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접견한 이재명 "국회 존중" 이관섭 "다수당이 도와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에서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접견했다.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받았으나, 임시국회 현안인 내년도 예산안 및 법안 처리를 놓고는 뚜렷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국회의 입장, 입법에 대해 존중해달라”고 말하자 이관섭 정책실장은 대통령실의 원칙을 설명하며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도와달라”고 답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장관급 정책실장이 신설되며 ‘대통령실 2기 체제’가 출범한 지 2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수석을 통해 이 대표에게 “대통령도 격무지만 제1야당 대표도 엄청난 격무다. 건강 잘 챙기시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러나 20분간의 공개회동에선 12월 임시국회 의제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야당의 시각차가 부각됐다.
이 대표는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실의 국정운영에 대해 협력할 방안은 최대한 찾아 함께 노력하겠다”면서도 연구개발(R&D)과 지역화폐 예산 삭감 문제부터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국민이 많이 우려하고 야당 입장도 그와 같다”며 “골목상권, 자영업자 지원에 필요한 지역화폐 예산은 좀 더 각별한 고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화폐 예산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법안에 대해선 “여야 간에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입장을 통일했으면 한다”면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민주당의 총선 1호 공약인 간병비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을 언급했다. 최근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이 대표는 “국회도 국민이 뽑은 대표 기관임을 고려해서 국회의 입장과 입법안들에 대해서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관섭 실장은 “GDP 대비 R&D 지출 세계 1위로 예산을 줄이거나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R&D 예산이 너무 방만하게 쓰인다거나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데 대해선 구조조정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예산과 관련해선 “전국적 규모로 발행하는 것보단 지자체서 하는 게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고, 간병비 지원문제와 관련해선 “정부가 케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산이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가급적 정부가 방침을 정해 내년부터라도 시범사업 정도로 해서 돈이 얼마나 들지 체크하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거부권 부분에 대해 여야 간 정책 노선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며 “저희는 가급적 시장경제 기조에 맞게 운영해나갔으면 한다. 예산이나 민생 법안이 많이 걸려 있는데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후 15분간 이어진 비공개 접견에선 주요 쟁점과 관련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대통령의 건강과 안부를 물었고 대통령께서도 (이 대표의) 안부를 물었다는 얘기, 그리고 예산 정국이니 여야가 잘 협의해서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서로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양자 회담 등도 이날 회동에선 언급 안 됐다고 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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