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소형 빌딩 회복 조짐 보이더니...강남 꼬마빌딩까지 슬슬 경매 시장 매물로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분기 회복 조짐을 보였던 서울 꼬마빌딩 시장이 다시 주춤하고 있다. 하반기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가격 역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바로미터’로 불리는 경매 시장에서도 꼬마빌딩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경매 시장에서 쉽게 보기 힘든 강남 꼬마빌딩이 슬슬 매물로 나오는가 하면, 낙찰 가격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상당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와 함께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투자로서 꼬마빌딩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매 시장에서도 인기 매물 대거 등장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 중소형 빌딩 거래액은 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2% 감소했다. 거래 면적은 49.6% 줄었다.
KB부동산 중소형 빌딩 매매가격지수는 서울 소재 상업·업무 용도의 일반건물 중 연면적 330㎡ 이상 3300㎡ 이하, 대지면적 100㎡ 이상인 중소형 빌딩을 대상으로 산출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산출한 매매가격지수와 거래 총액, 연면적, 평균(중위) 거래 가격, 단위 면적당 평균 매매 가격 등 거래 관련 통계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매매 가격 역시 3분기 들어서며 하락 전환했다. 3분기 매매가격지수는 2분기 대비 0.48% 감소한 103.69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도심권(-1.17%)의 3분기 꼬마빌딩 가격 하락률이 가장 컸고 그 뒤로 서북권(-1.09%), 서남권(-0.73%), 동북권(-0.61%) 순으로 나타났다. 동남권만 유일하게 0.01% 상승했다.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 관계자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고금리 등 경제 여건이 반영되면서 투자 수요가 줄고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가격 역시 조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꼬마빌딩은 5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이었다. 시장조사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 100억원 이하 꼬마빌딩 거래량은 2019년 2482건에서 2020년 2856건, 2021년에는 309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40%가량 감소한 1896건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 시장에서도 꼬마빌딩을 둘러싼 바뀐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꼬마빌딩은 경매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품이었다. 가끔 매물로 나오면 입찰자가 수십 명에 이르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경매전문조사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 소재 꼬마빌딩은 2020년 77건, 2021년 71건, 지난해 67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10월까지 경매로 나온 매물만 90건을 넘어섰으며 연간 100건을 넘어서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강남 3구 꼬마빌딩은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각각 3건의 경매 매물이 나왔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총 매물이 4건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갑작스럽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경매 시장에서 강남 꼬마빌딩 매물이 한 달에 3건 이상 나온 것은 지난 4년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거래량이 줄고 매수자가 없다 보니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같은 매물이지만 1년 전과 비교해 약 20억원 낮게 낙찰된 사례도 있다.
지난 9월 19일 서울중앙지법 중앙1계에서는 강남구 양재동 꼬마빌딩이 113억3670만원에 낙찰됐다. 양재시민의숲역과 양재천 사이에 위치한 이 물건은 대지면적 133㎡에 지하 2층~지상 7층 건물이다. 감정 가격 103억913만원에 109% 낙찰가율로 매각됐다. 응찰자는 단 3명. 흥미로운 점은 해당 매물이 지난해 12월에 경매가 진행되고 낙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낙찰 가격은 133억3333만원. 하지만 채무자가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하면서 매각이 허가되지 않았다. 이후 채무자 개인회생이 기각되면서 다시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9개월 전과 비교해 약 20억원 낮은 가격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가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남다르다고 바라본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꼬마빌딩조차 9개월 만에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 침체기에 빠진 꼬마빌딩 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지난 몇 년간 2배 이상 올랐던 강남 꼬마빌딩 역시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로 경매 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던 강남 꼬마빌딩이 조금씩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일부 매물은 유찰되기도 하는 등 강남 꼬마빌딩을 바라보는 시장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말한다.
매물 많이 쌓이고 고금리 영향
2분기 한때 회복 조짐을 보였던 꼬마빌딩 시장이 다시 위축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분기 잠깐 거래량이 늘었던 것은 급매물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2~3년 전 시장 호황기 때 매수한 건물주들이 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올해 1~2분기 급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은 대출을 받아 건물 리모델링이나 신축 등을 진행하는 건물주에게 직격탄이다.
2~3년 전 가격보다 낮거나 비슷한 가격대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2분기 꼬마빌딩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후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매수세가 줄고 결국 3분기 거래량은 대폭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경매 시장에서 보기 힘들던 서울 꼬마빌딩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꼬마빌딩의 경우 금리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월세 수입만으로 대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었다. 자기자본 100%로 매수해도 수익률이 1~2%대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국고채 금리(3.76%)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워낙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강남 꼬마빌딩은 더 이상 ‘수익형 부동산’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은 떨어지는 반면 이자 감당은 어려워지면서 경매로 나온 매물이 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단기간에 몸값이 많이 오르며 기준점으로 삼는 100억원 이하 빌딩 자체가 많이 줄었다는 점도 거래 감소 이유로 꼽힌다. 지난 몇 년간 서울 땅값이 급등하면서 강남 일대의 경우 100억원 이하 빌딩을 찾기 쉽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대지면적이 너무 작거나 입지가 좋지 않아 향후 상승 여력이 떨어지는 곳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꼬마빌딩 시장 역시 불투명한 가운데 지금처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된다면 내년 상반기 꼬마빌딩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조금씩 제기되는 만큼 금리 변화에 따라 꼬마빌딩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인하와 같은 극적인 대외 변수가 없는 한 지금과 같은 침체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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