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서울의 봄 이끄는 우리카드 김지한

김효경 2023. 12.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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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 인천=김효경 기자

김지한(24)이 남자배구 우리카드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우리카드는 김지한의 활약을 앞세워 '서울의 봄'을 맞았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리카드를 상위권 팀으로 꼽은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에이스 나경복과 세터 황승빈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외국인 선수도 마테이 콕(슬로베니아)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주전 선수 7명 중 리베로 오재성만 남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올 시즌 11승 4패를 거두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카드를 이끄는 건 외국인 선수 마테이와 김지한 '쌍포'다. 마테이가 득점 3위, 김지한이 7위다. 특히 김지한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리시브까지 척척 해낸다. 그러면서도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221점을 올렸다. 13일 우리카드 훈련장인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만난 김지한은 "나도 우리 팀이 이 정도로 잘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위권을 예상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 팀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을 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남자배구 우리카드 김지한이 데뷔 6년 만에 에이스로 떠오르며 선두 행진을 이끌고 있다. 스파이크 서브를 때리는 김지한. [뉴시스]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과 세터 한태준은 "김지한이 에이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지한은 "에이스라면 스타 기질이 있어야 한다. 결정적일 때 잘해야 하고, 기복이 없어야 한다. 아직 나는 조금씩 모자란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복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2017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김지한은 군 복무를 마친 뒤 한국전력을 거쳐 지난해 우리카드에 입단했다. 우리카드 이적 2년 차인 그는 실력과 외모를 겸비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홈 장충체육관에는 '김지한 세트'를 판매하고, 올스타 투표 V-스타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지한은 "팀내 외모 순위는 내가 1위인 것 같다. V리그에선 10위 안에 드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토끼띠로 토끼의 해를 보내는 김지한은 "많은 팬들이 올해가 나의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많은 것들을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남자배구의 인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여자배구에 추월당했다. 국제 경쟁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자배구가 두 차례나 올림픽 4강(2012 런던, 2020 도쿄)에 올랐지만, 남자배구는 번번이 예선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에 출전한 건 신진식·김세진이 뛰었던 2000년 시드니 대회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하면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2017년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쓴 1999년생 임동혁(대한항공)·임성진(한국전력)·박경민(현대캐피탈) 등의 성장이 괄목할 만하다. 팬들은 1999년생인 이들을 '99즈'로 부르기도 한다. 김지한 역시 '99즈'의 일원이다. 그래서 등 번호도 99번으로 택했다.

1999년생 동갑내기인 임성진(왼쪽)과 김지한. 사진 김지한

특히 올 시즌엔 김지한과 더불어 임성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임성진은 최근 한국전력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2라운드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지한은 "성진이가 상을 받을 만큼 잘했나 싶었는데… 기록이 좋더라. 축하해줬다"며 "나도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숙소가 가까워 동기생들 중에서도 이상현(우리카드), 임성진과 김지한이 자주 어울리는 편이다. 오는 16일 임성진과 맞대결을 앞둔 김지한은 "한전이 연승 행진을 하고 있지만, 우리한테는 안될 것"이라며 선전 포고를 했다.

우리카드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지한의 꿈은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다. 아쉽게도 지난 7월 챌린지컵 소집 명단에 포함됐지만, 대표팀 최종 엔트리엔 들지 못했다. 그래서 1999년생 친구들이 대표팀에서 뛰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지한은 "'99즈' 친구를 만날 때마다 '우리가 잘해서 배구 인기도 되살리자'고 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는 예선 탈락했지만) 2028 LA 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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