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덜란드, 한국 대사 불러 '국빈방문 의전 우려' 전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11~15일)을 열흘 앞둔 지난 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며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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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치해 우려·당부사항 전달" 전문 보고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정상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호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서로 양보하지 않고, 물밑에서 상대에게 양해를 요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네덜란드 측은 외교채널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협의와 조율을 시도했으나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항의 표시로 대사를 초치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치 직후 주네덜란드 대사관은 본부에 전문을 보내 상황을 보고했다. 1961년 수교 이후 62년 만에 처음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이런 의전 갈등이 정상외교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방문은 ‘반도체 동맹’이라는 양국 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번 초치 사태를 복기해 향후 정부 내 소통과 전문성을 강화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려 이어지는 '전문성·소통 부족'
특히 네덜란드 측은 대통령실·외교부·대사관 등 각 채널에서 각기 요구사항을 산발적으로 전달하는 협의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 안팎에선 대통령실 의전 라인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임 김승희 의전비서관은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 출신으로 당시에도 의전 업무의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이번 초치 사태는 이를 보완해야 하는 외교부 의전 라인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대통령실·외교부·대사관 등에서 정보 공유를 통한 업무 성과 증대보다는 정보를 독점해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외교라인 내부에선 “서로 정보를 숨기고 지휘계통도 무시하는 일이 있다”는 불만도 있다. 앞서 지난 7월엔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방문했을 당시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에 대통령실이 “호객행위를 당해 매장에 들어갔다”고 해명한 게 논란이 됐고, 당시에도 의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는 “의전 분야에서 원칙이 흔들리고 업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건 정상외교의 기반과 토대 자체가 부실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초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에서 의전 관련 세부사항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해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며 “네덜란드 측은 우리 의전팀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평가하면서 사의를 수차례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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