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루닛, 볼파라 인수

이춘희 2023. 12. 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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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기반 다국적 AI 기업
2525억에 인수…매출 97% 미국에서
루닛의 FDA 승인 제품 3종도 진출 탄력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뉴질랜드 기반의 다국적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Volpara Health Technologies) 인수를 통한 미국 AI 의료 시장 직접 진출에 나선다.

[사진제공=루닛]

루닛은 미국 내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 볼파라를 1억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계약 대상은 호주증권거래소(ASX)에 상장된 볼파라의 발행주식 2억5437만주 전체로 볼파라는 루닛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주당 가격은 호주달러(AUD) 기준 1.15호주달러로, 이는 볼파라의 전일 종가 0.78호주달러 대비 프리미엄 47.4%가 붙은 가격이다.

이번 인수는 루닛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해외 유망 의료AI 기업을 인수하는 것으로, 루닛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미국 내 자체 AI 솔루션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루닛이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올해 3분기에 시작된 볼파라 인수 추진 과정에서 암 정복에 대한 양사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향후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볼파라 인수는 앞서 루닛이 지난 8월 창립 10주년을 맞아 기존의 전통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 방식의 '무기적(inorganic)' 성장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서는 "특히 의료 AI 분야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국내 상장기업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루닛(왼쪽)과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 로고 [사진제공=루닛]

볼파라는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창립된 유방암 검진 특화 AI 플랫폼 기업이다. 뉴질랜드 기업이지만 현재 매출의 96.5%가 미국 시장에서 나온다. 지난해 매출은 2610만뉴질랜드달러(약 210억원)였고, 2023년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말 기준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4% 성장한 3500만뉴질랜드달러(약 282억원)이다. 연평균 63%의 성장(CAGR)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는 3종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제품을 보유했지만 아직 본격 진출을 하지 못한 루닛에게는 미국 공략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현재 루닛은 3차원(3D)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가 최근 시판 전 허가(510k)를 받으면서 AI 응급질환 자동분류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유방촬영술 AI 영상 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등 총 3종의 FDA 승인 제품을 보유했다.

볼파라는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0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제품이 쓰이고 있고,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매출 구조가 병원과의 장기 계약을 통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연간 구독 형태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추후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볼파라는 회사 설립 후 연구개발(R&D)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루닛 측은 "하지만 손실 규모는 지난해 1640만뉴질랜드달러(약 132억원)에서 올해 980만뉴질랜드달러(약 79억원)로 감소 추세에 있다"며 "볼파라 인수 후 양사의 사업적, 재정적 시너지를 통해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루닛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사진제공=루닛]

특히 이번 인수는 단순한 시장 진출 외에도 루닛과 볼파라가 기존에 보유한 AI 의료기기 제품의 고도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루닛은 여기에 더해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경쟁 제품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기대다. 루닛은 이 같은 데이터를 루닛 인사이트 MMG 및 루닛 인사이츠 DBT 제품 고도화에 활용하는 한편 초거대 AI에 적용을 통한 자율형(Autonomous) AI 구축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테리 토마스(Teri Thomas) 볼파라 대표는 "볼파라 이사회는 이번 인수 계약이 주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견해에 만장일치로 동의해 이번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이번 인수 계약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사업적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한편 다른 어떤 회사도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 양사가 암 검진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를 위한 자금을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볼파라가 내년 2분기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하면 합병 완료까지는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볼파라 최종 인수 이후,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호주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계획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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