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커뮤니티 커머스...네이버도 美서 ‘밴드+포시마크’ 추진
무신사와 당근마켓, 그리고 오늘의집까지. 국내 커머스 업계 혹한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커뮤니티와 커머스를 결합한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점이다. 최근 이들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기존 커머스 기업도 변신에 나섰다. 컬리는 지난 5월 요리 레시피 공유 커뮤니티 ‘컬리로그’를 열었고,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도 최근 커뮤니티 코너를 신설했다. 네이버도 북미 커머스 시장 전략 핵심으로 커뮤니티를 꼽았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밴드’를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커뮤니티 커머스가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도 연계 방안 논의 시작
CJ올리브영은 지난 10월 자사 앱에 소셜미디어(SNS) 커뮤니티 서비스 ‘셔터(Shutter)’를 탑재했다. 올리브영 멤버십 회원 누구나 짧은 문구와 사진을 올리고, 제품 태그를 공유할 수 있다. 태그만 클릭하면 관련 상품 결제 페이지로 넘어간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앱을 이용하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전략 방향”이라며 “뷰티·헬스·라이프스타일 트렌드뿐 아니라 MZ세대가 관심 있어 하는 모든 주제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컬리는 지난 5월 자사 커뮤니티 서비스 ‘컬리로그’를 시작했다. 요리 레시피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활 속 정보를 공유하는 코너다. 패션 커머스 에이블리도 최근 커뮤니티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에이블리의 목표는 이용자 취향에 맞는 정보 교환과 상품 구매 등 모든 영역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과 함께 새로운 유통 강자로 올라서고 있는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최근 공들이는 북미 커머스 시장 공략 핵심 키워드로 ‘커뮤니티’를 꼽았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인수 완료한 미국 개인 간(C2C)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와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소모임 서비스 ‘밴드’를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밴드는 최근 북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500만명을 달성하는 등 급성장 중이다.
밴드와 포시마크는 시너지 발굴을 위해 올해 지속적으로 담당자 간 논의를 이어왔다. 현재는 논의 초기 단계지만, 최종적으로 밴드 소모임에서 발생하는 중고거래 수요를 포시마크가 담당하는 형태 등이 유력하다.
특히 네이버는 두 서비스 이용층이 겹친다는 점에 주목한다.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포시마크의 경우 이용자 80%가 MZ세대다. 밴드도 비슷하다. 방과 후 활동이나 각종 취미 활동 모임이 밴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미국 밴드 이용자 중 10~30대가 전체 61%를 차지한다. 40대까지 범위를 넓히면 86%에 달한다.
록인은 기본, 데이터에 영업까지
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큰 강점은 ‘록인(Lock-in) 효과’다. 한번 플랫폼에 방문한 소비자를 묶어 두기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플랫폼 속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의견을 보고 들으며 소비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무신사와 당근, 오늘의집 등 커뮤니티 기반 커머스 업체들의 MAU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무신사와 당근, 오늘의집 MAU는 각각 465만명, 1523만명, 329만명에 달한다.
사람이 모이고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 전환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실제 무신사와 당근, 오늘의집 매출 규모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는 3사 모두 전년 대비 50% 이상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올해도 이들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VC 업계 관계자는 “사람 모이는 곳에 돈 몰린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히 커뮤니티 커머스를 겨냥한 말처럼 보인다”며 “커뮤니티는 충성 고객을 만들고, 이는 매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활용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무신사가 스냅(SNAP) 서비스를 손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냅은 2005년부터 ‘거리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무신사의 커뮤니티다. 기존 스냅은 무신사의 스태프, 모델, 크루가 일반인 패션을 촬영해 업로드했다. 일종의 일방향적 커뮤니티였다. 지난해 2월부터는 스냅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개편했다.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던 이용자들이 커뮤니티의 주인으로 올라선 셈이다.
동시에 무신사는 착장 업로드 이용자에게 무신사 내 구매 가능한 상품은 ‘관련 상품’으로 태그를 걸게 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다른 사람의 착장을 보면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은 즉시 구매 가능한 구조를 만든 것. 커뮤니티 이용자가 무신사의 ‘영업 사원’이 된 셈이다.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도 비슷하다. 오늘의집은 플랫폼 내 모든 콘텐츠에 ‘태그(+)’ 기능을 더했다. 이용자들이 ‘집들이’ ‘집사진’ 카테고리에 콘텐츠를 올릴 때 관련 상품을 태그하는 방식이다. 오늘의집은 콘텐츠를 본 고객들이 높은 구매 전환율을 보였다고 자랑한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콘텐츠와 상품을 모두 살펴보고 구매하는 이용자가 상품만 둘러보는 이용자 대비 구매 전환율이 2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는 데이터 수집 측면에서도 각광받는다. 최근 커머스 업체들 화두 중 하나는 ‘자체 브랜드(PB)’다. 소비자 수요에 맞춤화된 제품을 기획해 판매까지 진행하는 형태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대표적인 PB다. 성공적인 PB를 위한 핵심 요소는 데이터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또 어느 정도 가격을 적정선으로 생각하는지 모두 데이터가 있어야 파악 가능하다.
문제는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 특히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옵트인(Opt-in)’ 방식이다.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먼저 개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셈이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본인들이 느낀 후기나 관심 제품 등을 자유롭게 털어놓는다. 잠재적 구매 희망 리스트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블로그 후기나 상품 구매 후기는 리뷰 작성 시 제공되는 혜택 때문에 억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반면 플랫폼 내 커뮤니티가 활발하면 이용자들이 주로 언급하는 키워드, 태그 조회 수·판매 직결 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진짜 수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8호 (2023.12.13~202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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