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가장 아프다” 학폭 조사 10년, 언어폭력 피해가 최다
올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초·중·고교생 비율이 1.9%로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해 학생 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할 때 3만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올해 5만9000여명으로 다시 늘었다. 지난 10년간 조사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경험한 학교폭력은 '언어폭력'이었다.
학폭 조사 10년치 살펴보니…초등생 피해 응답률 높아져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2년 시작됐다. 2011년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집단 폭력을 겪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하지만 2012년 조사는 우편으로 설문지를 배송하는 방식이라 설문 회수율이 평균 25%에 그쳤고, 유효한 통계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3년부터는 온라인 설문조사가 시작됐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 비율은 매년 1~2%로 나타났는데,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 2020년에는 0.9%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0년 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교에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올해 3.9%를 기록해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순히 초등학교에서 학폭이 많아졌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유경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장은 “초등학생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폭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 대인관계 갈등, 비속어 사용 등을 보다 민감하게 ‘학교폭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4학년 때 처음으로 피·가해 경험을 조사하다보니 1~3학년 때 겪었던 경험까지 합해서 한꺼번에 풀어놓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중고교의 학폭 피해 응답률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중학생의 응답률은 2013년(2.4%)부터 꾸준히 낮아져 올해는 1.3%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은 2013년 0.9%에서 올해 0.4%로 낮아졌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민감도 높아져”
사이버괴롭힘은 코로나19 유행 때인 2020년엔 12.3%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6.9%를 기록했다. 신체폭력은 사이버괴롭힘과 반대 추이를 보인다. 2020년에는 7.9%까지 떨어졌지만, 올해는 17.3%로 높아졌다.
신체폭력이 다시 늘어나는 것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그동안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반면 신체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민 변호사는 “실제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사건 중에는 여전히 사이버 폭력이 많다”며 “올해만 나타난 현상인지, 교육적 효과에 따른 결과인지는 몇 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피해 후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76.1%에서 올해 92.3%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피해 신고 절차가 개선돼왔고, 학폭 신고 후 최근 가해자와의 분리 일수도 확대되는 등 신고 유인도 커졌다”며 “학폭 사안이 언론보도나 드라마로 조명되며 민감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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