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의 마켓 나우] AI 도시 인문학 자극하는 자율주행 교통
서울시가 세계 최초로 심야 자율주행 버스의 정기운행을 개시했다. 이달 4일 오후 11시30분부터 대형 전기 자율주행 버스 2대가 합정역에서 동대문역까지 9.8㎞ 구간을 운행하고 있다. 지금껏 국내외에서 자율주행 대중교통 시범운행은 5㎞ 안팎의 짧은 통제된 구간에서 특정 시간에 한정해 저속으로 운행하는 수준이었다. 서울시의 이번 도전은 자율주행 대중교통 시대의 본격 개막을 한 발짝 앞당겼다. 어떤 AI의 발전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트랜스포머에 기반을 둔 로봇 학습 모델인 RT-1, RT-2, RT-1-X, RT-2-X 등이 동작제어 성능을 폭발적으로 향상한 덕분이다. 트랜스포머는 자연어 처리가 뛰어난 딥러닝 모델의 일종이다. RT-1(로보틱스 트랜스포머 1)은 실세계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RT-2는 보다 자연스러운 인간-로봇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이다. RT-1과 RT-2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10월에 RT-1과 RT-2를 업그레이드한 RT-1-X와 RT-2-X를 선보였다. RT1과 비교했을 때 RT-1-X는 평균 50% 더 높은 성능을, RT-2-X는 3배나 많은 창발적 동작을 기록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트랜스포머는 형태·크기·목적이 서로 다른 로봇의 동작 데이터를 결합해 만들었다. 그런 트랜스포머를 이번에는 역으로 여러 가지 로봇에 이식했더니 예상 이상으로 동작 제어가 향상됐다. 트랜스포머를 중심으로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 승용차·간선버스·마을버스·스포츠카·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것의 동작 데이터를 결합한 트랜스포머 모델이 여러 탈 것에 이식되어 놀라운 성능을 보여줄 것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트랜스포머를 적용한 AI는 일반적인 상황파악 지능과 대처 동작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자율주행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제거된 결과가 서울시 심야 자율주행 버스다.
이런 이공학적인 발전은 인문학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자율주행 대중교통은 개인 승용차 이용 억제라는 효과에 더해, 도시의 각박하고 무정한 삶을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함께 타고 다니는 스마트 플랫폼이 온정 넘치는 시민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 시대에 새로운 도시 인문학이 공공의 삶을 지향하려면 그 핵심에 공동체 정신이 위치해야 한다. 함께 공부하고 노력하고, 함께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아름다운 삶의 모태는 우리가 이미 농경사회에서 성공적으로 구가하지 않았던가. 탑승하는 나를 알아보고 ‘오늘이 잔칫날이죠’라며 축하해주는 AI 버스의 환대, 버스에 탄 시민들과 어울려 즐거워하는 따스한 장면을 그려본다.
이수화 한림대 AI융합연구원 연구원(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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