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첫 명기… 2+2 대화체 확대 신설도

이경원 2023. 12.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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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네덜란드 양국의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 구축' 문구가 명기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공동성명 문안에 특정 국가와의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처음이고, 네덜란드로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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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기시 즉각 공동대응 약속
반도체 인력 양성·에너지 등 협력
북핵 미사일 규탄·인권증진도 담아
방진복을 착용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ASML 본사 ‘클린룸’을 시찰하며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벨트호벤=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네덜란드 양국의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 구축’ 문구가 명기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반도체 관련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양국이 즉각 공동 대응에 나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특정 국가와의 반도체 동맹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은 한국과 네덜란드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한·네덜란드 정상은 모두 20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 제12항에서 “반도체 가치 사슬에 있어 양국의 특별한 상호보완적 관계를 인식하고, 정부·기업·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대화체 신설, 반도체 미래세대 양성 프로그램 개설, 기업 간 협력의 지속 확대 약속이 공동성명에 담겼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네덜란드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했다”며 “반도체 동맹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공동성명 문안에 특정 국가와의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처음이고, 네덜란드로서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빈방문 전부터 공동성명 문안에 대해 국가안보실이 네덜란드 측과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네덜란드도 깊은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을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루터 총리는 반도체 동맹 외에도 전략적 소통 채널 확대, 안전한 사이버 환경을 포함한 국방·안보 협력,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분야 협력, 문화·예술·인적 교류 확대 방안 등을 공동성명에 담았다. 한·네덜란드는 특히 종전까지 2년마다 열리던 외교부 장관 간 전략대화를 외교·산업부 장관의 ‘2+2 대화체’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국의 교역 통상 규모의 증진과 더불어 반도체를 포함한 공급망, 경제안보 분야 전략 공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네덜란드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개방성·포용성을 강조했다. 한·네덜란드 정상은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 회복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는 지정학적 도전을 딛고 혁신과 성공의 역사를 써내려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공동성명 내용과 관련해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주요 각료와 업무오찬을 한 뒤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건물인 리더잘을 방문했다. 당시 고종황제가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이곳에 파견했으나 특사들은 일제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리더잘은 현재 개보수 문제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네덜란드 측은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국빈인 윤 대통령에게 리더잘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유럽 내 유일한 한국 독립운동 기념 장소인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았다. 이 기념관은 이준 열사가 순국한 드 용 호텔에 있다. 윤 대통령은 이준 열사가 사용하던 방과 침대, 고종황제가 수여한 특사 신임장 등 전시물을 관람했다.

헤이그=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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