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누군지 보니'…삼성은 기술통, LG는 전략통 중용
삼성전자는 최근 10년간 기술 전문가를, LG전자는 기획·전략에 능한 '전략통'을 주로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아시아경제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과거 20년(2005~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분석한 결과 부사장 78명(오너, 위촉업무 변경, 비(非)정기 인사 승진, 관계사 대표는 제외)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사장 승진 임원은 2005~2014년 20명에서 2015~2024년 33명으로 늘었다. 반면 LG전자 사장 승진 임원은 2005~2014년 13명에서 2015~2024년 12명으로 감소했다.
제품개발·생산기술원 경력이 있는 임원들은 '기술 임원'으로, 상품기획·마케팅 등 경력이 있는 임원들을 '비기술 임원'으로 분류해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10년 사장으로 승진한 기술 임원이 18명(2015~2024년)으로 2005~2014년 9명의 2배였다. 그룹 전략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이 해체되고 기술 쪽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임원 사장 승진 사례가 늘어난 것.
최근 10년간 사장으로 승진한 기술 임원은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2015년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2018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2019년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사장으로 승진) 등이 대표적이다. 비기술 임원 중 사장이 된 임원은 15명으로 2005~2014년 11명에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20년간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명맥을 이어 온 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이 해체된 영향이 컸다.
LG전자는 기술 임원 사장 승진 규모를 2005~2014년 5명, 2015~2024년 6명으로 비슷하게 유지했다. 비기술자 임원들의 사장 승진이 2015~2024년 6명으로 앞선 10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비기술 분야 가운데 '전략통'의 중용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드는 H&A(생활가전) 사업본부보다 TV 상품 기획과 영업에 능한 HE(홈 엔터테인먼트) 및 영업본부에서 최근 사장 승진자가 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1년 연말 ㈜LG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봉석 전 HE본부장 사장은 대표적인 LG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로 지금도 LG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주요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LG전자 출신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 등 HE 출신 사장 승진자들이 많고 해외법인 및 마케팅 경력이 많은 조주완 사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LG전자가 회사의 방향성을 정하고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사장단 인사 방향이 삼성전자는 기술, LG전자는 전략이라는 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DS부문에서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2021년 승진),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2021년 승진) 등을, LG전자는 조주완 CEO 대표이사 사장과 박형세 HE본부장 사장 등을 중용했다.
이정배·최시영 삼성전자 사장은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사업, 파운드리 초미세 공정을 지휘한다. 두 사람은 삼성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과 기술을 책임지고 있다. LG전자의 조 사장은 매출 100조원 기업으로 회사를 키운다는 내용을 담은 '비전 2030'을 만들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반도체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바로 시장에서 도태되는 분야여서 삼성은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반면 LG는 가전이 신기술로 판을 뒤집기 힘든 100년 넘은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략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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