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남북 군사정찰위성과 김정은의 착각

2023. 12. 1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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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 귀에 걸렸을 것 같다. 두 번이나 실패했던 천리마 1호(오른쪽 사진)가 만리경 1호를 싣고 우주로 솟구쳤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군사정찰위성 확보 방침을 결정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시험용 정찰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국가우주개발국(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군, 일본 자위대, 그리고 태평양의 미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또 “5년 안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다각 배치하라”고 명령했다.

「 한국보다 먼저 북한 발사 성공
겉으로는 남북 우주경쟁 양상
위성 정확도와 경제력서 격차

시론

드디어 발사 D데이가 정해졌다. 그러나 지난 5월의 첫 발사는 실패했고, 8월의 2차 발사도 실패했다. 북한은 “10월 중에 3차 발사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 9월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이 이뤄지면서 연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에 소수의 러시아 과학자가 북한에 들어와 기술적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세 번 만에 정찰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만리경 1호는 고도 500㎞ 상공에서 하루에 15회 정도 지구 주위를 돈다. 한 바퀴 도는데 94.7분이 걸리는 셈이다. 하루에 2~3회 정도 한반도 상공을 지나간다.

북한은 만리경 1호가 찍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기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아직 한 번도 해당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 군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두렵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은 북한의 1차 정찰위성 발사 실패 시 추진체와 탑재체를 수거했고,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가 이를 분석했다. 정찰 카메라의 해상도가 3m를 넘어 군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도 지난 2일 새벽에 정찰위성 1호를 발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팰콘-9 발사체(왼쪽 사진)를 이용했다. 북한의 만리경 1호와 같은 태양동기궤도에 올렸고,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횟수도 비슷하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북한의 만리경 1호는 해상도가 3m이지만 한국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라는 것이다.

정찰위성 해상도를 비교하면 100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4·25 사업’에 따라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사한 정찰위성 1호는 광학장비(EO)와 적외선 장비(IR)로 영상을 확보한다. 그러나 정찰위성 2~5호에는 전천후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할 예정이다. 800㎏급 5기의 정찰위성이 운용되면 북한 지역을 2시간 단위로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움직이는 표적이 2시간 동안 가만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2030년까지 소형위성 30여 기를 발사해 사각지대를 보완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30분 이하 단위로 북한에 대한 전략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 킬 체인과 대량보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한국은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국은 지난 4일 제주도 해상에서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를 이용해 100㎏의 소형 위성(SAR 탑재)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북한도 만리경을 더 쏘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국의 정찰위성 수준이 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기상·과학·통신 위선과 다목적 위성 등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사이 많은 기술이 축적됐지만,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경제력이다. 4·25 사업 예산은 1조3306억원이다. 2030년까지 발사할 소형위성 30여 기의 사업예산도 1조4223억원이나 된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도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북한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많은 정찰위성을 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남북한이 거의 동시에 정찰위성을 발사해 우주 경쟁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경제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우주경쟁의 승패는 이미 끝난 듯하다. 아마도 북한은 핵·미사일과 정찰위성을 끌어안고 주저앉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입이 귀에 걸렸던 김정은이 이런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면 코가 빠져 낙담할 것 같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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