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하는 '판다 할부지' 강철원 "손녀 푸바오 놓아줄 때" [권혁재의 사람사진]
타임지가 뽑은 올해 100대 사진에 쌍둥이 판다 탄생 장면이 선정됐다.
올 7월 7일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쌍둥이 판다가 세계적 뉴스라는 의미다.
자이언트 판다의 자연분만은 한 사육사의 꿈에서 비롯됐다.
절대 쉽지 않은 판다의 탄생, 그것으로 스스로 판다 할아버지가 되리라
꿈꾼 이는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였다.
“1994년 한국에 처음 온 판다 커플 밍밍과 리리를 제가 담당했습니다.
그 밍밍과 리리는 외환위기 탓에 조기 반환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새로운 판다 커플을 데리러 중국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때 리리와 감격의 상봉을 했습니다.
18년 만이니 당연히 리리가 저를 못 알아볼 줄 알았죠.
제가 15m 떨어져 있는 애에게 ‘리리’라 부르니 다가오더라고요.
그 장면을 지켜본 중국인들이 제게 ‘판다 아빠’라는 별명을 붙여줬죠.
당시 러바오, 아이바오를 데려오면서 이들 아이의 탄생을 꿈꿨습니다.”
그가 ‘판다 아빠’를 넘어 ‘판다 할아버지’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꿈과 현실이 다르듯 할아버지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
판다는 1년에 고작 3일이 가임기다.
그 기간에 짝짓기하고 임신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판다는 전 세계에 2000마리도 되지 않는 멸종 취약종인 게다.
천신만고 끝에 2020년 강 사육사의 손녀인 ‘푸바오’가 탄생했다.
탄생 자체가 경이였던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강 사육사는 자연스레 ‘푸바오 할아버지’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요즘 강 사육사는 푸바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께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나은 손녀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사실 저보다 180만 명이 넘는 푸덕이(푸바오 덕후)들이 더 걱정이죠.
상심할 그들을 위해 이별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들에게 행복을 준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보내야 하니까요.”
푸바오의 이름이 ‘행복을 주는 보물’인 건 어쩌면 운명이었던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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