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살수차, 마트 가면서 출장비 챙겼다…'황당 세금낭비'
비 오는 날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바로 앞 마트 가면서 출장비를 탔다.
연말, 예산안 심의와 내부 감사를 통해 울산지역 공공기관이 이처럼 엉뚱하게 세금을 낭비한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14일 울산시 울주군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울주군의회는 최근 2024년도 예산안 심의를 하면서 지난여름 울주군이 비 오는 날 노면 살수차를 운영한 사례를 확인했다. 울주군은 여름철 도심 열섬 현상 완화를 위해 노면 살수차 2대를 임차해 운영한다. 그런데 비 오는 날이나 무더위가 없는 날에도 해당 차가 여러 차례 운영됐다고 한다.
이상우 울주군의원이 울주군에서 받은 작업 일지 등을 확인한 결과, 노면 살수차 작업 기간 중 비가 온 날은 20여일에 이른다. 강수량이 최고 60㎜가 넘는 날에도 노면 살수차는 도로에 나가 물을 뿌렸다. 낮 기온이 23.4도로 열섬 현상이 없는 날에도 살수차는 작업에 나섰다. 울주군의회 측은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도 노면 살수차 운영 예산 1억89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근무 기관 바로 인근에 있는 마트나 우체국 등을 가면서 출장비를 챙긴 사례도 드러났다. 울산시 감사관실은 최근 올해 울산연구원 대상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울산연구원 한 사무직 직원은 우편물을 발송하러 울산연구원 인근 우체국을 가면서 출장비 1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사무지원 업무 직원은 회의용 음료 등을 구매하기 위해 울산연구원 인근 마트를 다녀오면서 출장비를 챙겼다. 이렇게 2021년부터 올 6월까지 울산연구원 직원들은 왕복 2㎞ 이내, 즉 근거리 출장을 73차례 다녔다. 이로 인해 받은 출장비는 108만원이다.
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행정안전부 예규 제210호)에는 근무지 내 국내 출장 중 왕복 2㎞ 이내의 근거리 출장 시 실비를 지급하고, 실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여비 지급 없이 출장으로 처리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울산연구원은 출장 거리가 아닌 출장 시간으로 따져 비용처리를 한 것으로 감사관실 측은 봤다. 4시간 이상 걸린 출장엔 2만원, 4시간 이하 출장엔 1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감사관실 측은 "출장을 간다고 하면서 그 시간에 사무실에서 전자결재를 올린 사례도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이들에게 출장비를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공공기관 직원 격려금 성격의 오·만찬 비용이 엉터리로 쓰인 사례도 확인됐다. 최근 울산시는 울산시설공단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공단 일부 임원이 지난해(2022년) 사업 업무추진비 2615만원 중 95.6%인 2490만원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울산시설공단 측은 해당 업무추진비 집행 내용 중 165건, 1549만원은 내부직원 격려 등 오·만찬, 즉 '밥값'으로 썼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실제 직원이 참석한 오·만찬은 61건 37%에 불과했다. 일부 오·만찬은 직원의 참석이나 일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는 부서나 사업단위로 배분하고 편성해야 하는데, 울산시설공단은 관행적으로 모든 업무추진비를 매년 본부 한 팀에만 편성해 일부 임원이 사용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0.03~0.08% 미만 운전면허 정지 처분)으로 음주운전을 해 조사받은 직원을 징계하지 않거나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사례 등도 확인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5년 전 20억여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신불산에 설치한 모노레일을 철거키로 했다고 울주군을 통해 밝혔다. 해당 모노레일은 운행 첫날 고장이 나 산 중턱에서 멈춰진 채 수년간 방치됐다. 철거비용만 4억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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