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0억 사나이' 오타니, 다저스 입성…"이기고 싶어서 왔다, 발표 전날 결정"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명문구단' LA 다저스의 동행이 시작된다.
다저스 구단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오타니의 입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운영 부문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앞서 오타니는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다저스행을 알렸다.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새겨진 다저스 로고를 올린 그는 "제가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에 대해 모든 팬들과 관계자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우선 지난 6년간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협상 과정에 함께한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에인절스와 함께했던 6년의 시간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이다. 모든 다저스 팬들께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나 자신이 최고의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만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와 다저스의 세부 계약 내용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240억원)였다.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7~2021년 스페인 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계약한 리오넬 메시의 6억 7400만 달러(약 8897억원)였다.
북미 프로스포츠로 범위를 좁혔을 땐 10억 4억 5000만 달러(약 5940억원) 계약을 성사시킨 미국프로풋볼(NFL) 쿼터백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19년 LA 에인절스와 12년 총액 4억 2650만 달러(약 5630억원)에 연장 계약을 체결한 마이크 트라웃이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선수였다.
오타니의 계약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예상이 조금씩 달랐다. 'ESPN'의 제프 파산은 "오타니는 계약 총액 최소 5억 5000만 달러(약 7145억원)를 받을 수 있고, 다른 소식 통은 6억 달러(약 7794억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고,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이미 오타니는 5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6억 달러의 사나이'가 될 수도 있거나 적어도 그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물론 양 측이 연봉 7000만 달러 중에서 6800만 달러를 '지급 유예(unprecedented deferrals)'하기로 하면서 2024~2033년 오타니의 실질적인 연봉은 200만 달러(약 26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타니가 먼저 다저스에 해당 조항을 제안할 정도로 선수와 구단 모두 돈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다.
2018년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밟은 오타니는 데뷔 첫 시즌부터 20홈런을 쏘아 올렸다. 여기에 투수로서 10경기를 선발로 나서는 등 '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2년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2021년부터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기 시작한 오타니는 단숨에 빅리그 톱 레벨의 선수로 거듭났다.
'오타니의 시대'가 왔다는 걸 알린 2021년, 오타니는 타자와 투수로서 각각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투수로서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만화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2022년에는 타자와 투수로 각각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이라는 성적을 남기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빅리그 무대에서 두 자릿수 홈런에 승수까지 달성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오타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올핸 예년보다 빠르게 몸을 만든 오타니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해 일본 대표팀에 힘을 보탰다. 당시 투·타 겸업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면서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2023 WBC는 자신의 가치를 한껏 더 끌어올린 무대였다.
우승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오타니는 곧바로 소속팀 에인절스로 합류, 2023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체력 소모에 대한 주위의 걱정이 컸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오타니는 4월에만 4승-7홈런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5월 타율 0.243 8홈런 20타점으로 페이스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꾸준히 홈런을 생산한 덕분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0승-10홈런, 단일시즌 10승-40홈런을 기록하는 선수가 됐다.
그런 오타니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7월이었다. 손톱 부상과 손가락 물집으로 마운드 위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8월 4일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 도중 손가락 경련을 호소하면서 4이닝만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타니의 건강에 '노란불'이 켜졌다.
결국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1⅓이닝 투구 이후 몸 상태에 이상을 느끼면서 빠르게 교체됐다. 당시 구단은 '팔 피로'라고 했지만, 그는 병원 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 파열 소견을 받았다. '투수' 오타니의 2023시즌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시즌 조기 마감과 함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2024시즌 타자만 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급' 선수가 합류한 만큼 다저스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10일 공개한 2024시즌 다저스 예상 라인업에 따르면, 무키 베츠(2루수)-프레디 프리먼(1루수)-오타니(지명타자)-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게빈 럭스(유격수) 순이었다. 오타니 한 명이 왔을 뿐인데 무게감이 달라졌다. 특히 베츠-프리먼-오타니로 연결되는 다저스의 상위타선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서 단연 최고로 평가된다.
여기에 마케팅 면에서도 '오타니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14일 'CBS스포츠' 등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에인절스 시절과 같이 등번호 17번을 달게 된 오타니가 메시를 제치고 유니폼 역대 최다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메이저리그와 공식 유니폼 유통 계약을 맺은 제조사에 따르면 오타니의 뒤를 이어 메이저리그 사커(MLS) 마이애미의 메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베어스의 QB 필즈 순으로 유니폼이 많이 판매됐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은 "메이저리그의 한 관계자는 오타니가 가진 것을 능가할 선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건강을 갖췄을 땐 투타 겸업이 가능하다. 또 마케팅 면에서 그의 가치는 다저스가 막대한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며 "이 관계자는 '다저스가 6~7년 내로 투자 금액을 회수하게 될 것이다. 오타니는 말 그대로 돈방석인데, 광고 하나의 가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일본에서 오타니는 마이클 조던이자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과거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마에다 켄타 등 일본인 선수들과 함께했던 것을 강조한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일본 야구 팬들이 '다저 블루'가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오타니는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6년간 에인절스 구단에 정말 감사했다. 대단한 여정이었다. 에인절스에서의 추억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는 "마크 월터 구단주,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등에게 감사하다. 내가 만난 팀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훌륭했다. 내겐 정말 힘든 결정이었지만, 결국 한 팀을 선택해야 했고 다저스가 내 선택이었다. 빨리 팀에 합류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매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월드시리즈에서 한 차례 우승했고, 그들은 실패했다고 했다. 승리에 대한 비전과 역사를 가진 다저스는 나와 같은 가치를 공유했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연봉 지급 유예'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던 오타니는 "이기고 싶어서 다저스에 왔다.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받는 걸 미루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은 선수를 영입하고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러한 팀의 방향성에 공감해 지급 유예를 결정했다. (계약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망'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내년까지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그러나 그가 타석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다저스의 계산이었다.
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오타니는 내년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출전하길 바라고 있다. 그는 지명타자로 "(2018년)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개막전에 타자로 출전할 수 있도록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준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타니 2018~2023년 연도별 정규시즌 투수 및 타자 성적
*2018년
-투수: 10경기 51⅔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
-타자: 114경기 326타수 93안타 타율 0.285 22홈런 61타점 OPS 0.925
*2019년
-타자: 106경기 384타수 110안타 타율 0.286 18홈런 62타점 OPS 0.848
*2020년
-투수: 2경기 1⅔이닝 1패 평균자책점 37.80
-타자: 46경기 153타수 29안타 타율 0.190 7홈런 24타점 OPS 0.657
*2021년
-투수: 23경기 130⅓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 158경기 537타수 138안타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OPS 0.964
*2022년
-투수: 28경기 166이닝 15승 9패 평균자책점 2.33
-타자: 157경기 586타수 160안타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OPS 0.875
*2023년
-투수: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
-타자: 135경기 497타수 151안타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OPS 1.066
사진=AFP, USA투데이스포츠, 로이터, A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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