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프다" 팬들에게 자필 편지 남기고 '새 도전' 택한 김기동
김명석 2023. 12. 15. 06:03
K리그 명장 김기동(52) 감독이 결국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FC서울 지휘봉을 잡는다. 지난 2019년 포항 감독 부임 후 약 5년 만에 택한 ‘새로운 도전’이다. 포항에서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김 감독은 진심을 담은 자필 편지로 포항 팬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된 서울 팬들에겐 “구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굳은 다짐을 밝혔다.
서울 구단은 지난 14일 공석이던 사령탑 자리에 김기동 감독을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 구단 제15대 감독이다. 서울은 2023시즌 안익수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뒤 김진규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 역할을 맡아 남은 시즌을 치렀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새 감독 선임을 추진한 서울 구단은 포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김기동 감독과 손을 맞잡았다. 김 감독의 선임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시즌에 대비한 K리그 이적시장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그야말로 ‘초대형 이적’이 성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김기동 감독이 포항과 K리그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반등을 넘어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서울 구단이 김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선택한 것만큼이나, 김 감독이 포항 구단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K리그 팬들과 축구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긴 모습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이맘때쯤 포항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던 김 감독이 돌연 팀을 떠나면서 포항 팬들의 심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모기업 투자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갑작스레 팀을 떠나 다른 구단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 등의 감정이 뒤섞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기동 감독은 진심을 담은 자필 편지로나마 포항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포항 구단이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김기동 감독은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 간 포항에서 살면서 포항이라는 도시를 사랑했고, 포항 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 같다. 2019년 첫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다. 하지만 팬 여러분들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적었다.
이어 김 감독은 “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C서울로 이적하려 한다. 시즌을 마치고 여러 구단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주변의 여러 사정들을 모두 고려해서 FC서울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 팬 여러분 중에 이해 못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제게는 또 다른 도전과 과제들이 될 것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프다.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 선수로서의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의 시작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다. 더 큰 사람으로 다시 여기서 뵙게 될 날을 꿈꾸겠다. 앞으로의 제 선택에 지금까지 그래주셨듯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저도 스틸러스 팬 여러분한테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겠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감독이 포항 팬들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였다.
포항 팬들에게 건넨 이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김기동 감독은 포항과 동행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FC서울 사령탑’이 됐다. 서울 구단의 머플러를 두른 채 새 구단을 통해 짤막한 소감 영상도 먼저 공개됐다. 김기동 신임 감독은 연말까지 해외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다 귀국할 예정이라 취임 공식 기자회견은 내년 초에나 열릴 예정이다.
김기동 감독은 서울 감독 부임 결정과 관련해 “다른 조건에서의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음 스텝을 위해 FC서울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팀워크와 빠른 축구를 좋아한다. 빠른 축구 안에서 팀워크를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FC서울에서 나를 선택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잘 선택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FC서울이 옛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FC서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영광의 재현’이라는 김 감독의 포부처럼, 서울 구단 역시 최근 부진을 딛고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게 됐다. 서울은 지난 2016년 K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올 시즌까지 7시즌 중 절반이 넘는 5시즌을 파이널 B그룹(하위 스플릿)에 머물렀다. 2018년엔 심지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러 강등 벼랑 끝까지 몰렸고, 최근엔 4시즌 연속 파이널 B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이미 K리그 무대에서 검증된 명장을 품으면서 이제 다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이미 김기동 감독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다음 시즌 구상을 병행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기존 주축 선수들의 이적, 대형 선수 영입 등 이미 서울 선수단 내부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서울 지휘봉을 잡게 된 김기동 감독은 선수 시절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한 K리그 대표 레전드 출신이다. 선수 생활 은퇴 후엔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리우 올림픽을 경험했다. 2016년 포항 수석코치를 거쳐 2019년엔 포항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최근 5시즌 포항은 2021년(9위)을 제외하고 매 시즌 파이널 A에 올랐고,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 올해 FA컵 우승과 K리그1 준우승 성과를 냈다.
특히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악재 속에서도 이를 전술적 역량 등 지도력으로 극복하고 꾸준히 성적을 내 K리그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김 감독과 맞대결을 앞두고 “편하게 말하면 보통 양반이 아니다. 내가 (전술적으로) 대응할 때마다 이에 또 대응한다. 그래서 경기를 준비할 때 궁금하고 설렌다”고 극찬했다. 경기 중 상대에 따른 전술 변화와 용병술 등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뜻이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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