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일년 도드리
우리나라 정악(正樂)에 ‘도드리’라 부르는 곡이 있다. 환입(還入)이라고도 하며, 문자 그대로 ‘돌아 들어간다’는 뜻이다. 왜 이런 제목인지 궁금하겠지만 들어보면 정말 무언가 돌며 순환하는 기분이 든다. 물리에서 회전운동을 시간의 함수로 기술하듯, 도드리 장단이 시간을 어떻게 나누는지 알아보면 한 해를 떠나보내며 돌고 도는 인생을 바라보는 데 참고가 된다.
도드리 6박 한 장단의 핵심은 다섯 번째 박(拍)인데, 끝자락 엉뚱한 박에서 장구가 ‘더러러러~’ 들어오며 풀어줌과 동시에 다음 장단을 준비하듯 부추겨준다. 팝 음악에 자주 쓰이는 엇박과 비슷하다.
일상에 흐르는 시간을 장단처럼 생각해보자. 연속 과정 같은 하루하루에 비해 해가 넘어가는 것은 큰 변화로 느껴진다. 일년이 더 긴 시간 단위인 데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과 연말연시에 갖는 모임과 행사들이 변화의 느낌을 증폭시킨다. 우리가 어떻게 사는가에 관계없이 하루 혹은 1년이라는 시간 단위를 주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운동은 유유자적이다. 허나 빠르다. 주변 우주 공간에 대해 자전하는 지구 표면의 선속도는 초속 464m이다. 공기 중 음속의 1.3배다. 더 느려 보이는 태양 중심 지구 공전 속도는 무려 초속 3000m다. 이렇게 빠른 회전목마를 타면 당장 튀어나가겠지만, 지구의 자전과 공전반경이 커서 해당하는 원심력은 지구 중력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지구 밖으로 튀어나갈 걱정은 없다.
우리 모두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지구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 한 장단을 절묘하게 나누어 도드리란 음악이 살아나듯이 태양 주변을 45억 번째 돌고 있는 단순 반복 회전운동에 연말을 잘 맺으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삶에 중요한 리듬감을 준다. 새해의 각오를 언어로 구체화하면 효과 있을 때가 있다. 인생 흐름에 깔려 흐르며 조이고 풀어주는 장단을 느껴보면 무언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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