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글로벌 연대 완성"…2나노 장비 안정적 확보(종합)

대통령실 "소부장, 제조로 이어지는 주기 연결할 공급망 완성"
동맹 격상 시점에도 주목… "반등 모멘텀 확실히 다질 시점"
첨단 장비 공급·조달에 주력… "EUV 장비 확보가 승패 가를 변수"

대통령실은 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통해 "설계에서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조로 이어지는 전 주기를 연결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업계 최대 현안인 공급망 리스크를 대거 덜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네덜란드와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을 '초격차'를 예고했고, 마르크 뤼터 총리는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암스테르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국의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하면서 정부 간 반도체 협력 채널을 신설하고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크라스나폴스키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이 끝난 뒤 피터 베닝크 ASML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대화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출처=연합뉴스]

박 수석은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로 연결되는 반도체 공급망 연대가 완성됐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경쟁력 높은 반도체 우방국이 추가된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리스크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판단이다.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이 '동맹'으로 격상한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서버 수요가 증가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박 수석이 "모처럼 형성된 반등 모멘텀을 확실히 다질 시점"이라고 부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은 ▲기술경쟁 ▲인재양성 ▲공급망 안정성 등에서의 동맹 기대효과를 기반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첨단 장비 공급·조달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의 성패를 가를 2나노미터(㎚·나노미터=10억분의 1ｍ) 반도체 생산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핵심 장비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우리나라의 필수 협력 대상인 이유다.

박 수석은 "2나노미터 기반 반도체 양산에는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연간 생산 가능 규모가 20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차세대 EUV 장비의 안정적 확보가 향후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가 한·네덜란드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것이 이번에 반도체 협력을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하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고 뤼터 총리는 "유망한 이니셔티브이자 진정한 의미에서 '윈-윈'이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동맹'에 대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최첨단 기술을 함께 구축해나가기 위해 주요 과학기술적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고,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네덜란드 관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관계 중에서 가장 최상의 관계"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핵심적인 게 반도체 협력에서 반도체 동맹으로 격상시킨 것"이라며 "앞으로 첨단과학기술, 반도체를 바탕으로 안보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을 망라해서 양국 관계의 지평이 더 넓어질 것이고, 또 깊어질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뤼터 총리도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한-네덜란드 관계에 대해 "전대미문의 협력 관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원예나 농업, 전통적 분야뿐 아니라 사이버 안보, 광범위한 방위 협력, 반도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협력 의지는 양국 간 체결된 32건의 문서·계약으로 확인된다. 체결 기관별로는 정부기관-기업 체결 문서는 MOU(업무협약) 30건, LOI(투자의향서) 1건, 계약 1건이며 체결 주제별로는 정부기관간 MOU 11건, LOI 1건, 계약 1건 외 기업간 MOU 19건이다. 이중에는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강화의 밑거름이 될 반도체 관련 MOU가 대거 포함됐다. ▲첨단반도체 아카데미 MOU ▲반도체 인재 교류 MOU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 MOU ▲삼성전자-ASML간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MOU ▲SK 하이닉스-ASML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기술 공동개발 MOU ▲(주)이솔과 ISTQ 간 MOU 등 총 6건이다.

암스테르담=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