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사쿠라' 김민석, 이번엔 의총서 "당 깨면 초전박살 내야"
1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창당을 공식화한 ‘이낙연 신당’을 둘러싼 격론이 오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총에선 김민석 의원의 ‘사쿠라’ 발언이 화두에 올랐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낙연 신당론은 윤석열 검찰 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 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며 이 전 대표에 대해 첫 포문을 열었다.
비명계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의총에서 “(당내 비주류인) ‘원칙과 상식’이든, 이 전 대표의 행보든 당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고 비난하는 게 맞느냐”며 “‘수박(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이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을 넘어서 협잡, ‘사쿠라’ 같은 폭력적 언어로 소수의견을 당에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직접 발언대로 나가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신당은 원칙과 정체성의 일탈이어서 ‘사쿠라’ 신당이라고 부른 것”이라며 “그것도 부족하다. 당을 깨는 행위에 대해선 ‘초전(初戰) 박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총 직후에도 페이스북에 “과거 내 선택을 비판하는 분이라면 현재의 이낙연 신당을 더 강력히 비판하고 불참 표명하길 기대한다”고 썼다. 김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해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21에 합류해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김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해선 당내 중립 성향 의원들도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교동계 막내’인 김한정 의원은 “‘사쿠라’ 발언은 적절치 않다. 계속 반복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 “지금 우리 내부 갈등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여당과 혁신 경쟁에서 뒤지고 있는데 우리 당도 쇄신의 속도를 높이고, (이 전 대표 등에 대해선) 통합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1부속실장을, 김민석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총재 시절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당 지도부를 향해 “(당을)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식의 태도를 보일 거면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게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우 의원은 당 혁신을 주장하는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을 거론하며 “(비주류를) 만나지도 않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나갈 사람 나가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당 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1월 초에 국민들께 ‘이렇게 하고자 합니다’ 하는 보고를 드리는 정도가 될 것”이라며 신당 창당을 재확인했다. 또 “그동안 정치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각 분야 전문직들, 젊은 분들이 많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대표의 창당 자체에 대해선 당내 계파를 막론하고 비판적인 기류가 강하다. “타이밍도 맞지 않고, 명분도 부족하다”(수도권 재선 의원)는 평가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창당하면 같이 갈 의원 한 명도 없다”며 “어떻게 말려도 듣지를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이재명 대표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등 ‘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향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 엄중한 시기에 당 대표가 주3회 재판 받고, 유죄 판결이 선고될 지도 모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총선 승리, 민주당의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선거법 약속을 지키라”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에 반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칙과 상식’의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혁신도 중요하고 통합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특히 “입법권력까지 윤석열 정부가 차지하게 될 경우 그 폭주와 퇴행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든지 다음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변화하되 단합과 단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28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각각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당초 의원총회 핵심 안건이던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 문제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며 “자유발언에서는 ‘병립형 회귀 반대’ 의견이 많았다. 다음 주 중으로 어느 정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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