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유독 한국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이유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다양성’ 담론을 진화학, 사회학, 인구학, 미디어학, 종교학, 범죄심리학 관점으로 조명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인종차별은 15세기 말 신항로 개척 시대 당시 본격화했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원주민들을 처음 마주한 유럽인이 이들을 타자화하면서 차이가 차별을 낳고 불공정과 불합리함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다양성을 차별이란 독소를 치료하는 해독제로 소개하며 현시대의 다양성 존재 의미를 탐구한다. “다양성이 글로벌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전략이 되고 있고 과학기술 혁신의 추진력으로 작용하는가 하면 성숙한 민주주의의 지표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화가 아치볼드 모틀리(Archibald Motley)가 1925년에 그린 〈악터룬 소녀(Octoroon Girl)〉를 보자. 제목의 의미 그대로, 흑인의 피가 8분의 1 섞인 소녀의 초상화다. 그러나 외양만 보면 소녀는 흑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백인 전용 시설을 이용하고 백인 행세를 하는 이른바 ‘패싱(passing)’이 가능했다. 물론 8분의 1 ‘흑인’ 피가 섞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한 방울 법칙’에 따라 흑인으로 분류되었다.
둘째, ‘과연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질문이다. 헤시 레빈슨 태프트(Hessy Levinson Teft)라는 이름의 유대인 여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린 시절 그녀는 ‘예쁜 아리아인 아기 선발대회’에 출전하여 1등을 했다. 태프트의 아기 시절 사진을 찍은 사진사가 예쁜 아리아인 아기 선발대회에 그녀의 사진을 출품했고, 그 사진은 1935년 나치 선전 잡지 《집안의 햇살(Sonne ins Haus)》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사실 헤시 레빈슨 테프트는 아리아인이 아닌 유대인이었다. 이는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아리아인이 신체적으로 유대인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즉, 신체의 외양만으로 아리아인과 아시케나지 유대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동아시아 국가, 특히 대한민국은 왜 이렇듯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연구를 찾기는 어려우나 전 세계 여러 문화권을 연구한 결과가 제법 있다. 이에 따르면 밀 농사를 짓는 집단에 비해 벼농사를 짓는 집단일수록 훨씬 획일적이다. 이는 밀 농사와 벼농사 특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즉, 밀 농사의 경우 밀 씨앗을 땅에 뿌리는 일 외에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는 데 반해 벼농사를 짓는 데에는 관개시설 정비를 비롯해 밀 농사의 최소 두세 배 정도 되는 집단 노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벼농사는 밀 농사와 달리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업이다. 그러므로 벼농사 과정에 자연스럽게 집단주의 성향이 길러지고 자리 잡게 된다는 이야기다.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 양쯔강 유역으로 눈길을 돌려 현상을 분석해보면 위 논리가 좀 더 명확해진다. 실제로 한 연구팀이 밀 농사 위주로 생활하는 양쯔강 북부 지역과 벼농사 위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양쯔강 남부 지역민을 여러 측면에서 세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양쯔강 북부 지역민에 비해 강 남부 지역민에게서 훨씬 강한 집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밀 농사와 벼농사 차이에서 기인하는 일반적인 원인만으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중국, 일본 등 주로 벼농사를 짓는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와도 차별화되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특성이 충분히 설명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만이 가진 그 독특한 특성이란 뭘까? 필자는 한국인의 강렬한 ‘학습 열망’에서 그것을 찾고자 한다.
인디아더존스 | 염운옥 외 5명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 296쪽 | 1만9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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