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승계 경쟁 불붙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2.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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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 4세 경영인, 후계 레이스 각축
허세홍·허윤홍 안착…허서홍 두각

GS그룹이 2005년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4세 경영인이 전면에 등장해 주목받는다. 그룹 ‘대권’을 둘러싼 후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근 대표이사로 내정된 허윤홍 GS건설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간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주사 ㈜GS에서 GS리테일로 이동한 허서홍 부사장도 후계 구도의 한 축을 이루지만 차세대 주자 경쟁에선 다소 밀리는 모양새가 됐다.

GS그룹, 역대 최대 규모 인사

계열사 대표 4명 전격 교체

GS그룹은 최근 계열사 대표 4명을 비롯해 등 총 50명에 대한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2005년 GS그룹 창립 이후 매년 30~40명 임원이 교체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인사폭이 크다는 의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앞서 CEO가 교체된 GS건설을 비롯해 GS칼텍스, GS파워, GS엔텍 수장이 바뀐 사실이다.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내부 인재가 대거 등용됐다.

김성민 GS칼텍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최고안전책임자(CSEO) 겸 생산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각자대표를 맡아 허세홍 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 김 부사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1997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후 생산기획부문장, 석유화학생산부문장, 설비·안전공장장 등을 거쳤다.

유재영 GS칼텍스 부사장은 친환경에너지 계열사 GS파워로 옮겨 새 수장을 맡게 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한 후 ㈜GS 사업지원팀에서 GS그룹의 창립 초기 과정을 도왔다. 이후 10여년간 GS EPS와 GS칼텍스에서 경영지원부문장, 재무실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유명하다.

에너지 설비 전문 계열사인 GS엔텍 대표도 전격 교체됐다. 정용한 GS엔텍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정 신임 대표는 1989년 GS칼텍스에 입사한 이후 시공관리, 설계, 생산운영 등 주요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GS건설에서는 김태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본부장을 맡는다.

대신 GS칼텍스의 이두희·김형국 사장, 조효제 GS파워 사장, 김호성 GS리테일 사장,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우무현 사장 등 GS그룹 초기 성장을 일궜던 리더들이 대거 용퇴했다.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디바이스경험(DX), 미래 사업 조직, 인력을 전진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GS칼텍스는 권영운 기술연구소장(전무)과 송효학 화이트바이오개발센터장을 각각 부사장, 상무로 승진 발령하면서 친환경 석유화학 대체 물질 개발에 힘을 실어줬다. GS EPS 역시 대표 직속으로 DX실을 만들고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활용한 발전소 예방 정비 등의 성과를 낸 조석기 LNG발전부문장을 상무로 승진 발령하는 등 DX 인력, 조직을 전면에 앞세웠다.

이번 인사에서는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인 허윤홍 사장이 임병용 부회장을 대신해 GS건설을 이끌게 됐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아들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부사장)은 GS리테일의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와 전략, 신사업부문을 총괄한다. GS엠비즈 대표를 맡아온 허철홍 전무(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장남)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아들인 허주홍 GS칼텍스 베이직케미칼부문장(상무), 허진수 GS칼텍스 고문 아들인 허치홍 GS리테일 MD본부장(상무)이 각각 전무로 승진해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대규모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과 사업 혁신 의지를 드러내고 연구개발(R&D), 디지털전환(DX), 미래 사업 조직, 인력을 전진 배치해 신산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에서는 여러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인사에서 전 계열사 대표가 모두 유임된 것과 비교하면 180도 바뀐 양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전 계열사에 적극적인 쇄신을 주문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추진에 소극적이었고 인사폭도 크지 않았지만, 허태수 회장 체제가 안착되면서 보수적인 그룹 분위기가 점차 바뀌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GS그룹, 친족 간 합의제 기반

허윤홍, 건설 계열 맡을 듯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후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GS그룹 지배구조는 크게 지주사인 ㈜GS가 에너지, 유통 등의 자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GS에너지는 그룹 지주사 ㈜GS와 자회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중간 지주사다. 실질적인 사업은 자회사가 맡고 성장동력 발굴, 자회사 사업 관리 등의 역할을 GS에너지가 맡는다.

GS그룹 지배구조는 다소 독특하다. 소수 총수 일가가 지분율에 비례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다른 대기업집단과 달리, 친족 경영 체제로 일종의 합의제를 기반으로 후계 구도가 결정된다. ㈜GS의 최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48인의 1인 평균 지분율은 0.9% 정도다. 가족 수십 명이 모여 합의제로 그룹을 운영하는 GS그룹 특성상 지분율이 곧 지배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현재 총수인 허태수 GS그룹 회장도 ㈜GS의 최대주주가 아니다. 지주사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이름이 ‘홍’으로 끝나는 GS그룹 4세들이 눈에 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 그렇다.

허만정 GS그룹 창업주는 슬하에 아들 여덟을 뒀다. 이 가운데 1남 허정구 회장, 3남 故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계열이 가문의 양대축을 이룬다. 초대 총수인 허창수 회장, 현 총수인 허태수 회장이 모두 허준구계에서 나와 무게추는 허준구계로 다소 기울었다는 평가다. ‘홍’자 돌림 GS그룹 주요 4세 중에서도 허준구계로 분류되는 인물이 더 많다. 두각을 보이는 인물 가운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허정구계,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허준구계로 각각 분류된다.

다만, GS그룹은 오너 일가 간 지분율 차이가 거의 없고,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일가도 많아 어느 한 집안이 권력을 독식하기 힘든 구조다. 명확한 승계 원칙도 없다. 형제에 이어 사촌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방식일지 아니면 장자 승계 방식일지 대외적으로 공개된 게 전혀 없다. 대규모 인사에 뒤이어 후계 구도를 둘러싼 추측이 무성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 총수인 허태수 회장이 건재한 만큼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그룹 ‘후계 레이스’에서 초반 선두를 달리는 ‘홍’자 4세 경영인은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윤홍 GS건설 사장이라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 계열사는 분산된 지분 구조로 가족 동의 없이는 각자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들다. 그룹 이익 기여도가 가장 큰 계열사 수장 자리에 허세홍, 허윤홍 사장 등 4세 경영인이 올랐다는 것은 달리 말해, 가족 간 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룹 대권을 누가 거머쥘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룹에서 엿보이는 GS건설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허윤홍 사장은 그룹 총수 자리보다는 아버지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건설 계열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건설업계 장수 CEO 대표 주자였던 임병용 부회장의 퇴진으로 GS건설 경영권은 오너가인 허창수 회장과 허윤홍 사장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GS건설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다소 독특하다. GS건설 지분 구조만 보면 그룹에서 사실상 독립된 상태와 다르지 않다. GS건설은 ㈜GS의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로만 분류된다. ㈜GS가 GS건설 지분을 취득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GS건설은 사실상 허창수 회장 일가 개인 회사에 가까운 속성을 보인다. 허창수 회장 일가 외 GS그룹 계열사나 관계사가 갖고 있는 GS건설 주식은 전무하다. 허창수 회장이 지분 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 지분 3.6%,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이 2.8%,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1.8%를 각각 보유 중이다. 허창수 회장 일가가 보유한 GS건설 지분율은 23.6%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허윤홍 사장은 그룹 총수 자리보다는 아버지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윤홍 사장이 경력의 대부분을 GS건설에서 보냈고 허창수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를 내려놓은 뒤에도 GS건설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허윤홍 사장은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한 뒤 2005년부터 GS건설에만 적을 뒀다.

허세홍, 후계 레이스 두각

허서홍, 지주사 → 리테일 이동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허정구계로 분류된다. 허세홍 사장은 허윤홍 사장과 달리 지역별로 여러 회사를 거쳤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그는 1992년 오사카전기 일본 본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1994년 뱅커스트러스트 한국지사 파생상품부서로 옮겼다. 이후 약 14년 동안 일본, 한국, 미국을 오가며 여러 다국적 기업을 거쳤다. 1998년에는 IBM 미국 본사로 옮겨 글로벌서비스전략 매니저로 일했고 2003년에는 미국 정유 회사 셰브론에 적을 뒀다.

GS그룹 입사 시기는 2006년이다. GS칼텍스 싱가포르법인에 입사한 뒤 2016년 아버지 허동수 회장이 GS칼텍스를 떠나면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에는 GS글로벌 대표이사로 최고경영자(CEO)로 데뷔했다. GS그룹 4세 가운데 처음이었다. 이후 2018년 GS칼텍스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9년 1월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GS칼텍스는 GS그룹에서 가장 매출이 큰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그룹 후계 레이스에서 선두군을 이루는 후보로 볼 수 있다.

허서홍 GS리테일 부사장 역시 허정구계로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허서홍 부사장은 허세홍 사장과 사촌 사이로 8살 터울이다. 허세홍 사장이 1969년생으로 허서홍 부사장보다 8살 많다. 두 사람은 서로 겹치는 대목이 적잖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고 GS그룹 입사연도도 2006년으로 같다. 허서홍 부사장은 지주사 GS에서 미래사업팀을 이끌다 이번 인사에서 GS리테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GS리테일에서 경영전략SU(서비스유닛)장을 맡는다.

허서홍 부사장도 언제든 그룹 후계 구도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4세 경영인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사 임원을 거친 이력이 돋보인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성장동력 발굴이라는 중책을 그에게 맡겼던 만큼 지주사와 계열사를 오가며 기존 사업과 신사업 간 시너지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8호 (2023.12.13~2023.12.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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