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보며 뜨끈뜨끈 족욕·모래찜질
일본 규슈 남부의 가고시마(鹿児島)는 뜨거운 도시다. 도심에서 4㎞ 거리에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있다. 날마다 연기를 뿜는 모습을 보면, 괜찮을까 싶다. 실제로 가끔 불기둥이 보일 정도로 분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가고시마 시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사쿠라지마가 도리어 가고시마의 중요한 관광자원 역할을 한다. 의외의 매력이 넘치는 가고시마를 이달 초 다녀왔다.
용암이 흘러 육지와 연결된 섬

사쿠라지마(桜島·1117m)는 산이자 섬이다. 아니, 정확히는 섬이었다. 1914년 대분화 때 용암이 흘러 육지와 연결됐다. 그래도 배 타고 찾아가는 게 편하다. 가고시마 선착장에서 15분. 선내에서 우동 한 그릇 사 먹으니 도착했다.
항구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해발 373m 전망대를 찾아갔다. 침엽수 우거진 숲 뒤로 금방 용암이 흘러내렸다가 굳은 것 같은 시커먼 산줄기가 또렷했다. 항구 쪽으로 돌아와 족욕장을 방문했다. 바다와 연기 뿜는 산을 동시에 보며 발을 데우다니. 사쿠라지마니까 가능한 이색 경험이었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남쪽으로 45㎞ 내려가면 사쿠라지마와는 다른 ‘뜨거운 맛’이 기다린다. 모래찜질로 유명한 갯마을 ‘이부스키(指宿)’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04년 정상회담을 연 료칸 ‘하쿠스이칸(白水館)’에서 모래찜질을 체험한다. 가운을 입고 모래에 드러누웠다. 사내들이 삽으로 모래를 푹푹 퍼서 머리만 남기고 덮어버렸다. 뜨거운 온천수가 모래 밑에 흐른다더니 50도에 달하는 모래가 정말 뜨거웠다. 심장부터 발끝까지 피가 고속으로 순환하는 기분이었다. 5분 만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찜질을 마친 뒤 양국 정상이 걸었던 정원을 산책했다. 잘생긴 1000그루 소나무와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광이 이채로웠다.
5만원대에 즐기는 고급 오마카세


가고시마 도심 여행도 흥미롭다. 낡은 트램을 타고 최대 번화가 텐몬칸(天文館)을 찾아가 맛집을 순례하거나 쇼핑을 하다 보면 반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참마로 만든 간식 가루칸, 고구마 소주 같은 특산물을 사 가는 사람이 많다. 가고시마는 고기 맛도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흑돼지가 유명하다. 텐몬칸에 자리한 식당 쿠마소테이(熊襲亭)에서 흑돼지 샤부샤부를 맛봤다. 감칠맛이 깊고 고소했다. 가고시마는 일본 전통 소 와규(和牛)도 명성이 높다. 지난해 열린 ‘와규 올림픽’에서 가고시마 와규가 1위를 차지했다.


유례없는 ‘엔저’ 덕분에 일본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가고시마 여행도 어느 때보다 ‘가성비’를 누리기 좋다. 이를테면 올 5월 개장한 5성급 호텔 쉐라톤 가고시마는 평일 2인실 1박 가격이 20만원 이하다. 객실에서 사쿠라지마가 훤히 내다보이고 지하 1000m에서 끌어올린 온천수에 몸도 담근다. 뷔페식당은 점심 5000엔(약 4만5000원), 고급 일식당 ‘사쓰마그마’의 오마카세 코스는 6000~1만엔(5만4000~9만원)이다. 제철 생선회와 흑돼지, 와규가 나온다. 요즘 서울의 특급 호텔 뷔페는 1인 15만~19만원 선이다.
☞여행정보=가고시마의 겨울 기온은 5~15도 정도다. 대한항공이 주 3회 인천~가고시마 노선에 취항한다. 하쿠스이칸 모래찜질과 온천 체험은 4500엔(약 4만원). 쉐라톤 가고시마에 묵으면 사쿠라지마 투어, 모래찜질 등 여러 관광 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가고시마(일본)=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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