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미룬 추추트레인, '마지막 불꽃' 태운다

양형석 2023. 12.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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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4일 최저연봉 계약하며 은퇴 1년 미룬 한국야구 레전드 추신수

[양형석 기자]

 프로야구 SSG 랜더스 추신수가 2024년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선언했다
ⓒ SSG 랜더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SG랜더스는 올 시즌이 끝난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원형 감독이 물러나고 이숭용 신임 감독이 부임했고 김민재 코치(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와 정경배 코치(한화 이글스 수석코치), 조웅천 코치(두산 베어스 투수코치) 등 코치들과도 대거 결별을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김원형 전 감독을 포함해 모두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서 선수 또는 코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지난 11월 22일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SSG 선수들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올 시즌 20개의 홈런을 때린 베테랑 내야수 최주환이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됐고 랜더스의 간판타자 최정의 동생 최항은 3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무엇보다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대형사건은 2001년부터 올해까지 인천에서만 23년 동안 활약한 '원클럽맨' 김강민이 4라운드로 한화의 지명을 받아 팀을 옮기게 됐다는 점이다.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이 팀을 떠나면서 '추추트레인' 추신수는 졸지에 팀의 외로운 최고령 선수가 됐다. 올 시즌이 끝난 후 현역 은퇴와 선수생활 연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추신수는 14일 SSG와 최저연봉에 계약하고 이를 전액 기부하면서 1년 더 현역으로 활약하기로 결정했다. 현역 연장결정과 함께 내년 시즌 SSG의 주장을 맡게 된 추신수는 KBO리그의 많은 전설들이 그랬던 것처럼 멋진 프로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까.

레전드 타자들의 은퇴시즌 희비

과거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팀에서 방출이 되거나 은퇴를 강요 받아 타의에 의해 현역생활을 마감하는 선수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FA제도가 정착된 후에는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FA자격을 얻으면 2~3년의 다년계약을 맺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유니폼을 벗으며 은퇴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은퇴 시즌의 성적은 선수마다 제각각이다 .

지금은 두산 베어스를 이끌고 있는 이승엽 감독은 2015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와 2년 총액 36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2016년과 2017년 2년 동안 296안타 51홈런 205타점을 기록하며 은퇴 직전 두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승엽은 한일 통산 626홈런 1937타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기고 깔끔하게 현역생활을 마감했지만 사실 은퇴하기 아까운 실력임에 분명했다.

최고의 성적으로 은퇴한 선수를 찾아보면 이승엽을 능가했던 선수도 있었다. 바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은퇴시즌을 보냈던 롯데의 영원한 '빅보이' 이대호가 그 주인공이다. 이대호는 2021 시즌을 앞두고 2년 총액 26억 원에 롯데와 FA계약을 체결하며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했다. 이대호는 그토록 원했던 우승도전에 실패했지만 은퇴를 앞둔 2022년 시즌 타율 .331 179안타 23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물론 장기계약을 맺고 은퇴시기를 정한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만족스런 은퇴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다. 2013년 최고령 타격왕에 등극한 '적토마' 이병규(삼성 수석코치)는 2014 시즌을 앞두고 LG트윈스와 3년 총액 25억 5000만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FA계약 후 2년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116경기 출전에 그쳤고 은퇴시즌이었던 2016년에는 2군에만 있다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 출전하며 현역생활을 마쳤다.

통산타율 .320 311홈런 1358타점을 자랑하는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선수생활 말년은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2015 시즌이 끝난 후 4년 총액 84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김태균은 4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단년 계약을 맺은 2020년 67경기에서 타율 .219 2홈런 29타점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그해 10월 은퇴의사를 밝힌 후 2021년 5월 은퇴식과 은퇴경기를 가졌다.

은퇴 시즌에 주장까지 맡은 추신수    
 
 SSG 추신수
ⓒ SSG랜더스
 
2020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7년 계약이 끝난 추신수는 다음 시즌에 활약할 메이저리그 구단을 알아보던 2021년 1월 SK를 인수한 SSG와 연봉 27억 원의 조건에 계약하면서 한국무대로 돌아왔다. 빅리그 16년 경력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의 복귀에 야구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추신수는 만 39세 시즌이었던 2021년 역대 최고령 20-20클럽에 가입하며 빅리그 출신의 위용을 뽐냈다.

추신수는 2022년 시즌 크고 작은 부상으로 11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16홈런 15도루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했고 키움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6경기에서 타율 .320(25타수 8안타) 6득점을 기록하며 SSG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KBO리그 복귀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고 이는 추신수가 프로 무대 진출한 후 처음으로 차지했던 우승이었다(광저우 아시안게임 제외).

하지만 추신수는 연봉이 10억 원 삭감된 17억 원에 계약한 올 시즌 지난해와 같은 112경기에 출전하고도 12홈런 41타점 65득점 6도루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2021년 국내 복귀 후 매년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도루, 출루율, 장타율이 조금씩 하락하면서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기량하락)'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어느덧 추신수도 만으로 40대가 된 리그 최고령 선수이기 때문에 사실 매년 성적이 하락하는 것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은퇴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추신수는 2024 시즌 후 은퇴를 결정하며 현역연장을 선택했다. 추신수는 SSG와 계약을 체결한 후 "내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하고 싶다"는 바람과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SSG의 새 주장을 맡게 된 이상 개인성적은 물론 팀 성적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메이저리거 시절부터 쌓은 업적을 생각하면 추신수는 이승엽, 이대호에 이어 KBO리그 세 번째 은퇴투어의 주인공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상대적으로 대표팀 경력이 짧다는 것이 추신수에게 불리한 부분으로 꼽힌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은퇴투어 성사여부를 떠나서 추신수가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라는 점이고 야구팬들은 추신수의 현역연장 결정으로 인해 내년 시즌 그의 '마지막 불꽃'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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