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아도 쫓는다"...피해신고에 막말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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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전자가 위협 운전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관으로부터 "나 같아도 쫓아가겠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오전 8시 45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북대로 장서리 방면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20대 초반의 운전자 A씨는 2개 차로를 연속해서 변경하다가 사고를 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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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한 운전자가 위협 운전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경찰관으로부터 "나 같아도 쫓아가겠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0일 오전 8시 45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북대로 장서리 방면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20대 초반의 운전자 A씨는 2개 차로를 연속해서 변경하다가 사고를 낼 뻔했다.
A씨는 1차로에서 2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방향 지시등은 켰지만,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지 않은 채 차로를 변경했다. 또 재차 차로 변경을 하기 위해 속력을 줄였다.
이에 2차로를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 기사 B씨는 갑자기 끼어든 A씨의 차량을 보고 급하게 속력을 줄였다. 다행히 사고가 나지는 않았으나, 문제는 이다음에 발생했다.
B씨는 A씨를 바짝 뒤쫓으며 상향등을 반복해서 켰고, A씨 차량 옆으로 붙어 나란히 달리며 "차 세워"라고 크게 소리쳤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큰 차가 따라오자 겁먹은 A씨는 그대로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중앙선까지 넘어 A씨의 차량을 추월한 뒤 앞을 가로막았다. B씨는 하차 후 A씨 차량으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면서 "내려라"라고 말하고, 대형 트레일러를 빼지 않았다.
A씨는 차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해 오전 9시 2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A씨는 B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히고 귀가한 후 보름 후인 지난 4일 용인동부경찰서 소속의 사고 담당 조사관 C씨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조사관의 반응은 황당했다.
C씨는 A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결과 A씨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2개 차로를 연속으로 변경했다며 "상대방(B씨)이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 A씨가 잘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은 위험을 당해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이다. 우리 A씨가 너무나 위험을 초래하는 운전을 했다"고 지적했다.
A씨가 "(대형 트레일러로) 길을 막고, (차량의) 문을 열라고 한 게 정당한 행위냐"라고 물었으나, C씨는 "따질 수는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C씨는 그러면서 "(A씨에게) 차를 세우라고 해도 서지 않는데, 그러면 저 사람(B씨)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겠느냐. 그냥 가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본인(A씨)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으면 내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야 한다"며 "본인(A씨)의 행위를 생각해 보라. 만약 저 사람(B씨)이었다면, 본인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을 당하고도 그냥 가겠느냐. 나 같아도 쫓아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C씨는 "상대방(B씨)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경찰은 이 사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B씨의 입장을 계속 대변하면서 '정당 행위'라는 말만 했다"며 "명백하게 범죄가 발생했는데, 없던 일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용인동부서 관계자는 "담당 조사관이 피해 신고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청문감사실에서 감찰을 실시해 응당한 처분을 내릴 예정이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해명했다. 용인동부서는 담당자를 재지정해 사건을 원점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또 "B씨의 행위가 보복 운전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해 B씨 입건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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