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분양 아파트, 어떡해요”… 건설사 부도설, 계약자들 철렁

강창욱 2023. 12. 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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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가 보증… 사업주체 파산하면
분양이행 하거나 분양대금 환급
건설사 파산 땐 시공사 선정 난관


“태영건설 부도설이 돌고 있는데 혹시 법정관리 들어가면 기존에 분양한 ‘○○데시앙’은 어떻게 되나요? 시공사가 바뀌나요? 아니면 아예 분양이 무산될 수도 있나요?”(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환불받으실래요?

전날 출처 불명의 ‘부도 임박설’이 나돌면서 태영건설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 사이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불거졌다. 태영건설 부도설은 낭설로 확인됐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고금리와 높은 물가상승 등을 견디지 못한 영세 분양 사업장이 잇따라 엎어지면서 마음을 졸이는 계약자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30가구 이상 지어 분양하는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선다. 이런 단지는 부동산 개발사나 조합 등 사업주체가 부도를 선언하거나 파산하면 ‘보증사고’로 보고 HUG가 사업 권한과 책임을 넘겨받는다. 사업주체가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때 이 아파트가 이미 분양돼 입주예정자가 있는 경우 아파트를 끝까지 지어서 집을 받을지(분양이행), 그동안 낸 분양대금을 돌려받을지(환급이행) 선택하도록 한다.

HUG는 원칙적으로 분양이행을 하되 보증채권자인 아파트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원하면 환불로 진행하고 사업장은 매각한다. 보증사고 시점에 아파트가 80% 이상 올라간 상태라면 계약자들에게 따로 묻지 않고 분양이행으로 간다. 회생 절차를 시작한 사업주체가 사업을 계속 맡겠다고 하고 실제 그럴 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는 문구지만 입주자모집공고문에는 ‘분양계약자는 사업주체의 부도, 파산 등으로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체를 주택도시보증공사로 변경되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까지는 사업주체가 보증사고를 내는 경우다. 대부분 아파트 분양 사업은 조합 등 발주자인 사업주체가 따로 있고 건설사는 시공사로 참여한다. 건설사가 사업주체까지 맡아 진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때 위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 ‘건설사가 무슨 무슨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건설사는 분양을 대행하는 형식이다. 발주자는 건설사와 시공 계약을 할 때 보통 분양 대행을 함께 맡긴다.

건설사가 망하면

그렇다면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거나 파산하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사업주체가 새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어가면 되는데 이 작업이 가장 큰 난관이다. 사업성이 좋은 곳이라면 건설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겠지만 부도가 날 만큼 빈약한 건설사가 맡았던 사업장은 애초 높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태반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4일 “지금도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수익성 때문에 안 들어가는 분위기”라며 “기본적으로 웬만한 건설사들은 기존 시공사가 부도로 빠진 사업장에 대신 들어가는 걸 꺼리기 때문에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소장이 이상하다거나 발주처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해서 시공사가 부도 나는 경우도 있다”며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이 많아 보니 일단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건설사들이 기피한다”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 아파트를 물려받아 짓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 브랜드가 있는 건설사들이 남이 짓던 아파트 공사로 이익을 남긴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고, 기존에 어떻게 지었을지도 모르는데 거기에 대한 하자까지 다 떠안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LH나 SH 브랜드를 달고 짓거나 아예 브랜드가 없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민간임대 아파트 짓는 정도의 건설사들만 해도 그런 사업지는 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건설사마다 자사 아파트 건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골조 공사만 끝나도 이런 기준을 사후적으로 충족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골조 공사 단계에서 이미 마감에 필요한 부분이 상당 부분 반영된다”며 “예를 들어 창문 옆에 살짝 ‘면치기’(비스듬하게 각을 만드는 작업)를 한다든가 각 회사 기준으로 단열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을 파놓는다든가 하는 노하우가 골조에 다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를 아주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얘기가 좀 다르겠지만 시공하던 건 들어가기가 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공사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을 넘기면 분양계약자들은 HUG에 분양이행과 환급이행 중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이후 절차는 사업주체 부도 등으로 보증사고가 났을 때와 같다.

중도금 이자는 개인 부담으로

보증사고로 사업주체나 시공사가 바뀌면 기존 분양 때 약속된 중도금 대출 무이자 같은 혜택은 사라진다. 중도금 대출 이자는 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계약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HUG 관계자는 “대출 이자 대납은 시공사 등이 제공한 프로모션의 일환이라 보호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도 모집공고문에 적혀 있다.

앞서 2년간 한 건도 없던 분양보증사고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11건(7553억원 규모) 발생했다. 2012년 14건(9564억원)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경기 남양주 덕소6A구역 재개발 사업을 비롯한 8건이 시공사 사유였다.

대부분 건설사는 여러 공사를 맡기 때문에 한 곳만 망해도 여러 사업장이 주저앉는다. 올해 시공사 문제로 보증사고가 발생한 분양 사업지 8곳 중 각각 4건이 대우산업개발과 신일건설이 맡은 공사였다. 지난달 대우산업개발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남양주 덕소6A구역과 경기 평택 현덕 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 부천 삼협연립3차 가로주택정비사업, 천안 부창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이 중단됐다. 신일건설 사업장은 파주 금촌역 신일해피트리 지역주택조합, 논산 일군 스위트클래스, 울산 온양발리 신일해피트리 더 루츠, 울주군 청량읍 신일해피트리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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