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1 더하기 1이 2보다 커지려면

2023. 12. 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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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함께 일하면 늘 성공적일까. 각자 일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까. 둘 이상이 함께 일할 때 단순합산보다 더 큰 성과를 얻는 시너지 효과를 흔히 기대하곤 하지만, 실은 각자 따로 일한 것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개인 한 명씩 보면 우수한데 왜 전체를 이뤘을 때 효과가 반감되는 것일까? 개인으로는 스펙도 화려하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능력자인 데다가 따로 만나면 인품도 괜찮은데 왜 집단에서의 그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걸까?

20세기 초입 전후로 활약했던 프랑스의 농업경제학자 막시밀리앙 랭젤만(Maximillien Ringelmann)은 프랑스 국립농업학교 교수를 지내며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요즘 표현으로 하면 ‘융합적 천재’였다. 전문 분야인 농업공학의 학술업적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발명가로서 만든 매연 농도 측정척도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이 함께 일했을 때의 효과를 측정하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를 사회심리학의 시초라 부르는 후학들도 있다.

「 함께 일한다고 시너지 발생은 착각
오히려 효율 떨어지는 경우도 잦아
자신과 타인의 이익 같이 존중할 때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성공도 가능

과연 몇 명이 함께 줄다리기했을 때 가장 큰 힘을 내는지에 관한 놀라운 그의 실험 결과가 1913년 발표됐다. 한 명이 줄을 당길 때는 가진 힘의 100%를 쓰지만, 두 명은 평균 93%의 힘을, 세 명은 85%의 힘을 쓰고, 네 명은 77%, 다섯 명은 70%로 점차 줄어들더니, 여덟 명이 당겼을 때는 심지어 반도 되지 않는 49%의 힘만 쓰는 것이 아닌가!

랭젤만 교수는 이런 현상을 협업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발생하는 ‘조정 손실(coordination loss)’과 개별 책임감이 떨어져 최선을 다하지 않는 ‘동기 손실(motivation loss)’로 설명했다.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그의 이름에서 따와 영어식 발음으로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 부른다.

집단 속에서 일할 때의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으로 흔히 설명되지만 이런 이유들도 덧붙일 수 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줄을 당기는 순간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전체의 힘이 모이지 않을 테고, 당기는 방향이 서로 다르면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노력 없이 이익을 얻으려는 얄미운 무임승차자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라, 이들은 힘을 쓰는 시늉만 하며 다른 이들에 묻어가려 한다.

개인의 공헌도가 드러나지 않고 책임소재가 모호하니 가진 힘을 전부 쓰면 손해라 생각하는 이도 있다. 아울러 조직의 부속품처럼 느껴져 동기나 의욕을 잃어버기도 한다. 심지어는 조직과 동료를 위한 이타적 행동은커녕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에 해를 끼치는 이기적 행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조직의 팀워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 목표를 명확히 하고 조직을 체계적으로 탄탄히 구성하며, 협력을 증진하는 인센티브 같은 제도를 만드는 방안이 흔히 언급되지만, 연말을 맞아 좀 다른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의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 교수는 주고(give) 받는(take) 인간의 행동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찾아냈다. 자신를 위해 남으로부터 받기만 하고 착취하는 ‘테이커(taker)’가 세상에서 성공하는 듯 보이고, 자기 것을 나눠주기만 하는 ‘기버(giver)’는 대개 실패한다는 세상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 역시 ‘기버’라는 점이었다.

무엇이 과연 남을 위해 베푸는 ‘기버’를 실패자 혹은 가장 성공한 사람이라는 정반대 길로 갈랐을까? 그랜트 교수는 타인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에 관한 관심이라는 두 차원에서 결론을 내렸다. 타인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 어느 쪽에도 관심 없는 이는 무관심한 외톨이로 지낸다.

한편 타인에 관한 관심만 크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이는 실패한 ‘기버’가 되기 쉬웠지만, 타인에 관한 관심 없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는 어느 정도의 성공만 거두는 이기적인 ‘테이커’가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타인과 자신의 이익에 모두 관심을 가지는, 즉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모두 사랑한 이들이 가장 성공한 ‘기버’가 됐다는 점이었다.

어느새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왔다. 연말은 지난 시간의 삶을 정리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적절한 정산의 시점이다. 타인과 조직을 위해서만 올해를 살았다면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셀프 선물을 할 좋은 기회다. 반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면 주위를 돌아보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을 역시 좋은 기회다.

타인을 위한다는 사명만 가지고는 쉬이 지치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서는 공허감을 느낀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핵심은 타인과 자신을 모두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1 더하기 1이 2보다 커지는 방법이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 사회복지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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