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주재 미 대사 “러·북 군사 교류, 中 도전...우리의 공동 과제”

이근평 2023. 12. 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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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 중인 줄리안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 대사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지원, 중국의 위협 등을 언급하며 나토와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나토와 인도태평양의 도전 과제가 결국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스미스 대사는 또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나토 국가들의 무기 부족분을 메우는 데 기여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주재 미국대사가 14일 서울 용산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한국 언론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스미스 대사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주한 미 대사관 공보과에서 취재진과 만나 “나토와 인도태평양에는 역내 도전 과제가 있다”며 “이는 두 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과제가 아닌, 하나의 포괄적 영역의 과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의 나토 주재 대사들을 이끌고 지난 13일부터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과거 나토 사무총장 등 본부 인사들이 한국을 찾은 적은 있지만 각국 대사가 대표단을 꾸려 한국을 ‘현장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공동 전선을 형성해야 할 필요성을 나토 국가들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미스 대사 역시 양 지역의 위기의식에서 교집합을 찾았다. 그는 “러시아에 들어가는 북한의 군사적 지원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은 우리가 직면한 공동 과제”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유엔 헌장이 제시하는 영토 보전성이나 주권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촉발한 나토 국가의 안보 위협은 북한이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줘 한반도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나토 동맹국 및 파트너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리텍스포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나토가 최근 심각하게 바라보는 중국 문제도 거론됐다. 나토는 지난해 6월 10년 목표를 담은 신전략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처음 반영했다. 스미스 대사는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유포 등은 유럽 내 사회 분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과 관계를 분열시키려는 목적도 지니고 있는 듯 보인다”며 “이런 맥락에서 중국도 주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나토의 안보 협력 반경을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해 러시아는 물론 중국까지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구상과도 일치한다. 이른바 통합억제 개념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적 확장억제에 다양한 분야에서 동맹들의 공조를 더해 집단안보를 확장한다는 취지다.

스미스 대사는 또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을 놓고 “나토의 집단안보에 생긴 공백을 메우는 데 역할을 했다”며 “나토 회원국들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발생한 나토 지역의 무기 부족분을 한국산 무기로 채울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스미사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존중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결정은 각국이 스스로 내려야 한다”며 “나토 동맹국 중에도 경제적 및 인도적 지원만 하는 국가가 있고 그에 더해 무기 지원도 하는 국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의 내용이 무엇이 됐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러 나라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2020년 12월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들이 KADIZ를 진입했을 당시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가 중국 H-6 폭격기를 호위하는 모습. 러시아 국방부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이날 나토 8개 국가 대표들이 한국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넘나들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3분부터 낮 12시 10분까지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동해 카디즈에 진입 후 이탈했다. 진입 시간은 약 17분으로 영공 침범은 없었다.

카디즈는 영공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항공기가 진입하기 전 사전 통보하는 게 국제관례다. 그러나 중·러는 이 같은 관례를 무시하고 있다. 중·러 군용기는 지난 6월 6일 카디즈에 들어왔을 때도 한국 공군의 교신 시도에 “훈련 중”이라는 답만 되풀이했다.

이번에도 중·러는 KADIZ 내에서 연합 공중훈련을 벌인 것으로 보이는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한 차례씩 실시된 해당 훈련은 지난해 2번에 걸쳐 진행됐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공조 체제가 한국, 나토 등으로 확장하는 데 중·러 역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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