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낙태약 규제 검토…“내년 대선 뒤흔들 변수” 왜?
미국 연방대법원이 먹는 낙태약의 판매 규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면서 내년 11월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수 우위’로 기운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 낙태권을 사실상 폐지하면서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방하는 데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ㆍ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먹는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판매 문제와 관련한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제5연방항소법원은 지난 8월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기존 ‘임신 10주 이내’에서 ‘7주 이내’로 제한하고 원격 처방 및 우편 배송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 법무부와 제약사 댄코 래보라토리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고, 연방대법원이 이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미페프리스톤은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복용하는 낙태약이다. 미국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절반 정도가 이들 약물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페프리스톤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2000년 사용 허가를 한 이후 주기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아 왔다.
연방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시작하면 판결은 내년 6월 말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낙태약 사용 제한 범위를 다루는 최종 판결이 나오게 된다. 미 CNN 방송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보수로 기울어져 있는 법정에서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따른) 임신 중지권 폐지에 이어 다시 한번 임신 중지 문제의 명운이 결정나게 됐다”며 “낙태 문제가 대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6대3 보수 우위 구도가 된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해 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어 미국 사회에 파장을 불렀다. 5개월 뒤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 당초 ‘블루 웨이브’(공화당 압승)가 예상됐으나 여성과 젊은 층 표심이 ‘낙태권 옹호’를 주장해 온 민주당에 쏠리면서 민주당 선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먹는 낙태약 사용 범위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심리 착수 소식에 NYT는 “낙태가 다시 한번 민주당 선거 캠페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이 이날 성명을 내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백악관은 “미국 전역에서 우리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목도하고 있다”며 “어떤 여성도 필요한 의학적 도움을 받는 데 있어 저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의 생식 치료 접근성을 지키는 데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의회에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복원시키는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번복 이후 낙태권은 각 주 결정에 맡겨졌다. 텍사스 등 보수 성향이 강한 주에서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했고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최근 텍사스 대법원은 임신부 케이트 콕스(31)가 건강 문제 등 예외적인 상황의 낙태를 허용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낙태 시술을 할 수 없도록 불허한 이후 본안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콕스를 대변하는 생식권센터는 “케이트에게 지난 한 주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그는 건강이 위태로워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긴급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텍사스를 떠났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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