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가장 아프다” 학폭 조사 10년, 언어폭력 피해가 최다

최민지, 이후연 2023. 12. 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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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7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교육청 직원이 '믿어요' 캠페인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학교폭력, 교권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믿어요.함께 해요.우리학교' 슬로건을 발표하고 학교 지원자로서의 학부모 인식 정립 캠페인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초·중·고교생 비율이 1.9%로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해 학생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3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올해 5만9000여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경험한 학교폭력은 '언어폭력'이었다.


학폭 조사 10년치 살펴보니…초등생 피해 응답률 높아져


대구에서 중학생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9%로 2013년 조사(2.2%) 이후 가장 높았다. 조사에 응답한 학생 317만여명 중 5만9000여명이 피해를 경험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2년 시작됐다. 2011년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집단 폭력을 겪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2012년 조사는 우편으로 설문지를 배송하는 방식이라 설문 회수율이 평균 25%에 그쳤고, 유효한 통계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2년 학폭 실태조사 당시 교육청별 응답률. 1차 조사에서는 50%를 넘어선 교육청이 없었다. 교육부 제공

2013년부터는 온라인 설문조사가 시작됐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비율은 매년 1~2%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 2020년에는 0.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0년 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올해 3.9%를 기록해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히 초등학교에서 학폭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폭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대인관계 갈등, 비속어 사용 등을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4학년 때 처음으로 피·가해 경험을 조사하다보니 1~3학년 때 겪었던 경험까지 합해서 한꺼번에 풀어놓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의 학폭 피해 응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학생의 응답률은 2013년(2.4%)부터 꾸준히 낮아져 올해는 1.3%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은 2013년 0.9%에서 올해 0.4%로 낮아졌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민감도 높아져”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 응답률.
가장 많은 학교폭력 유형(중복 응답)은 언어폭력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이후 꾸준히 30% 이상을 차지하며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언어폭력 비율은 지난해에는 41.8%까지 높아졌고, 올해는 37.1%였다. 전수민 변호사는 “언어폭력은 모든 학교폭력의 시작이자 끝”이라며 “학생들은 별명을 부르거나 욕설, 뒷담화까지도 모두 언어폭력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이버괴롭힘은 코로나19 유행 때인 2020년엔 12.3%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6.9%를 기록했다. 신체폭력은 사이버괴롭힘과 반대 추이를 보인다. 2020년에는 7.9%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17.3%로 높아졌다.

신체폭력이 다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그동안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반면 신체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변호사는 “실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사건 중에는 여전히 사이버 폭력이 많다”며 “올해만 나타난 현상인지, 교육적 효과에 따른 결과인지는 몇 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 및 학교 전담 경찰관 역할 강화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간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피해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76.1%에서 올해 92.3%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피해 신고 절차가 개선돼왔고, 학폭 신고 후 최근 가해자와의 분리 일수도 확대되는 등 신고 유인도 커졌다”며 “학폭 사안이 언론보도나 드라마로 조명되며 민감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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