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SAT 시험지·정답지 판매' 강남 영어학원 강사 징역 3년 확정
미국 대입자격시험(SAT) 문제를 빼돌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판매한 영어학원 강사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방해죄의 성립, 증명책임, 공소사실의 특정, 불고불리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송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송씨는 2014년 4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외국어고 교사, 브로커 등과 공모해 빼돌린 SAT 시험지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판매해 시험 주관사의 시험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일당은 SAT 시험이 시차 때문에 해외 일부 지역에서 한국보다 몇 시간 늦게 실시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SAT 시험은 미국에서는 1년에 7번, 그 외 국가에서는 1년에 4~5번 실시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 현지 시각 9시에 실시된다. 실제 유럽 등에서 실시되는 시험의 경우 같은 날 한국에서 실시되는 시험보다 평균 8시간 정도 시작 시간이 늦다.
이들이 시험지를 빼돌린 2018년 12월 1일을 예로 들면 국내에서 문제지를 컴퓨터에 저장한 시간이 오전 10시55분, 정답지를 저장한 시간이 11시6분이었는데, 해당 시각의 유럽표준시간은 12월 1일 새벽 2시55분, 뉴욕표준시간은 하루 전날인 11월 30일 오후 9시55분, 하와이표준시간은 11월 30일 오후 3시55분이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상당히 조직적이었다.
먼저 국내에서 시험이 치러지는 당일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간 외고 교사가 시험지를 나눠준 뒤 남은 여분의 시험지를 사무실로 가져와 휴대전화로 촬영해 브로커가 미리 알려준 웹하드 드라이브에 업로드하면, 브로커는 이메일로 시험지를 송씨에게 보냈다.
송씨는 사전에 섭외한 다른 강사들에게 시험지를 풀도록 한 뒤 정답지를 만들어 시험지와 함께 이메일로 유럽 등 해외에서 SAT에 응시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시험 3주 전에 미국에서 전 세계로 발송되는 시험지를 사전에 유출해 판매하는 중국 브로커로부터 구매한 뒤 국내에서 재판매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시험지나 답안지를 판매하며 이들은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6500만원까지 받았는데, 확인된 범죄수익만 약 11억원에 달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범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일부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에서 송씨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일부 시험의 경우 자신이 판매한 시험지와 실제 시험 문제가 달랐다거나, 시험지를 구매한 수험생의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업무방해죄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필요로 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며 송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2심은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 징역 3년으로 형을 낮췄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SAT 시험의 학원 강사인 피고인이 시험지 불법 유출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사전 유출된 시험지를 전달받아 자신의 학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서 전체 범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점, 오랜 기간 수회에 걸쳐 이 사건 각 업무방해 범행을 저지른 점, 그 과정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점, 공정하게 시험에 응하는 일반 시험 응시자들의 신뢰를 해하고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좋은 점수를 얻으면 된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그릇된 사회 풍토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한편 송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외고 교사는 징역 3년, 브로커는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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