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에 매매 정지…대상그룹 살펴보니
최근 SNS를 비롯해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배우 이정재가 서울 한 갈빗집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다. 주변 시민들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덕분에 한동안 사진과 목격담이 줄을 이었다. 두 사람은 서울 압구정 현대고 동기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뜨거운 건 커뮤니티만이 아니었다. 둘 사이 친분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관심도 크게 쏠렸다. 대상그룹 지주사 대상홀딩스 우선주인 ‘대상홀딩스우’는 장이 열리자마자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 이정재의 오랜 연인으로 알려져 있는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덕분에 해당 종목이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된 것. 12월 7일 현재 대상홀딩스우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70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는 12월 6일 종가 기준 4만7950원까지 치솟았다. 급격한 상승 탓에 매매 거래 정지도 두 번이나 있었다.
난데없이 ‘정치 테마주’로 주목받은 대상그룹이지만 “내실도 나쁘지 않더라”라는 평가가 투자자 사이에서 나온다. 실적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특히 잠재성이 큰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K푸드 열풍과 더불어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전략이 맞물리면서다.
3분기 식품 영업이익 140%↑
대상그룹은 여러 계열사를 보유 중이지만 역시 종합식품기업 ‘대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김치 브랜드 ‘종가’, 장류 브랜드 ‘청정원’으로 익숙한 기업이다. 2020년 3조 클럽 첫 가입 후 매년 매출 성장을 거듭하더니 지난해는 4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전년 대비 성장이 확연하다. 매출은 5.8% 증가한 1조1236억원, 영업이익은 50.1% 늘어난 517억원을 기록했다. 식품 부문으로 한정하면 그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6%,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143.9%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5%를 넘는다.
실적 개선 배경에 성공적인 식품 수출이 자리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 수혜를 톡톡히 보며 김치·김·소스 등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수출 시장 1위 사업 품목인 김치와 김을 중심으로 최근 글로벌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치 수출 점유율 50% 웃돌아
식품 최초 미국 현지 김치 공장
무엇보다 ‘김치’ 공이 크다. K콘텐츠 열풍에, 팬데믹 이후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상뿐 아니라 한국 김치 수출액 자체가 훌쩍 뛰었다. 올해 3분기 김치 수출액은 1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상 김치 브랜드 ‘종가’가 김치 수출 호조를 견인 중이다. 종가 수출액은 2016년 2900만달러에서 지난해 7100만달러(약 930억원)까지 2배가 훌쩍 넘는 성장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체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 김치 비중은 52%에 달한다.
최근 북미 시장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띈다. 대형 유통 채널로 입점 점포가 확대됐고. 생산기지 확충도 계속되는 중이다. 지난해 초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LA 공장에 이어 미국 현지 식품 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하며 추가 생산·유통기지 확보에 나섰다. 현지 식문화와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것도 주효했다. 대상은 김치 라인업을 강화, 2021년 말부터 글로벌 김치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양배추·케일·당근을 활용한 김치는 물론 젓갈을 넣지 않은 ‘비건 김치’, 맵지 않은 ‘마일드 김치’, 단백질 혼합물이 빠진 ‘글루텐프리 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김·소스도 ‘훨훨’…발 빠른 현지화
한국의 새로운 수출 효자로 떠오르며 ‘검은 반도체’라고 까지 불리는 ‘김’ 시장에서도 대상 존재감이 작지 않다. 한국은 세계 최대 김 수출 국가다. 올해 11월 누적 기준 김 수출 실적은 7억1100만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기록을 이미 갈아치웠다. 2016년(3억5000만달러)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한 액수다.
국내에서는 대상 점유율이 크지 않지만 세계무대로 시야를 돌리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해 수출을 포함한 해외 매출액은 약 800억원으로 1위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상 올해 10월 누적 기준 김 사업 국내외 매출액은 약 98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950억원)을 벌써 넘어섰다. 대상 관계자는 “민간 기업 최초로 ‘해조류 연구센터’를 구축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마른김 품질등급제’에 따라 반찬·식재료·스낵 등으로 최적화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대상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소스’ 시장 성과도 뚜렷하다. 과거 해외 교민과 일부 아시아계 중심으로 소비됐던 것과 달리 최근 K푸드 인기와 함께 현지인 수요가 급증했다.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를 앞세워 고추장, 된장, 간장 등 한국 전통 장류를 활용한 K소스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현재 200여종 소스를 20여개국에 수출 중인데, 최근 5년 기준 평균 13%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소스 역시 현지화 전략이 먹혀들었다. 현지인 입맛에 맞춰 맵기와 제형, 용도를 변형한 다양한 장류와 소스류 신제품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고추장이나 쌈장 같은 장류 수출 제품은 주로 수저로 떠서 사용하는 국내 제품과는 다르다. 테이블 소스가 일상화된 서구식 식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농도를 묽게 바꾸고 형태도 짜서 이용하는 튜브형으로 바꿨다. 샐러드나 타코 같은 음식에 뿌리거나 찍어 먹을 수 있도록 드레싱과 디핑소스 타입으로 개발한 제품도 여럿이다. 올 12월에도 고추장을 활용한 치킨 디핑소스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제품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부진한 ‘소재’ 사업은 과제
식품 사업 쪽에선 큰 걱정이 없다. 마진과 성장 잠재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순조롭게 키워가고 있는 데다 최근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에서 해먹는 내식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내수 전망도 나쁘지 않다.
다만 식품과 함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소재 사업이 속을 썩인다. 무엇보다 업황 자체가 안 좋다. 주력인 사료용 아미노산 ‘라이신’ 판가 하락과 중국 저가 물량 공세로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당장 올해 3분기도 전년 대비 매출(-169억원)과 영업이익(-33억원) 모두 역성장했다. 화이트바이오·그린바이오 등 미래 사업을 준비 중이라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진 갈 길이 멀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채널 확장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식품과 달리 소재 사업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올해까진 업황 자체가 어렵지만 내년에는 기능성 아미노산과 유럽 시장 액상 라이신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8호 (2023.12.13~202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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