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AI의 유쾌한 사과

김상기 2023. 12. 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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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쓴 대국민 사과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네티즌들은 "난생처음 접한 100점짜리 사과문"이라거나 "인터넷이 탄생한 이후 최고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인 대화형 인공지능이 드디어 한국인에게 사과문의 정석을 일깨워줬다"는 식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이후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계획을 발표하고 '주주에게 드릴 말씀'까지 전하고 나서야 챗GPT는 혹독한 대국민 사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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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쓴 대국민 사과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각한 회사원을 위해 대신 쓴 것이었는데 어쩜 그리 완벽할 수 있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난생처음 접한 100점짜리 사과문”이라거나 “인터넷이 탄생한 이후 최고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인 대화형 인공지능이 드디어 한국인에게 사과문의 정석을 일깨워줬다”는 식으로 너스레를 떨었다.

‘출근 시간에 늦어서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대본 하나 써주세요’라는 프롬프트(질문)에 챗GPT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진심 어린 반성의 마음으로 가득한 사과문을 써 내려갔다. 글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자신의 지각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을 동료들에게 사과한 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노라 다짐한다. 글이 짧으면 자칫 성의 없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챗GPT는 깊은 사과와 재발 방지 노력을 재차 약속하기도 한다.

프롬프터와 인공지능의 유쾌한 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프롬프터가 기자와 발표자 간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대화를 바꾸자고 제안한 뒤 ‘택시를 타려는 시도는 안 해봤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챗GPT는 “도로 혼잡으로 택시를 이용하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는 제 개인적인 문제이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해 출근에 대비하겠다”고 대답한다.

아울러 보상 계획이 있느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에 “혼자서는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재치 있게 받아넘기면서도 어쨌든 이번 일로 불편을 끼쳐 사과한다고 강조한다. 이후 재발 방지 대책과 보상 계획을 발표하고 ‘주주에게 드릴 말씀’까지 전하고 나서야 챗GPT는 혹독한 대국민 사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과문이 얼마나 와닿았는지 “완벽해, 됐어. 그만해. 우리가 미안해”라거나 “잠시나마 화를 냈던 내가 더 죄송할 지경”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이 더 열광했던 건 그동안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본 적이 많지 않은 탓이다. ‘영혼 없는’ AI가 써 내려간 사과문은 유쾌하지만 잘나가는 유명인들의 ‘진짜 영혼 없는’ 발뺌 사과문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가진 자들의 유체이탈식 사과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거나 “경찰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정치권의 뭇매가 이어진 뒤에야 이 장관은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이마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기보다 남의 발언을 평가하는 듯한 뉘앙스여서 실망감을 안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바로 며칠 전 입시 비리 혐의로 법정에 출석해 혐의를 인정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않으냐는 비판이었다.

AI가 보여주었듯 사과문은 ①일이 발생한 직후에 ②진심을 담아서 ③잘못한 것 이상 조건을 달지 말고 ④상대가 용서할 때까지 등의 조건을 갖추면 된다. 참 쉽고 간단한데 머나먼 안드로메다의 행성 어디에선가 썼을 법한 유체이탈식 사과가 횡행한다. 그건 우리 지구인의 영혼을 육체에서 분리시킬 정도로 유해할 뿐이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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