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폭주 탓? 쇼핑몰 '요소수 품절 사태'의 진실

김시연 2023. 12. 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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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정밀화학 공식몰 "배송 한 달 이상 걸려"... 정부는 "품절 아닌 배송 차질"

[김시연 기자]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돌연 보류한 가운데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 연합뉴스
 

국내 차량용 요소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롯데정밀화학 공식 쇼핑몰에서 배송 지연 사태가 발생해 '요소수 품절' 논란으로 번졌다.

롯데정밀화학은 14일 현재 계열사인 '롯데온'에서 1인당 요소수 10리터 한 통씩을 판매하면서 "일시적인 주문 폭증으로 인하여 택배 서비스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면서 "주문 후 배송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품절됐지만 정부가 공식몰 못 닫게 해" 답변 논란... 롯데정밀화학 "직원 실수"
 
 롯데정밀화학 차량용 요소수 공식몰인 롯데온에 올린 배송 지연 안내문
ⓒ 롯데정밀화학
 
특히 판매자는 지난 12월 초 고객 Q&A를 통해 "요소수 관련 뉴스로 인해 1~3일 주문 건이 폭증되어 기존에 있던 재고가 전량 품절되었다"면서 "저희도 품절을 걸고 들어온 주문에 대해서만 배송하고 싶지만, 정부에서 공식몰을 닫을 경우 더 큰 혼선을 야기시킨다며 막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혀, 정부의 '입막음' 논란까지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정부가 '요소수 품절' 사태를 감추려고 쇼핑몰을 압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시아경제>도 13일 "일선 주유소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심각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면서 "정부는 판매업체 측에 품절로 인해서 판매를 중단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롯데정밀화학 홍보담당자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정부에서 그런(품절 표시하지 말라는) 요구는 없었다"면서 "공식 쇼핑몰 운영을 맡은 협력사 직원이 실수로 올린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상 평소 처리 물량보다 20배 이상 물량이 몰려 물류 처리가 안 돼 배송이 늦어진 것이지 요소수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주유소 현장에도 요소수가 없어서 못 파는 곳도 없고 오피넷에 요소수 가격 자체도 큰 변동 없이 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정밀화학 공식몰 Q&A 안내문. 판매자가 12월 초 “요소수 관련 뉴스로 인해 1~3일 주문 건이 폭증되어 기존에 있던 재고가 전량 품절되었다”면서 "저희도 품절을 걸고 들어온 주문에 대해서만 배송하고 싶지만, 정부에서 공식몰을 닫을 경우 더 큰 혼선을 야기시킨다며 막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현재 해당 답변은 삭제된 상태다.
ⓒ 롯데정밀화학
 
정부 "품절 아닌 배송 차질... 가격 싸서 주문 폭주"

정부도 "차량용 요소수, 대부분의 주유소와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 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도 최근 주문량이 증가한 일부 업체에서 배송이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대부분 정상 판매·배송중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비료용 요소에 이어 12월 초 산업용 요소 수출까지 제한하면서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차량용 요소수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다른 쇼핑몰의 경우 3000~5000원 정도인 배송료까지 포함하면 한 통당 판매가격이 2만 원을 넘는 반면, 롯데정밀화학 공식몰의 경우 10리터 한 통에 1만 5950원에 무료 배송이어서 수요가 몰렸다.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관계자도 이날 <오마이뉴스>에 "차량용 요소수는 대부분 주유소를 통해 유통되고 온라인 유통 비중은 1% 미만"이라면서 "박스째 사두려는 수요가 요소수를 가장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주문이 폭주하면서 품절이 아닌 배송 차질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5500톤 추가 수입 계약을 체결해 13일 현재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 비축량이 5.1개월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유소 96.8% 재고 보유? '정상 판매' 표시된 일부 주유소도 품절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가운데 6일 고양시 한 주유소 안내판에 '요소수 없음' 문구가 적혀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정부는 "금일(13일) 현재 차량용 요소수의 생산과 공급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3430개 주유소 중 3320개(96.8%)가 정상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도 요소수가 품절됐거나 재고 부족으로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14일 기준으로 오피넷에 '요소수 정상 판매'라고 표시된 서울 시내 주유소 178곳 가운데 3곳을 무작위로 확인했더니, 실제 요소수 공급이 원활한 곳은 한 곳 정도였다.

서대문구 A 주유소는 "지금 재고는 없고 (공급처에서) 이달 말이나 돼야 들어온다고 한다"면서 "중국에서 수입이 안 돼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B 주유소는 "(재고는 있지만) 거래처에서 물량을 받을 수 없어 진짜 급한 분들 아니면 드릴 수 없다"면서 "도매에서 물량을 안 주면 어쩔 수 없는 건 아닌가"라고 말했다.

도봉구 C 주유소는 "물량은 있지만 정부에서 (1인당) 2통 이상 판매는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운송업계 "비축분 덕에 당장 수급 문제 없지만, 가격 인상 우려"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화물운송업계에선 2년 전과 달리 차량용 요소수 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수입시장 변화에 따른 요소수 가격 인상 가능성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 2021년 요소수 대란 이전 10리터 당 1만 원 수준이던 차량용 요소수 1통 가격은 현재 1만 5천 원대로 올랐고,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1리터 당 2천 원을 넘나들고 있다.

화물운송 업계 관계자는 14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2021년에는 요소수 가격이 5~10배 뛰고 수급도 안돼 화물차주와 노동자가 고생이 많았지만, 그 이후 정부에서도 공공비축분을 확보하고 롯데정밀화학도 베트남 등과 계약을 해둬 수급 불안이나 사재기 조짐이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내년 1분기까지는 수출을 통제하고, 수출쿼터제로 이전보다 적게 들어올 수도 있는데 중국보다 비싼 동남아 원료가 들어오면 요소수 원가 비용이 올라 화물노동자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정부도 기업 대상으로 물류비 지원 대책을 주로 내놓고 있는데 화물노동자를 지원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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