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의 서류·면접 확대 입시 정책은 틀렸다”
이현·김용·박대권 지음
지식의날개, 288쪽, 1만8000원
“우리 사회에서 학벌과 밥줄을 건 한판 승부의 한복판, 그곳에 대학입시가 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김용 교원대 교수(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 박대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함께 쓴 ‘우리 아이의 입시는 공정한가’는 대한민국 입시의 역사를 서술한다.
처음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이었다. 그런데 입시 부정이 거듭되자 나라에서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연합고사, 국가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를 거쳐 199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행됐다.
국가가 주관하는 한 차례의 시험 성적으로 대학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은 가혹한 공부, 공교육 황폐화, 사교육비 가중, 창의성 말살 등 다양한 비판을 받으며 한국 교육의 문제로 인식됐다. 그래서 수능을 쉽게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내신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학력고사 체제가 등장한 이후 40년 이상 내신성적을 대입에 반영해 왔고, 또 그럴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 내신성적을 반영함으로서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수업과 생활의 충실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고교 운영의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고등학교 간 학력 격차가 실재하는 상황에서 내신성적이 절대적인 변수가 되는 제도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쉬운 수능’으로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고, 내신도 학교 간 격차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면 대학은 무엇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할까. “2010년대 들어 입학사정관 제도니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이니 하는 이름으로 고등학교의 학업과 생활기록을 중시하는 선발 방식이 확대되고, 근래에는 그 선발 규모나 실질적 영향력 면에서 수능을 압도하는 상황이 이르렀다.”
책은 현재 대학입시를 구성하는 수능과 내신, 학종이 각각 어떻게 등장했고 어떤 문제를 갖고 있으며 대학입시에서 이들의 비중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준다.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객관적인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주도해 왔다. 그리고 이들은 수능성적의 영향력과 변별력 약화, 다양한 무시험 전형 실험과 확대, 이를 위한 정시 축소와 수시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저자들은 지금을 학종의 시대, 수시의 시대로 규정한다. 이어 “시험성적이 아니라 학생이 제출한 서류와 면접으로 대입 선발을 확대해 온 지난 25년간 우리나라 고등학교 현장은 교육적으로 훌륭하게 변화했나? 창의력이 뛰어나고 인성이 좋은 학생을 양성해 왔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었나? 공교육은 정상화되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2019년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 입시 부정 사건은 학종의 공정성 문제가 극적으로 터진 것이었다. 조씨는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고 제출한 서류에 대한 평가와 면접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책은 조씨처럼 특기자 전형과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이 2019년까지 10년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만 최소 4만1000명에 이른다며 이는 이 기간 3개 대학 입학자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알려준다.
책은 한국의 입시제도를 둘러싼 논란을 수능 선발에 반대하며 학종 확대를 추진하는 세력과 대입의 단순화와 공정성 회복을 위해 수능 확대가 필요하다는 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요약한다. 교사와 교육운동가, 교육관료들은 전자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고 학부모와 학생, 여론은 후자 편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학종 확대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입학사정관제나 학종이 선진국형 대입제도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지만, 주관적인 기록과 서류로 학생을 선발하는 나라는 기껏해야 미국, 일본, 영국 정도다. 독일, 핀란드, 스웨덴, 싱가포르, 중극 등은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국가시험이나 고등학교 성적으로 선발한다. 학종이 수능에 비해 일반고 합격자가 더 많다는 주장이나 수능이 확대되면 사교육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수치를 들어 반박한다.
저자들은 학종·수시 확대는 결국 대입 대학 자율화로 가는 길이라고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입 대학 자율화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깜깜이 대학입시의 전면화’를 의미하며, 이것은 ‘불공정과 부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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