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진 키스그룹 회장, 무일푼 美 교포…네일·속눈썹 강자 ‘금의환향’
최근 완도군은 제8회 장보고한상 어워드 시상식에서 미국 글로벌 뷰티 기업 키스그룹 장용진 회장이 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장보고한상 어워드는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 영토를 해외에 확장하는 데 공로가 있는 재외동포 경제인 가운데 한인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한상(韓商)에게 주는 상이다.
키스그룹? 이름부터 낯설고 생소하다.
키스그룹 어떤 회사
장 회장은 미국 이민 후 혈혈단신 회사를 키운 당대 매출 1조원 기업 창업자다. 키스그룹은 ‘살롱을 집으로’라는 구호 아래 패션 네일과 인조 속눈썹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뷰티 전문 회사다. 장 회장이 미국에서 창업해 1992년 미국 유통 회사 ‘월그린(Walgreens)’에 18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내놓고 세포라(Sephora),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 주요 편의점(CVS)을 비롯해 아마존 등 온라인 시장까지 진출했다.
설립 15년 만인 2000년대 중반에는 네일 제품군 세계 최대 기업으로 거듭났다. 13개 해외법인을 통해 전 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며, 올해 11월까지 연 매출액은 1조5000억원(연초 대비 누적 기준)을 넘겼다.
당시 친동생이 네일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느냐 제안했다. 일찍이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살짝 두려웠다고. 그런데 네일 시장을 알아보니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결국 승낙하고 대신 유행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이주하기로 했다. 뷰티 사업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유행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때가 1986년이다.
시작은 네일숍이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값비싼 뷰티 살롱을 찾을 여유가 없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문제는 고객이 손톱 관리를 정기적으로 받으러 와야 한다는 것. 장 회장은 ‘언젠가는 네일숍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도 이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뷰티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혁신 제품 개발하고도 판로 막막
199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도 생소하면서 혁신적인 제품이었던, 단 몇 분 만에 완성되는 DIY 네일을 드디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네일숍에 간 것처럼 간편하게 네일아트를 하고 싶어 하는 고객 수요를 파악해 접착제 없이도 간편하게 부착 가능한 데다 트렌디한 스타일의 네일팁을 개발했습니다. 4개의 특허를 받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죠. 그때만 해도 세상에 내놓기만 하면 잘 팔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통 업체들은 ‘생소하다’며 외면했다. 동생과 둘이 미국 전역을 교대로 운전해 가면서 열심히 방문 판매를 다녔다. 그럼에도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50군데를 방문하면 거래가 성사되는 곳은 고작 3~4군데에 불과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지속되는 냉대 속에 자신감이 낮아지니 하루에도 수십 번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러던 중 한 대형 유통사와 독점 거래를 성사시키고 뉴욕 총판을 담당하게 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키스그룹 네일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다양한 뷰티 상품을 특집전처럼 꾸며 매장을 구성할 수 있는 지위를 얻게 되면서 사업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호사다마. 장 회장 측과 독점 거래 계약을 맺었던 회사가 총판권 계약을 어기고 다른 업자를 통해 더 싼값에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서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장 회장은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브랜드’가 없어서 이렇게 됐다 생각하고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입을 맞추던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키스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브랜드로 위기 탈출
감사의 마음이 담긴 키스는 진짜 효자가 됐다. 키스 브랜드를 달아 제품을 내놓자마자 뉴욕의 작은 소매점 십여 군데에서 판매망을 내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제노베제(Genovese), 월그린 등 유명 유통 채널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이후 월그린에서 판매 실적 1위 상품으로 당당히 선정되면서 사업이 순풍 가도를 달렸다. 4000스퀘어피트(sq ft) 규모의 기존 창고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사업을 감당하기 너무나 협소해서 1년 만에 2만2000스퀘어피트 대규모 창고로 이전하고, 그로부터 1년 후 또다시 6만5000스퀘어피트로 확장했을 정도로 사업에 불이 붙었다.
이런 와중에 또 하나 성장동력을 찾았다. 인조 속눈썹이다. 키스그룹은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글루 라이너’로 히트를 쳤다. 이 제품은 마그네틱 아이라이너 속눈썹, 전용 글루, 아이라이너가 일체형으로 결합돼 있어 가벼운 착용감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에도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개발해 300개 이상 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키스그룹은 미국 내 6만개가 넘는 대형 유통 업체 가운데 뷰티(Beauty) 분야 판매량 3위에 올라 있다. 네일, 속눈썹 외에 화장품, 헤어 전자기기 등으로 제품을 확장했고 ‘임프레스(imPRESS)’ ‘폴스카라(Falscara)’ 등 키스그룹 산하에 다양한 브랜드도 두고 있다.
장 회장은 이제 한국에서의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미 삼성동, 판교와 경기도 광주에 지사를 설립하고 연 7000만달러어치가량 한국 뷰티 제품을 미국에 유통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인턴십, 취업 비자 지원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는가 하면, 2005년도부터 매년 한국 청소년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어학 연수 프로그램 ‘키스비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키스비전 프로그램’ 수혜자는 벌써 300명을 넘어간다.
장 회장은 “K뷰티의 본고장인 한국에 키스그룹 제품을 적극 소개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노 글루, 원터치 NEW 속눈썹’ 브랜드 ‘OLLIO(올:리오!)’를 선보였다. 그는 “올해부터 한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일본 오프라인 진출까지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K뷰티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지금 시점에 아시아 사업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고 기대가 큽니다. ‘열정과 혁신 속에 최고의 제품을 창출해 아름다움에 공헌한다’는 키스그룹 비전을 한국에서도 제대로 펼쳐보겠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8호 (2023.12.13~202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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