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하는 '판다 할부지' 강철원 "손녀 푸바오 놓아줄 때" [권혁재의 사람사진]

권혁재 2023. 12. 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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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원 사육사는 가슴으로 낳은 손녀인 푸바오를 더는 품을 수 없다. 푸바오가 어릴 때처럼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다중 촬영으로 한장의 사진에 둘을 담았다.


타임지가 뽑은 올해 100대 사진에 쌍둥이 판다 탄생 장면이 선정됐다.
올 7월 7일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쌍둥이 판다가 세계적 뉴스라는 의미다.

지난 7월 7일, 자이언트 판다 암컷 쌍둥이(루이바오,후이바오)의 탄생 장면. 이는 에버랜드 류정훈 사진가가 촬영한 장면으로 미국 타임(TIME)지가 선정한 '2023년 100대 사진'에 선정됐다. 강철원 사육사는 동물의 마음을 읽는 류정훈 사진가의 사진 덕분에 쌍둥이 손녀의 탄생 장면이 세계적인 역사로 기록되었다고 했다. 사진/ 류정훈 에버랜드 사진가


자이언트 판다의 자연분만은 한 사육사의 꿈에서 비롯됐다.

절대 쉽지 않은 판다의 탄생, 그것으로 스스로 판다 할아버지가 되리라
꿈꾼 이는 에버랜드 강철원 사육사였다.

열 아홉살이던 1988년 입사하여 35년간 80여종의 동물을 돌본 강철원 사육사는 1994년 한국에 처음 온 판다 밍밍과 리리로 인해 판다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강 사육사는 중국 판다 전문가와 소통을 위해 중국어까지 익히며 판다 가족, 즉 '바오가족'이 됐다. 그렇기에 강 사육사는 '바오가족’ 일원인 ‘강바오’로 불린다. '바오가족' 다운 모습을 보여달라는 사진기자의 요구에 강 사육사는 이렇게 포즈를 취하며 한껏 웃었다.


“1994년 한국에 처음 온 판다 커플 밍밍과 리리를 제가 담당했습니다.

그 밍밍과 리리는 외환위기 탓에 조기 반환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새로운 판다 커플을 데리러 중국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때 리리와 감격의 상봉을 했습니다.
18년 만이니 당연히 리리가 저를 못 알아볼 줄 알았죠.
제가 15m 떨어져 있는 애에게 ‘리리’라 부르니 다가오더라고요.
그 장면을 지켜본 중국인들이 제게 ‘판다 아빠’라는 별명을 붙여줬죠.
당시 러바오, 아이바오를 데려오면서 이들 아이의 탄생을 꿈꿨습니다.”

그가 ‘판다 아빠’를 넘어 ‘판다 할아버지’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꿈과 현실이 다르듯 할아버지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

판다는 1년에 고작 3일이 가임기다.
그 기간에 짝짓기하고 임신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판다는 전 세계에 2000마리도 되지 않는 멸종 취약종인 게다.

천신만고 끝에 2020년 강 사육사의 손녀인 ‘푸바오’가 탄생했다.
탄생 자체가 경이였던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강 사육사는 자연스레 ‘푸바오 할아버지’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행복을 주는 보물'인 푸바오는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판다 월드의 입장객이 에버랜드 입장객의 110%~120%에 이를 정도며, 위드 에버랜드의 구독자가 120만명, 말하는 동물원 뿌바 TV의 구독자가 61만명을 넘는다. 강 사육사는 내년 3월경 떠날 예정인 푸바오와의 이별을 앞두고 푸바오 덕후인 '푸덕이'들의 상실감을 외려 걱정했다.


요즘 강 사육사는 푸바오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께 푸바오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리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찰나의 눈 맞춤 후, 푸바오는 무심히 제 갈 길을 갔다. 강 사육사는 서운할 법도 하건만 외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사육사가 덧붙인 말은 ″사랑하니까 보내줘야죠″였다.


가슴으로 나은 손녀를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사실 저보다 180만 명이 넘는 푸덕이(푸바오 덕후)들이 더 걱정이죠.
상심할 그들을 위해 이별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들에게 행복을 준 푸바오의 행복을 위해 보내야 하니까요.”
푸바오의 이름이 ‘행복을 주는 보물’인 건 어쩌면 운명이었던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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