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2028년 장기 계약+최고 연봉…골결정력 'PL 2위' 위력 계속 된다

김현기 기자 2023. 12.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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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그야말로 대반전이다.

골결정력 부족한 계륵이 불과 4개월 만에 팀의 주포이자 장기계약 체결 에이스로 바뀌었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의 간판 골잡이 황희찬 얘기다.

'코리안 가이' 황희찬이 장기 계약 체결을 눈 앞에 두면서 구단 최고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연봉이 순식간에 3배 뛰었다.

이적시장 전문가들이 속속 황희찬의 새 계약 확정 소식을 알리고 있다. 유럽 축구 소식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울브스와 황희찬은 새로운 거래에 합의했다. 새 계약은 2028년 6월까지 유효하며, 연장 옵션이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새로운 계약으로 황희찬은 클럽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같은 수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최고의 선수들 중 한 명을 위한 울브스의 거대한 움직임이다"라고 덧붙였다.

◆입단 2년 만에 울브스 핵심 공격수로

지난 2021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으로 임대된 황희찬은 이듬 해 완전 이적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은 그의 울버햄프턴 3번째 시즌이다. 황희찬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 없이 이번 시즌엔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다.

2023/24시즌 개막 후 황희찬은 현재까지 리그에서만 8골을 2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리그컵에서도 한 골 넣으면서 시즌 10호골을 목전에 뒀다.

놀라운 득점력을 과시하며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5위에 올랐다. 올시즌 황희찬보다 더 많은 골을 터트린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14골), 모하메드 살라(리버풀·11골), 손흥민(토트넘 홋스퍼·10골), 제로드 보언(웨스트햄 유나이티드·9골)까지 단 4명뿐이다.

황희찬이 울버햄프턴 구단 최초로 홈구장 6경기 연속골을 터뜨려 화제가 됐다. 신기록이다. 9월과 10월에 걸쳐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로 팀에 중요한 순간 승점을 안겼다. 그는 10월 울버햄프턴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황희찬 활약상은 울버햄프턴이 그에게 새로운 계약서를 내밀기에 충분했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11월 "황희찬의 기존 계약은 2026년에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이번 시즌 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구단은 그의 경기력에 추가 계약으로 보상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황희찬도 울버햄프턴에 남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어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그는 개리 오닐 감독과 일하는 걸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약 연장이 예상된다"며 재계약 성사를 시사했다.

그런 가운데 이적시장 전문가 중 한 명인 이탈리아의 프리랜서 언론인 니콜로 스키라가 지난 11일 SNS을 통해 "울버햄프턴은 황희찬과의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설명했다.

이어 공신도 높은 로마노가 마침내 황희찬이 울버햄프턴과 연장 옵션이 포함된 5년 재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1996년생 황희찬이 구단과 2028년까지 계약한다는 건 최대 32살까지 뛴다는 의미로, 사실상 울버햄프턴에서 전성기를 보낼 생각이라는 뜻이다. 울버햄프턴이 연장 옵션까지 성사시키면 황희찬은 거의 종신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울버햄프턴 레전드로의 길을 밟고 있다.

황희찬은 재계약을 대가로 황희찬은 구단 최고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다. 축구선수들의 급여를 추산하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현재 울버햄프턴 최고 연봉자는 468만 파운드(약 77억원)를 수령 중인 파블로 사라비아이다. 현재 주당 3만 파운드(약 5000만원)를 받고 있는 황희찬은 연봉으로 156만 파운드(약 26억원)를 수령 중이다.

황희찬이 사라비아와 같은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면 앞으로 현재 급여의 3배 가까운 금액을 수령하게 된다.

구단이 황희찬에게 특급 대우를 해주는 이유엔 올시즌 그의 뛰어난 활약상뿐만 아니라 울버햄프턴 사령탑 오닐 감독이 황희찬의 재계약을 강력히 원하는 점도 포함됐다.

지난 11월 황희찬의 재계약에 관한 질문을 받은 오닐 감독은 "물론 그러길 바란다. 아직 진척된 건 없지만 클럽은 분명히 차니(Channy)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라며 "난 차니의 열렬한 팬이므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차니'는 울버햄프턴 내에서 불리는 황희찬의 애칭으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쏘니(Sonny)'라고 불리는 것처럼 황희찬 이름을 따다 만든 별명이다.

이어 "내가 클럽에 도착한 이후 황희찬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요구한 것들을 모두 받아들였다"라며 "골 장면도 매우 좋았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프로 의식이나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근성과 결단력으로 요구 내용을 수행하는 방식도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황희찬은 팀과 구단에서 중요한 선수다"라며 "우리가 현재 황희찬의 계약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그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오닐 감독은 지난 10일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황희찬은 우리의 핵심이다. 그의 8골을 정말 인상적이다"라며 "그는 지능적이고, 상황을 잘 이해하고, 위치를 파악해 어느 타이밍에 골을 넣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라며 다시 한번 황희찬을 칭찬했다.

오닐 감독의 바람대로 울버햄프턴은 황희찬한테 구단 최고의 수준의 대우를 약속하면서 장기 재계약에 성공했다. 명실상부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가 된 황희찬의 공식적인 재계약 발표가 언제쯤 나올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안에 황희찬 새 계약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16경기 9골…멀티골 없고, 3경기 연속 무득점 없다

황희찬의 2023/24시즌은 180도 대반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리그 최고의 골결정력을 자랑하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황희찬은 지난 8월20일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브라이턴 호브 앤드 앨비언과의 홈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홈팀이 0-4로 크게 뒤진 후반 10분 파비우 실바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아 5분 뒤 시즌 첫 골을 넣었다. 함께 교체로 들어갔던 파블로 사라비아가 오른쪽 코너킥을 올렸고 볼이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에게 배달되자 그의 헤더가 원정팀 골망을 출렁였다. VAR에 곧장 들어갔으나 황희찬의 골로 인정됐다.

2호골은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나왔다. 9월3일 열린 팰리스와 원정 경기에서 울버햄프턴이 0-1로 뒤진 후반 15분 파블로 사라비아 대신 교체 투입되고는 5분 뒤인 후반 20분 역시 헤더로 동점포를 터트렸다.

상승세를 이어간 황희찬은 같은 달 16일 열린 명문 리버풀전에서 3호골을 쏘아올렸다. 전반 7분 리버풀 공격을 차단한 울버햄프턴은 왼쪽 측면에 있던 페드루 네투가 60m를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 3명을 순식간에 뚫고 반대편으로 낮게 크로스했다.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와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에 볼이 절묘하게 떨어졌고, 이때 황희찬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쐈다.

이어 리그컵에서 2부리그 입스위치를 만나 시즌 4호골을 터트린 황희찬은 지난 시즌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 골문에 시즌 5호골이자 프리미어리그 4호골을 때려박았다.

9월30일 맨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황희찬은 계속해서 역습 때 맨시티 수비 뒷공간을 노렸는데, 결국 역전골로 성과를 만들었다. 후반 21분 역습으로 시작된 공격에서 공이 페널티박스 우측에 위치한 황희찬 쪽으로 흐르자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 첫 번째 슈팅이 수비에 걸렸지만, 황희찬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쇄도했다. 문전 앞에서 쿠냐가 수비에 막힌 볼을 잡아 재차 내주자 황희찬은 두 번째 슈팅은 제대로 밀어 넣으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이 골은 2-1 승리 결승포가 됐다.

프리미어리그 5호골은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 애스턴 빌라전에서 나왔다. 10월 9일 열린 홈 경기에서 황희찬은 후반 8분 0-0 균형을 깨트리는 선제골을 쏘아올렸다. 이번 시즌 황희찬과 함께 측면에서 펄펄 날고 있는 네투가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트리며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하고 빠른 돌파를 시도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 때 황희찬이 쇄도하면서 왼발로 밀어넣었다. 황희찬은 이날 득점 뒤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코피를 막기 위해 콧 속에 집어넣었던 솜을 집어던지며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이어 시즌 7호골이자 프리미어리그 6호골은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오른 강팀 뉴캐슬전에서 터졌다. 10월29일 홈 경기에서 후반 26분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이 자신의 7호골 시발점이 됐다.

박스 안으로 들어온 프리킥을 포프 골키퍼가 밖으로 쳐냈는데, 울버햄프턴이 이를 다시 박스에 다시 밀어넣었다. 이 때 황희찬이 공을 잡았다. 황희찬은 침착하게 왼발 슈팅을 날리는 모션을 치하며 상대 수비수의 슬라이딩 태클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수비수를 한 명을 완벽하게 제친 뒤 니어 포스트를 노린 반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스코어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풀럼전에서 시즌 8호골을 완성했다. 전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되면서 땅을 친 황희찬은 후반 30분 기어코 2-2 동점포를 터트렸다. 골키퍼 조세 사의 롱킥 때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페널티지역 선상에서 상대 반칙을 얻어낸 것이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황희찬이 후반 30분 이를 직접 차 넣으며 2-2를 만들었다. 황희찬은 관중석 키스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키커를 놓고 황희찬과 마테우스 쿠냐가 옥식각신했지만 황희찬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페널티킥을 얻어낸 공격수가 황희찬이었기 때문에 명분도 충분했다. 결국 득점으로 성공시켰다.

이어 지난 6일 번리전에서 시즌 9호골이 터졌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8호골이기도 했다. 예상 외로 번리의 저항이 거세던 전반 막판에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포를 쐈다.

전반 42분 번리 수비 진영에서 패스 미스가 나왔고, 이를 파블로 사라비아가 공을 탈취한 뒤 중앙에 있던 쿠냐에게 내줬다. 쿠냐도 곧바로 박스 오른쪽에서 노마크 상태로 대기하던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공을 잡은 황희찬은 바로 슈팅을 때리지 않고 한 번 페인팅을 준 뒤 골키퍼가 흔들린 틈을 이용해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황희찬의 슈팅 스킬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황희찬의 올시즌 득점포 행진 특징은 3경기를 쉰 적이 없다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 2, 4, 5라운드에 득점한 황희찬은 리그컵에서 골을 넣더니 다시 7, 8, 10라운드에 골 맛을 봤다. 그리고 두 경기 무득점에 그친 것을 만회하듯 13라운드 풀럼전에서 다시 득점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골을 넣은 번리전은 15라운드였다.

◆레전드와 명장들의 극찬

황희찬의 득점포 퍼레이드는 축구종가에서 활약하는 레전드 공격수들, 그리고 명장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만드는 중이다. 

황희찬의 해결사 능력을 극찬하고 있다.

우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으로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축구 셀러브리티인 개리 리네커가 황희찬을 극찬했다.

시어러는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개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증명할 것이 많았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리네커 또한 울브스가 외려 더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것이 맞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울브스가 VAR(비디오 판독)로 5점 가까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울브스는 지난 리그 10라운드에서는 주심의 황당한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내주기도 했다. 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박스 내에서 뉴캐슬의 파비안 셰어에게 태클을 거는 듯해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황희찬 발은 셰어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그러더니 황희찬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리네커가 크게 칭찬했다. 울브스 업그레이드 중심에 그가 있다는 뜻이었다.

리네커는 "(윙어)페드로 네투가 부상을 입었지만 황희찬이 정말 잘한다"며 "골도 몇 번 넣고 도움도 기록하고 있다. 공격 여러 방면에서 잘 한다"고 크게 칭찬했다.

리네커가 이번 시즌 선전하고 있는 토트넘과 울브스 등 두 팀을 칭찬하면서 특정 선수를 지목해 칭찬한 것은 황희찬이 거의 유일했다고 할 만큼 좋은 평가를 내렸다.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했던 그가 보기에도 황희찬이 눈에 띄는 것이다.

황희찬은 리네커 외에도 2020년 전후로 프리미어리그를 휘어잡고 있는 두 명장, 위르겐 클롭(리버풀)과 펩 과르디올라(맨시티)에 연달아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클롭 감독은 지난 9월16일 울버햄프턴 원정 경기를 앞두고 "(울버햄프턴이) 중요 자원들을 잃어버린 것은 맞다. 그럼에도 그들의 선수단을 보면 '정말 좋은 팀이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황(희찬)이나 사샤 칼라이지치 같은 (위협적인) 선수들은 선발로 출전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드루 네투 같은 유형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황희찬은 클롭 감독이 교체로 나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방증하듯 리버풀전에서 전격 선발로 나와 전반 초반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골망을 출렁였다. 울버햄프턴이 전반전을 1-0으로 앞서는 중심에 섰다. 물론 홈팀이 후반에 3골을 얻어맞아 역전패했지만 황희찬은 자신의 가치를 클롭 감독 앞에서 입증한 것이다.

이어 과르디올라 감독은 9월30일 역시 울브스 원정을 앞두고 황희찬의 이름을 몰라 "코리안 가이"라고 부르면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울버햄프턴전을 앞두고 "우린 항상 울버햄프턴과의 경기에서 고전했다. 마테우스 누네스 등 몇몇 선수들이 떠났지만 울버햄프턴엔 퀄리티 갖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페드루 네투, 마테우스 쿠냐, 그리고 그 한국 선수는 정말 훌륭하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정확히는 "더 코리안 가이(The Korean guy)"라고 칭했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코리안 가이'라고 했는데 이 표현이 한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화제가 됐다. 울버햄프턴은 '더 코리안 가이' 셔츠까지 내놓을 정도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평가는 정확했다. 황희찬은 맨시티전에서 결승포를 터트려 지난 시즌 '유러피언 트레블' 주역을 쓰러트렸다. 그러자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의 성을 기억한 듯 "황"이라고 정확하게 발음했다.

황희찬을 시즌 초반 벤치에 앉혔던 오닐 감독 역시 이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면서 황희찬을 치켜세웠다.

지난달 오닐 감독은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 5호골을 넣을 때까지 슈팅이 11개밖에 되지 않아 프리미어리그 골전환율 1위를 달리는 것에 주목하면서 "100반먼 쏘면 들어가는 중거리슛보다는 황희찬처럼 위치 선정을 잘 해서 정확하게 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극찬했다.

황희찬은 이런 축구종가에서의 확 달라진 평가에 고무된 모습이다.

그는 과르디올라의 칭찬으로 화제가 된 지난 10월 A매치 기간에 "코리안 가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는 질문에 "별명이 지루해질 때쯤 되면 계속 하나씩 나오는 것 같다. 일단 긍정적인 별명인 것 같아서 기쁘고, 코리아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외국에서 알릴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그런 재밌는 별명까지 붙어서 좋았다"고 했다.

"맨시티전 전에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름이 안 떠올라서 한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름을 알려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엔 "경기 전에 많이 보내줘서 봤다. 항상 경기 전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있건,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건 나의 경기력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며 "사실 순간적으로 이름이 생각 안 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감독님이 실력적인 부분에서 언급해 준 것이기 때문에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며 기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코리안 가이' 호칭과 맨시티전 골에 대해선 "유럽 쪽에서 반응이 더 많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던 것 같다. 티셔츠도 구단에서 선물로 많이 줘서 챙겨놨다"며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적설→장기 계약 대반전

사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앞두고 이적설이 나올 만큼 울버햄프턴에서 애매한 존재였다. 스피드와 돌파 등 재능은 훌륭한데 부상이 잦은데다가 골결정력이 떨어져서였다.

그러다보니 잉글랜드 2부 구단, 이탈리아 세리에A 등으로의 이적설에 시달렸다.

황희찬은 특히 주전 경쟁에서 치고 나가야 하는 타이밍에 번번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특히 햄스트링 부위를 자주 다쳐 폭발적인 드리블이 주 무기였던 황희찬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32경기에 나와 4골3도움만 기록하며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지난 겨울부터 방출설이 돌더니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잉글랜드는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구단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울버햄프턴도 황희찬을 방출할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여름 몰리뉴뉴스는 "울버햄프턴은 최근 막대한 지출을 했다. 일부 선수들을 판매할 시점에 이르렀다. 후벵 네베스가 방출 1순위로 거론되고 있으며, 황희찬에 대한 언급도 있다. 많은 팀들이 황희찬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고,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알힐랄로 떠난 네베스를 포함해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현지에서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조세 무리뉴 감독의 AS로마, 독일 볼프스부르크 등을 황희찬의 새로운 행선지 후보로 거론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이적 대신 잔류를 택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울버햄프턴과 함께 유럽클럽대항전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지잔 여름 황희찬은 구단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시즌 시작이 좋지 않았다. 첫 10경기에서 우리는 이기지 못했고 많은 경기를 졌다. 하지만 우리는 반등하려고 노력했다"라며 "겨울 휴식기와 월드컵 이후 우린 잘 뛰었고 원하는 대로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아주 좋았던 순간이었다. 시즌 후반부에 우린 홈에서 정말 잘 싸웠고 팬들과의 시간을 즐겼다.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해 정말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물론 우리는 리그에 잔류할 충분한 수준이 된다고 느꼈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믿음을 가져야 하고 선수단에 케미스트리(화합적 결합)가 있어야 한다.우리는 단지 훈련할 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도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팀으로서 유대감을 갖는 데 정말 도움이 됐다"라고 팀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매 경기를 이기려고 했고 우리가 원정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잘 반등한 것이 이러한 유대감 때문이고 필요한 경기에 이기며 잔류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 우리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 시즌 내 목표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우린 좋은 선수들이 많고 보여준 것 이상으로 더 보여줄 수 있다"라면서 "우리는 높은 위치로 갈 수 있는 수준이다. 난 울버햄프턴에서 무언가 이뤄내고 싶다. 팀과 유럽대항전에 나가고 싶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라고 울버햄프턴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희찬은 식습관도 바꾸며 부상 방지에 힘을 쏟았다. 덕분에 이번 시즌은 아직까지 큰 부상 없이 활약하고 있다. 또한 훌렌 로페테기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오닐 감독의 눈에도 들면서 입지를 굳혔다.

처음에는 벤치에서 시작했다. 오닐 감독이 개막 후 2경기에서 황희찬을 벤치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올시즌 황희찬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황희찬은 실력으로 위기를 타파했다.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에서 교체로 나와 시즌 첫 골에 성공했던 황희찬은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에서도 교체 투입 후 득점을 터트려 오닐 감독 체제에서 선발 멤버로 등극했다.

이후 황희찬은 5라운드 리버풀전부터 시작해 12라운드까지 리그 12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 성공했다. 특히 9라운드 본머스전부터는 8경기 연속 풀타임 활약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황희찬은 현재까지 리그에서만 8골2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했다. 리그컵에서도 한 골 넣으면서 시즌 10호골을 목전에 뒀다.

브라이턴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후 활약은 눈부혔다.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 5라운드 리버풀을 만나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맨시티전에서도 득점했다.

특히 리버풀전과 맨시티전에서듸 골은 그간 이름도 잘 몰랐던 황희찬을 프리미어리그가 확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골결정력이 탁월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영국의 축구 전문 매체 '풋볼 365'는 지난 12일 프리미어리그서 가장 좋은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를 꼽으면서 황희찬을 같은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에 이어 2위에 올려놔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기대득점(xG)값에서 6을 기록했으나 실제 득점은 10골을 넣었다. 넣었어야 할 골보다 4골 더 넣은 셈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올 시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8시즌 연속으로 해당 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토트넘 홋스퍼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가동하는 전술을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고 표현했다.

황희찬 또한 xG값과 실제 득점간의 격차가 +4다. 황희찬의 xG값은 4인데 올 시즌 그는 벌써 프리미어리그 8골을 넣고 있다. 매체는 소속팀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울브스)의 감독 오닐 발언을 인용하며 찬사를 보냈다. 오닐은 지난 10일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은 득점할 수 있는 위치에 언제 도달해야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선수"라며 극찬했다.

지난 2022/23시즌 32경기 4골(프리미어리그 3골)에 그치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입지가 줄어드나 싶었지만 시즌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자신이 세운 득점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황희찬은 현재 리그 득점왕 7위로 1위에 올라있는 맨시티의 엘링 홀란과 6골 격차를 두고 있다.

반면 황희찬보다 득점이 많은 홀란과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는 상위 10위에 들지 못했다. 두 선수는 xG값과 실제 득점간의 격차가 적기 때문이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FbRef'에 따르면 살라는 xG값이 10.6으로 실제 득점인 11골과 0.4의 차이가 난다. 넣을 골을 넣은 셈이다.

홀란은 조금 낮다. xG값은 14.8에 해당하지만 실제 득점은 14골이다. 사실상 한 골을 날린 셈이다. 황희찬이 골결정력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울버햄프턴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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