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홍콩 ELS 투자 손실의 교훈

2023. 12.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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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국영기업 위주의 H지수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폭락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투자상품을 충분히 이해해 해당 상품에 돈을 넣었다기보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은데 수익은 높다'는 취지의 설명에 따라 기본적으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신뢰를 믿고 해당 투자를 비교적 안전한 저축상품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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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최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국영기업 위주의 H지수가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폭락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돈을 넣은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1만2000을 넘던 지수가 최근 6000 이하까지 떨어졌다. 해당 금융상품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대규모 투자 손실에 노출되고 있다. 물론 주가 흐름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이번 사태가 우려되는 것은 해당 상품의 상당 부분이 은행을 통해 팔렸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과거와 거의 유사한 패턴이다. 일반 예금에 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된 투자상품을 은행이 취급하고 이를 사들인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은행은 그러한 투자상품 구조를 충분히 설명했기에 원금손실은 투자자 책임이라는 입장이고, 투자자들은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은행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설명의무를 강화하고, 각종 기록을 증거로 남기도록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조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설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고령자를 비롯한 고객들이 얼마나 파생금융기법을 활용한 해당 투자상품의 손실·이익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심지어 판매 직원도 충분히 구조를 파악했는지 자신하기 어렵다.

대부분 투자자는 투자상품을 충분히 이해해 해당 상품에 돈을 넣었다기보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적은데 수익은 높다’는 취지의 설명에 따라 기본적으로 은행이라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신뢰를 믿고 해당 투자를 비교적 안전한 저축상품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경험과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주가연계상품처럼 원금손실이 가능한 구조의 투자상품을 은행이 판매하는 것 자체에 대한 주의가 요청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고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 대부분이 고령층이고 정기예금 만기 연장이나 공과금 납부 등 단순 업무차 은행을 방문했다가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는 패턴이 이어지는 한 현재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상품 성격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자가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은행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물론 필요하다. 나아가 은행 취급 상품을 원금보전형 저축 개념에 입각한 것으로 아예 제한하는 등의 검토도 필요하다.

금융상품 개념에 있어서 투자와 저축은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다르다. ‘무슨 재앙이 땅에 임할는지 네가 알지 못함이니라’ 전도서 11장 2절 말씀처럼 개인투자자가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알기 어렵고 이에 따라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된 것이 투자상품 개념이다. 반면에 ‘지혜 있는 자의 집에는 귀한 보배와 기름이 있으나 미련한 자는 이것을 다 삼켜 버리느니’ 잠언 21장 20절 말씀처럼 자신의 소득을 삼키지 않고 절약하고 남겨 놓는 것이 저축상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투자와 저축은 구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금융상품 취급 및 판매에 있어 투자 개념에 초점을 둔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 등과 저축 개념에 따라 원금보전에 초점을 두는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권 금융기관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은행 판매 상품을 제한하는 것이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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