위는 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인 ‘라인망가’, 3위 네이버웹툰, 4위 카카오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가 차지하면서 1~4위를 모두 네이버와 카카오가 휩쓸었다.
위기와 기회 사이, 2024년 행보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송영훈 산업정보팀 팀장 “예측불가능한 내외부적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산업은 퍼플오션”이라면서 “경제가 침체될 경우 소비는 줄어들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콘텐츠의 소비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K-콘텐츠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 수출 잠재력이 높은 중동과 인도, 러시아 등 3개 지역과 국가를 신규 시장으로 설정하고 해당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전통적 시장 공략을 동시하는 등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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