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살려낸 흥국생명, 혈투 끝 IBK 꺾고 1위 자리 되찾았다 [삼산:스코어]
(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게 빼앗겼던 선두 자리를 이틀 만에 되찾았다. 에이스 김연경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을 1위로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6-24 22-25 25-18 22-25 18-16)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시즌 13승 2패, 승점 35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11승 4패, 승점 35)과 동률을 이뤘지만 다승과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면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지난 9일 GS칼텍스에게 세트 스코어 1-3(20-25 25-16 25-27 19-25)으로 패했던 아픔을 씻어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IBK기업은행 상대 전승 행진도 이어갔다. 오는 17일 한국도로공사, 20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힘이 빛났다. 김연경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6득점을 책임졌다. 특히 승부처였던 1세트와 3세트, 5세 결정적인 공격을 수차례 성공시키며 '배구 여제'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흥국생명 옐레나는 컨디션 난조 속에 16득점, 공격 성공률 22.81%로 다소 주춤했다. 대신 이주아가 10득점, 레이나가 11득점으로 힘을 보탠 게 승리로 이어졌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연승이 '3'에서 멈춰 섰다. 2세트까지 흥국생명과 대등하게 싸웠지만 중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미들 블로커 임혜림의 공백을 절감했다.
IBK기업은행은 패배에도 주포 아베크롬비의 활약은 빛났다. 아베크롬비는 36득점을 기록하면서 투혼을 불살랐지만 팀 패배 앞에 아쉬움을 삼켰다. 표승주 14득점, 최정민 9득점, 황민경 13득점 등을 기록했다.
▲선발 라인업
- IBK기업은행: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미들블로커 김현정-아포짓 스파이커 아베크롬비-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미들 블로커 최정민-세터 폰푼-리베로 신연경
IBK기업은행은 최근 3연승의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3라운드 첫 경기였던 지난 2일 정관장전을 풀세트 혈투 끝 승리로 장식한 뒤 6일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1, 10일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상승세를 탔다.
하위권으로 쳐졌던 순위도 5위까지 상승했다. 시즌 8승 7패로 승이 패보다 많아졌고 승점도 22점까지 쌓았다. 4위 정관장(7승 8패, 승점 23)과 3위 GS칼텍스(9승 6패, 승점25)의 뒤를 바짝 쫓으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3라운드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부분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며 "선수들이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걸 보면 팀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뜻밖의 부상 악재가 IBK기업은행을 덮쳤다. 미들 블로커 임혜림이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당분간 코트에 설 수 없는 상황이다.
대체 자원도 많지 않다. 오프 시즌 수술대에 올랐던 김희진의 몸 상태가 아직 100% 회복되지 않았다. 미들 블로커진 운영은 최정민과 김현정, 두 선수로 당분간 운영해야 한다.
김호철 감독은 "우리가 미들 블로커 쪽에서는 여유가 없다. 임혜림이 다쳐서 이 부분이 상당히 고민스럽다"며 "임혜림은 다행히 인대가 끊어지거나 파열을 당한 건 아니다. 하지만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임혜림이 올 시즌 상당히 좋아지고 있었는데 이 시점에 다쳐서 안타깝다"며 "김희진도 아직 컨디션이 100%가 아닌데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임혜림이 빠졌다.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없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미들 블로커 이주아-아포짓 스파이커 김미연-아웃사이드 히터 옐레나-미들 블로커 김수지-세터 박혜진-리베로 도수빈
흥국생명은 지난 9일 안방에서 GS칼텍스에게 세트 스코어 1-3(20-25 25-16 25-27 19-25)으로 덜미를 잡히며 9연승을 마감했다.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아오던 현대건설이 지난 12일 페퍼저축은행을 셧아웃으로 격파하면서 승점 차가 뒤집혀 선두 자리를 뺏겼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주전 세터 이원정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게임조에서 빠져 함께하지 못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일단 "9연승이 끊겼지만 선수단 내에서 동요는 없었다. 지금보다 앞으로 포스트시즌, 후반기가 더 중요하다"며 "선수들과 더 좋은 배구를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오늘 경기를 이기기 위해 훈련했다. 중간에 한 번씩 질 수도 있다. 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려 한다"며 "당연히 지고 싶지는 않지만 (1패를 했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1,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맞대결을 모두 세트 스코어 3-1 승리로 장식했다. 다만 IBK기업은행의 최근 경기력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흥국생명은 이원정의 공백이 변수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IBK기업은행이 정말 좋은 순간에 있다. 좋은 배구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라며 "최근 가장 경기력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게임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1세트 지배한 김연경, 기선 제압 성공 흥국생명
흥국생명은 1세트를 먼저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김연경이 6득점, 공격 점유율 28.95%, 공격 성공률 54.55%, 공격 효율 45.45%의 괴력을 뽐내면서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다.
김연경과 '쌍포'를 이루는 옐레나는 IBK기업은행의 집중 견제 속에 다소 고전했다. 5득점, 공격 점유율 50%, 공격 성공률 26.32%로 좋은 스타트를 끊지 못했다.
대신 세터 박혜진이 블로킹 2개 포함 3득점으로 공격 본능을 뽐냈다. 이주아도 2득점을 보태면서 흥국생명의 1세트 공격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
1세트 승부는 접전이었다. 흥국생명이 19-19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김연경의 퀵오픈 성공, 박혜진의 블로킹, 김연경의 오픈 성공, 박혜진의 오픈 성공으로 23-20 리드를 잡았지만 IBK기업은행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IBK기업은행은 22-24 열세 속에 황민경의 퀵오픈 성공으로 1점을 만회한 뒤 아베크롬비의 백어택 성공으로 24-24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듀스로 끌고 가면서 게임 진행을 흥미진진하게 했다.
하지만 1세트 마지막 순간 웃은 건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 최정민의 서브 범실과 곧바로 이어진 아베크롬비의 공격 범실로 손쉽게 2점을 얻어 1세트를 가져갔다.
IBK기업은행은 아베크롬비가 7득점, 공격 성공률 45.45%로 제 몫을 해내고 최정민 4득점, 황민경, 표승주가 3득점으로 힘을 보탰지만 1세트 막판 승부처에서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반격 성공 IBK기업은행, 불 뿜은 아베크롬비와 폰푼의 호흡
IBK기업은행도 2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아베크롬비가 2세트에만 홀로 8득점, 공격 점유율 36.73%, 공격 성공률 44.44%의 무시무시한 스탯을 찍고 IBK기업은행의 반격을 이끌었다.
IBK기업은행 세터 폰푼은 아베크롬비를 비롯한 공격수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뽐냈다. 이따금 기습적인 오픈 공격으로 흥국생명의 허를 찔렀다. 중앙 속공까지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흥국생명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IBK기업은행은 4-4로 맞선 2세트 초반 흥국생명 이주아의 서브 범실을 시작으로 아베크롬비의 백어택 성공, 김현정의 속공 성공, 황민경의 퀵오픈 성공 등을 묶어 12-7로 앞서갔다. IBK기업은행은 꾸준히 3~4점의 리드를 유지하면서 쉽게 2세트를 챙길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흥국생명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흥국생명은 14-18에서 레이나의 퀵오픈 성공, IBK기업은행의 연속 범실로 순식간에 17-18까지 따라붙으면서 IBK기업은행을 압박했다.
IBK기업은행은 이 고비를 버텨냈다. 김현정의 속공 성공으로 20-18로 다시 격차를 벌렸고 아베크롬비의 연속 공격 성공으로 22-18로 도망가면서 한숨을 돌렸다. 24-22에서 아베크롬비의 백어택이 성공하면서 IBK기업은행은 세트 스코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찾아온 '김연경 타임' 흥국생명, 압도적 화력으로 IBK 누르다
흥국생명은 3세트 김연경의 활약 속에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김연경이 3세트 초반 공격을 이끌어주면서 쉽게 점수를 쌓았고 IBK기업은행을 흔들어놨다.
김연경은 3세트 8득점, 공격 성공률 57.14%로 IBK기업은행을 무너뜨렸다. 옐레나도 8득점, 공격 성공률 38.46%로 살아나자 '쌍포'가 터진 흥국생명을 IBK기업은행이 막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4-2로 앞선 3세트 초반 김연경의 연속 오픈 성공, IBK기업은행의 범실, 김연경의 백어택 성공, 옐레나의 블로킹과 오픈 성공, 이주아의 블로킹을 묶어 11-6으로 달아났다.
11-8에서는 김연경의 백어택과 오픈 성공, 김미연의 퀵오픈 성공, 이주아의 속공 성공, 박혜진의 블로킹 성공, 김연경의 시간차 성공 등으로 18-11까지 점수 차를 벌리면서 3세트 승기를 조기에 굳혔다.
3세트 막판에는 1, 2세트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옐레나까지 살아나면서 흥국생명의 화력은 더욱 불타올랐다. 김다솔의 서브 에이스로 점수를 쌓은 흥국생명은 25-18로 3세트에 마침표를 찍고 세트 스코어 2-1을 만들었다.
▲벼랑 끝 탈출 IBK기업은행, 천신만고 끝 5세트로 끌고 가다
IBK기업은행은 IBK기업은행은 아베크롬비가 구원자로 나섰다. 아베크롬비는 4세트 9득점, 공격 성공률 52.94%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패배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IBK기업은행은 10-10으로 맞선 3세트 중반 흥국생명의 범실, 아베크롬비의 퀵오픈 성공, 표승주의 블로킹 등을 묶어 14-10의 리드를 잡고 5세트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키웠다.
14-12에서는 아베크롬비의 퀵오픈, 백어택 성공, 황민경의 퀵오픈 성공, 폰푼의 블로킹, 김현정의 속공 성공, 황민경의 블로킹 등으로 착실하게 점수를 쌓아 21-15로 달아났다.
IBK기업은행은 흥국생명의 김연경을 앞세운 집요한 추격에 23-23으로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흥국생명 김연경의 공격 범실과 표승주의 퀵오픈 성공으로 25-23으로 4세트를 삼키면서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4세트 홀로 12득점, 공격 성공률 58.82%로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옐레나가 컨디션 난조로 코트 밖으로 밀려난 뒤 다른 국내 선수들의 공격이 원활하지 못해 승점 3점을 놓쳤다.
▲최후의 승자는 흥국생명, 혈투 끝 되찾은 선두 자리
흥국생명은 5세트 마지막 순간 웃었다. IBK기업은행이 주포 아베크롬비의 활으로 5세트 막판 13-11의 리드를 잡았지만 흥국생명은 포기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레이나의 연이은 공격 성공 속에 13-13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IBK기업은행의 공격 범실로 14-13으로 게임을 뒤집었다.
흥국생명은 동점을 허용했지만 17-16에서 레이나의 공격 성공으로 길고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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