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EU와 3550억원 체납세 소송 승소

EU집행위 항소 기각
6년 법정공방 마무리
유럽 세제개혁 논의 거세질 듯
애플 항소심 영향도 주목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벌인 2억5000만유로(약 3550억원) 상당의 세금 특혜 관련 법적 공방에서 최종 승리했다. 이번 승소로 유럽 주요국에서는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한 세제 개편 논의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아마존에 부과한 체납 세금 납부 명령을 취소한 판결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ECJ는 이날 "룩셈부르크가 아마존에 제공한 세금 혜택이 시장과 양립할 수 없는 부당한 지원이라는 점을 EU 집행위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17년 EU 집행위는 회원국인 룩셈부르크가 아마존에 불법 보조금에 해당하는 세제 특혜를 줬다면서 아마존에 2억5000만 유로가량의 체납 세금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룩셈부르크와 아마존은 EU 집행위의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EU 일반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룩셈부르크는 아마존 측에 선택적인 이익을 주지 않았다며 아마존의 손을 들어줬고, 집행위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아마존은 이번 결과에 환영했다. 아마존은 이날 ECJ 판결이 나온 뒤 성명에서 "(이번 판결로) 아마존이 모든 관련 법을 준수했고 특별 대우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유럽 전역의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에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재판부가 기업이 공정한 세금을 납부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판결은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을 막아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든다는 EU 집행위의 시도에 또 한 번 타격을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적인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의 EU 조세 전문가인 키아라 푸타투로는 "아마존은 10년째 룩셈부르크에서 세금 납부를 회피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허가를 얻었다"며 이번 최종심 결과는 아마존에 대한 ECJ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은 이번 판결이 애플과 EU의 세금 체납 관련 법적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했다. EU 일반법원은 앞서 지난 2020년에도 애플에 130억유로(약 17조6000억원) 규모의 체납 세금 납부를 명령한 EU 집행위의 결정을 취소한 바 있으며, 현재 이 사안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