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 인하 일축했지만…시장 "Fed 따라갈 것" 전망

이지은 2023. 12. 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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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14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향후 금리 인하를 일축했지만, 시장은 ECB가 머지않아 긴축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를 지우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ECB가 독자적으로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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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머지않아 긴축 종료"
美 금리인하 예고 후 따라갈 듯

유럽중앙은행(ECB)이 14일 통화정책이사회에서 향후 금리 인하를 일축했지만, 시장은 ECB가 머지않아 긴축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를 지우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상황에서 ECB가 독자적인 길을 걷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시장이 Fed는 내년 3월, ECB는 4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금리 인하 폭은 1.5%포인트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가자들이 ECB와 영국의 영란은행(BOE)이 내년부터 각각 6분기(0.25% 포인트씩), 4분기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는 머니마켓(단기자금시장) 시장이 향후 유로존의 금리가 1.5%포인트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ECB가 독자적으로 고금리 기조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피벗(pivot·방향 전환)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해 상대적으로 유로화가 강세로 전환하게 될 경우 유로존 국가들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주요 외신은 "Fed가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유로화 가치가 끌어올려져 회원국들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금리를 지속할 경우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점도 과시할 수 없다. 유로존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0.6%, 내년 0.8%를 그리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전문가들은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가 이달 초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는 올해 4분기 유로존이 전 분기 대비 0.1%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분기 성장률이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집계될 경우 유로존은 두 분기 연속 경제가 역성장하는 기술적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유럽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에는 이미 경기 침체가 명확히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독일은 제조업 산업이 크게 위축된 데 이어 재정 건전성 문제로 전례 없는 예산 공백 사태까지 빚어졌다. 프랑스 역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외환 분석가인 리 하드먼은 "ECB가 고금리 기조를 오래 지속할 수록 유로존 경제는 바닥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이유로 ECB가 매파적인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ECB가 물가와 고용 모두를 신경 쓰는 Fed와 달리 물가 잡기에만 치중하고 있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나틱시스은행의 더크 슈하머는 "Fed는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 여부에 민감한 반면 ECB는 물가 안정에 시선이 꽂혀있다"며 "ECB는 Fed에 비해 통화정책에서 더 많은 탄력성을 가지고 있기에 Fed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이사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며 긴축 종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11월에는 전년 대비 2.4%로 떨어졌다"면서도 아직 ECB의 물가 목표치인 2%에는 도달하지 못해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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