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당했다” 10년 만에 최다, 신체폭력 늘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초·중·고교생 비율이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이버·언어 폭력은 줄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후 대면수업이 이뤄지며 신체폭력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2022년 2학기 이후)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자체 조사를 한 전북교육청은 제외했다. 이번 조사에는 초4~고3 재학생 384만 명 중 82.6%(317만 명)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전체의 1.9%(5만9000명)로 나타났다. 지난해 피해 응답률(1.7%)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실시된 2019년 조사(1.6%)보다 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13년(2.2%) 이후 가장 높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늘며 주춤했지만, 정상 수업이 확대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6%였던 학교폭력 비율은 2020년 0.9%로 떨어졌지만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로 늘었다.
학교폭력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이버·언어폭력은 소폭 줄었지만, 신체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언어폭력 37.1%, 신체폭력 17.3%, 집단따돌림 15.1% 순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은 각각 4.7%포인트, 2.7%포인트 줄었지만, 신체폭력은 2.7%포인트 늘었다. 성폭력도 전년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4.3%→5.2%).
신체폭력이 다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그동안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반면, 신체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약화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어폭력 피해가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2013년 조사 이후 꾸준히 3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언어폭력 비율은 지난해에는 41.8%까지 높아진 바 있다. 전수민 변호사는 “언어폭력은 모든 학교폭력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학생들은 별명을 부르거나 욕설, 뒷담화까지도 모두 언어폭력으로 본다”고 말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3.9%로 중학교(1.3%), 고등학교(0.4%)보다 높았다. 본인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라고 답한 초등학생도 2.2%로 중학생(0.6%), 고등학생(0.08%)보다 많았다.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학생도 초등학생(7.9%)이 가장 많았다. 중학생은 4.4%, 고등학생은 1.2%였다. 중·고교의 학폭 피해 응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학생의 응답률은 2013년(2.4%)부터 꾸준히 낮아져 올해는 1.3%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은 2013년 0.9%에서 올해 0.4%로 낮아졌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에 비해 폭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대인관계 갈등, 비속어 사용 등을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 이와 별개로 최근 사이버폭력에 노출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피해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76.1%에서 올해 92.3%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피해 신고 절차가 개선돼 왔고, 학폭 신고 후 최근 가해자와의 분리 일수도 확대되는 등 신고 유인도 커졌다”며 “학폭 사안이 언론 보도나 드라마로 조명되며 민감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언론 보도, 드라마 등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기에 실태조사가 실시돼 전년보다 피해 응답률이 대체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기점으로 다양한 학교폭력 대책의 성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연·최민지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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