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2024년에는

전재우 2023. 12. 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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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고 바뀌어 간다.

몇 년 전 얘기지만 무인주문기가 보편화 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실감했다.

2023년에는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 사무 환경의 변화, 현명한 지출을 하는 소비자, 인간 관계의 분류화, 한 분야만을 파는 사람과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사람들의 증가, 고객에 맞춰 솔루션을 먼저 제공하는 기술, 사람을 모으는 공간의 중요성 등의 추세가 제시됐었다.

올해와 2024년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사고와 행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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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고 바뀌어 간다. 몇 년 전 얘기지만 무인주문기가 보편화 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실감했다. 아는 것과 해보는 것은 달라서 패스트푸드 무인주문기 앞에 서서 ‘살짝’ 헤매는 탓에 뒤로 긴 줄을 만들기도 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활용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검색하듯 짧은 문장으로 질문해 뻔한 답을 얻었다. 이미 사용해본 사람들의 얘기를 듣거나 찾아보면서 자꾸 사용하다 보니 좀 나아졌다. 더 익숙해져야겠지만 앞으로는 검색보다 생성형 AI를 더 많이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류를 몰라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도 있다. 동영상 보기다. 웬만한 영상은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재생한다. 장편 드라마는 요약본으로 보기도 한다. 정규 방송시간보다 조금 늦게 OTT 서비스로 ‘본방사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중간광고나 지루한 부분을 건너뛸 수 있어서다. 이런 일들은 젊은이들에게 이미 익숙하고 당연하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디지털 생활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태를 반영하고 앞으로 진행될 방향을 예측해보는,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들이 연말이면 나온다. 각종 소비 추세 서적들이다. ‘트렌드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벌써 16년째 나오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김난도외 10명, 미래의창)는 내년 추세를 정리한 10가지 주제를 청룡의 해에 맞춰 영문 표기로 ‘DRAGON EYES, 용의 눈’이라고 정리했다. 시간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초사회’의 형성, 생성형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 프롬프트’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실렸다. 집안 외모 능력 직업 학력 성격 등을 기준으로 하는 헥사곤 그래프의 값을 채우려는, 완벽한 인간을 동경하는 경향도 반영됐다. 같은 물건이라도 시기별 개인별로 다르게 가격을 제시하는 전략, 피곤한 일상과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재미를 찾으며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경향, 제품 구매에서 인플루언서나 얼리 어답터의 선택을 따라가는 소비 행태의 증가 등도 내년 추세라고 한다. 권위적인 가장 대신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 가는 남성에 주목해야 하고, 핵심 사업은 유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는 사업 전략도 제시했다.

행정가들이 눈여겨 볼만한 주제도 담겼다. 정주 인구 대신 생활인구를 늘리려는 전략을 개발하고, 돌봄을 시혜나 봉사가 아니라 경제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2023년에는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 사무 환경의 변화, 현명한 지출을 하는 소비자, 인간 관계의 분류화, 한 분야만을 파는 사람과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고 싶은 사람들의 증가, 고객에 맞춰 솔루션을 먼저 제공하는 기술, 사람을 모으는 공간의 중요성 등의 추세가 제시됐었다.

올해와 2024년을 관통하는 큰 흐름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람들의 사고와 행태 변화다. 기업에게는 변화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상품을 내놓는 것이 선(善)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시간의 압박이 주는 피로감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개인의 성향과 적응도 여부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사회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나 제도 정립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자연스럽게 사용량이 늘고,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는 생성형 AI의 콘텐츠 수집과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관련 논쟁은 아직 원론 수준의 논의에 그치고 있다.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지도 못하고 혼란만 가중된다. 정쟁과 자리싸움에 골몰해 세월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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