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 우위' 천적에도 힘 못 쓴 도로공사, 6연패 수렁

양형석 2023. 12. 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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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13일 정관장전 세트스코어 0-3 완패

[양형석 기자]

정관장이 안방에서 도로공사를 완파하며 '천적 청산'의 신호탄을 쐈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7-25, 25-21, 25-18)으로 승리했다. 지난 시즌 상대전적 1승 5패 열세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2라운드까지 도로공사에게 연패를 당했던 정관장은 시즌 세 번째 맞대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제치고 4위 자리를 탈환했다(7승 8패).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가 48.89%의 성공률로 2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메가왓티 퍼티위도 17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미들블로커 정호영과 박은진도 각각 11득점과 7득점을 기록하며 높이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부터 최근 8번의 맞대결에서 7승 1패로 절대적인 우위에 있던 정관장에게 0-3 패배를 당하면서 6연패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힘든 여건 속 알찬 비시즌 보낸 도로공사
 
 도로공사는 이윤정 세터가 개막 직전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4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것이 뼈 아팠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후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상대로 2연패 후 3연승이라는 대이변을 만들어내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리버스 스윕'은 V리그 출범 후 처음 나온 기록으로 도로공사는 배구팬들로부터 기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두 번째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시즌이 끝나마자마 큰 난관을 만났다.

바로 도로공사 우승의 주역이었던 5명의 선수가 동시에 FA자격을 얻은 것이다. 연봉상한선이 정해진 만큼 도로공사가 FA 자격을 얻은 5명을 모두 붙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도로공사는 FA시장에서 '클러치박' 박정아가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로, V리그 여자부 최고령선수 정대영이 GS칼텍스 KIXX로 이적하면서 주전 선수 2명을 내줬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비시즌 행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보상선수를 활용한 영리한 트레이드였다. 도로공사는 FA박정아에 대한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 유망주를 지명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페퍼저축은행의 주전세터 이고은을 지명했다. 사실 이윤정이라는 확실한 주전세터를 보유한 도로공사 입장에서 이고은 세터 지명은 '중복투자'에 가까웠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에게 작년 3월 3년 총액 9억 9000만 원을 투자해 영입했던 이고은 세터는 대체불가 지원이었다.

졸지에 주전세터를 빼앗긴 페퍼저축은행은 박정아의 보상선수 이고은을 재영입하기 위해 도로공사와 협상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도로공사는 지난 5월 이고은 세터를 페퍼저축은행에 내주고 페퍼저축은행의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2023-2024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그리고 당시 받아온 신인 지명권은 이번 시즌 신인왕 1순위이자 올스타전 주전 미들블로커로 선정된 김세빈이 됐다.

8월에는 정관장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세터 안예림과 아웃사이드히터 김세인을 내주고 아웃사이드히터 고의정과 세터 박은지를 영입했다. 고의정은 정관장 시절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181cm의 좋은 신장과 강한 서브, 과감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어 박정아가 떠난 도로공사의 공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로 평가 받았다. 그렇게 도로공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알찬 비시즌을 보내며 시즌개막을 기다렸다.

4연패로 시작하고 다시 6연패 수렁
 
 태국 국가대표 출신 타나차는 아직 도로공사의 2옵션으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박정아와 정대영이 이탈하며 전력이 약화된 도로공사를 2023-2024 시즌 우승후보로 분류하는 배구팬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으로 대표되는 도로공사 특유의 끈끈한 팀 색깔이 살아있는 만큼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와 아시아쿼터 타나차 쑥솟만 기대에 부응해 준다면 중위권에서 순위싸움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팀 별로 14~15경기를 치른 현재 도로공사는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도로공사는 시즌 개막 직전 주전 세터 이윤정이 무릎부상으로 이탈했고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2년 차 세터 박은지를 주전세터로 기용하면서 시즌을 맞았다. 결과는 개막 4연패를 포함한 1라운드 1승 5패. 모든 종목이 그렇듯 V리그 역시 시즌 초반 기선제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로공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그리고 도로공사의 좋지 않은 분위기는 2라운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도로공사는 2라운드에서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을 상대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하며 흐름을 바꾸는 듯했다. 하지만 11월 18일 정관장전 승리는 현재까지 도로공사의 마지막 승리가 되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이후 6경기에서 내리 6연패를 당하면서 3승 12패 승점 12점으로 5위 기업은행(22점)과의 승점 차이가 두 자리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최하위에 8연패의 페퍼저축은행이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

도로공사는 득점 3위(371점)의 부키리치와 수비 1위(세트당8.31개)의 임명옥, 리시브 1위(55.87%)의 문정원 등 주력선수들은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에 팀의 2옵션으로 활약해야 할 타나차는 서브리시브 부담(리시브효율 18.72%)이 겹치면서 15경기에서 147점으로 득점 15위에 머물러 있다. 팀 득점 최하위(1216점)에 머물러 있음에도 흐름을 바꿀 만한 히든카드가 없다는 점도 도로공사의 약점으로 꼽힌다.

사실 도로공사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정대영, 배유나, 박정아 등 외부영입을 통해 전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이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약해진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팬들은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팀이었던 도로공사가 바로 다음 시즌 개막 15경기 만에 승리보다 패배가 4배나 더 많은 팀으로 전락한 것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공사가 하루 빨리 연패의 사슬을 끊고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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