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민주유공자법 단독처리…여당 “운동권 셀프유공자법”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유공자예우법 제정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4일 단독 처리했다. 법안이 상정되자 여당은 “순수한 민주유공자를 욕되게 하는 사리사욕에 눈먼 ‘86 운동권’의 셀프 유공자법”(송석준)이라며 반발했지만,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에서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전체회의에선 34분 만에 통과됐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을 제외한 민주화 운동의 사망·부상자와 그 가족 또는 유족을 예우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교육·취업·대출 지원까지 포함했으나, 비판이 커 의료·양로·요양 분야로 지원을 국한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 주요 범죄 실형 선고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예우 대상은 보훈부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4·19, 5·18 외 민주화운동 가족 지원…박민식 “운동권 현대판 음서제도”
민주당은 “12·12 사태 때 김오랑 중령도 이 법을 통해 구제를 받는다”(박재호), “대상자 중 (보훈부에서) 문제가 된다는 반국가 행위자, 폭력 행위자, 특정 정파를 옹호한 자, 노사분규는 빼자고 해서 보훈부에 뺄 권한을 줬다”(김종민)며 법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무위에서 “민주화 유공자의 얼굴에 먹칠하는 반민주적인 법안”이라며 “86 운동권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카르텔 법이자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이 있다. 국민 눈에 오만함의 극치로 보이고, 정무위 역사에 큰 오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 통과 직후 박 장관은 “(수혜) 대상이 911명”이라며 “이한열·전태일·박종철만 거명하면서 (민주당이)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보훈부 장관으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부·여당은 오래 지나지 않아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사건 관련자들도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들이 사망했던 동의대 사건, 활동 자금을 마련한다고 무장강도 행각을 한 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이 전부 민주유공자 심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색 영역에 있는 남민전 사건 2명, 동의대 사건 1명,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1명은 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박 장관은 정무위에서 “민주화의 범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국회의원이 아니고 왜 보훈부 직원이 결정하느냐”는 문제도 제기했다.
민주유공자법은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법률안 심사를 받게 된다. 정무위와 달리 법사위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여당이 키를 쥐고 있다. 야당만으로 처리가 쉽지 않은 만큼, 12월부터 내년 1월에 걸쳐 열리는 임시국회 기간에 본회의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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